방관자
낯선 목소리가 거실에 들어온다.
문소리보다 먼저, 말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박준모 씨 아내 되시죠? 장례는 잘 치르셨나요?"
장례. 그 단어가 너무 단단해서, 귀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닌다.
엄마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웅, 웅— 냉장고 소리가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제법 성가시다.
"뺑소니범들은 잡았는데, 무면허 학생들이더라고요. 혹시 남편 분이 원래 술을 자주 드십니까?"
경찰은 볼펜을 귀 뒤를 긁적이며 묻는다.
"... 자주, 가끔 먹을 땐 많이 먹어요."
"진술로는 위에서 갑자기 뚝 떨어져서 자기들도 놀라서 휙 지나갔다 하더라고요.
CCTV 확인했는데... 그 부분은 안 나와서 좀 더 알아보긴 해야 되지만, 말입니다.
옆집 할아버지랑은 친하신가요?"
"그냥, 인사 정도 하는 사이... 왜요?"
"그분이 차 뒤 쪽으로 리어카 끌고 오시는 게 찍혀서요. 뭔가 보셨을 수도 있어서요. 몇 시쯤 오시는지 아세요? 지금 집에 안 계시던데..."
엄마는 잘 모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말할 때마다 킁킁대는 경찰의 콧소리.
볼펜으로 찍찍 긋는 소리.
아빠의 발자국과는 달랐지만, 이상하게 비슷한 뒤축 끌는 소리.
모두 귀에 거슬린다.
엄청 성가시다.
경찰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형식적인 말투, 매번 같은 패턴.
그전, 그의 폭력으로 인해 출동했을 땐 그토록 말이 없었는데,
그의 죽음은 궁금한 게 많나 보다.
온통 성가신 소리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창밖은 어둑해지고, 집 안은 고요하다.
나는 괜히 숙제를 꺼내 들고 연필을 잡는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데, 종이는 자꾸 긁힌다.
질문만 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시험지처럼.
엄마는 그 옆에서,
아무 표정도 없이 창밖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