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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13. 2022

모로코 함멈에서 발뒤꿈치 각질 벗기기  

모로코 여행기 #21

로코에도 공중 사우나가 있다.

'함멈(사우나)'

정말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선뜻 가볼 용기가 안나서 미루고 미뤘었다. 렇지 않아도 유별난 외모 때문에(국내에선 지극히 평범하지만) 어딜가나 시선 집중인데, 하물며 함멈에서는 어떨것인가..! '아니 동양에서 웬 깡마른 꼬맹이가 사우나를 하러 여기까지 왔데'하며 나를 위아래로 훑을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니 쉽사리  수가 없었다. 사실 막상 가면 놀라우리만치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안 줄 수도 있지만 괜히 혼자 겁먹은 거다.


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안갈수가 없다.

바다에서 수영하고 공도 차고 모래밭에 주저앉기도 하면서 온몸이 모래와 소금기로 가득했다. 게다가 바닷물이 너무 차가웠어서, 지금 당장 뜨뜻한 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끼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붑커>> 어떡할거야? 하나랑 같이 함멈 다녀올래?

나>> 좋아! 오늘은 진짜 가야겠다.  


나는 하나 손을 잡고 함멈으로 쭐래쭐래 따라갔다. 이게 얼마만의 사우나인지.

나>> 하나, 나 지금 완전 기대돼. 코로나 이후로 한국에서 사우나 한번도 안갔거든. 자그마치 2년 넘게.

하나>> 오우 진짜? 오늘 맘껏 즐겨!

코로나 이전에는 가족끼리 한달에 한번 정도는 사우나에 가곤 했던 것을 2년 넘게 참았으니 온몸이 근질근질할 만도 했다.  

여담이지만 모로코는 코로나 때문에 몇 달간 전국민이 자가격리를 했다고 한다. 길고 긴 격리 끝에 이제는 모두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를 시행중이지만, 내가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였고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사우나는 더더욱 삼가고 있었다. 그러니 모로코에 온 것은  나에게 때 빼고 광낼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드디어 함멈 도착!

다른 나라 사우나에 와 본 것은 처음이라 과연 어떤 모습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런데 이게 웬걸? 마치 우리나라의 사우나에 온 듯 모든 것이 비슷하다!

들어가기 전 사우나 주인 아주머니께 비용 지불.

문 열고 들어가면 탈의실.

목욕탕에 뿌연 김이 가득.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이나 모로코 사람들도 뜨건물을 좋아한다.

앉은뱅이 욕실 의자.

때타올. 우리나라는 초록색과 노란색의 이태리 타올을 쓰지만 모로코는 마치 설거지할 때 쓰는 그물망사수세미처럼 생긴 타올로 때를 밀더라. 색도 다양하다. 자주색 검정색 파란색 초록색...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모습도 똑같다. 모로코 사람들도 등이 벌게질 때까지 때를 벗긴다. 나는 우리나라만 때 벗기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지...

차이점 1)우리나라와 달리 라커가 없다는 것. 개인이 챙겨 온 바구니에 옷을 넣어둔 채 목욕탕으로 들어가면 된다.

차이점 2)온탕 냉탕 열탕 종류별로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몸을 푸욱 담글 수 있는 탕이 없다.

차이점 3)샤워기가 없고 호스를 통해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작은 바가지로 퍼서 쓴다.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있었으나, 나는 딱 한 군데의 함멈만 가 본거라서 다른 함멈은 또 다를 수도 있다.


모두가 날 쳐다볼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각자 때 빼기에 집중해서 나는 안중에도 없다. 지레짐작으로 편견을 가져 죄송합니다 하하. 

나도 함멈 삼매경에 빠져 콧노래까지 부르며 열심히 때를 벗겼다. 얼마만에 느끼는 개운함이야 이게.

사우나에 오면 꼭 해줘야 하는 것. 발뒤꿈치 때 밀기. 사실 집에서는 샤워만 간단히 하기 때문에 발뒤꿈치 각질까지 돌볼 겨를이 없지 않은가. 나는 타올을 가지고 발뒤꿈치를 밀기 시작했다. 그 때, 내 앞에 돌 하나가 굴러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칼티 파티마(붑커의 이모, 성함은 '파티마')가 를 보고 웃으신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목욕을 하고 계셨던 칼티 파티마가 나에게 발뒤꿈치 각질 제거용 돌을 주셨던 것이다. 상에. 배우신 분.

역시 발뒤꿈치는 타올로 부족하다. 돌로 박박 문대야 '아 이제 좀 깔끔하네' 소리가 나온다. 2년 간 쌓인 각질을 벗기며 나는 '모로코에도 발뒤꿈치 각질은 돌로 해결한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였다.


'함멈'
모로코의 사우나.
지구 반대편에 살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참 닮은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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