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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l 16. 2023

모로코 남편의 한국 조기축구 입문기 2

9시 정각. 축구장에 도착했다.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고 있는 팀원분들이 보였다. 부분 우리보다 연장자셨다. 쭈뼛쭈뼛 다가가 오늘 용병으로 뛰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아~ 여기 와서 편하게 앉아요."

생수를 한병씩 건네받고서 남편은 신발을 갈아신고 나는 그 옆 벤치에 앉았다. 갑자기 우리 주변으로 팀원분들이 하나둘 모였다. 호기심 넘치는 시선들이 남편에게 쏟아진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나>> 여보야. 웨얼 알 유 프롬?

붑커>> 모로코!

오~ 모로코! 하며 다들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동안 모로코에서 왔다고 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역시 모로코가 축구 하시는 분들 사이에선 유명한가 봐. 하고 속으로 뿌듯하려는 찰나.

"근데 그럼 모로코 안에 모나코가 있는 건가(소근소근)..?"

"그런가? 글쎄..(소근소근)"

크핡. 작게 주고 받는 옆 자리 아저씨들의 귀여운 대화에 삐져나오는 웃음을 입안에서 삼켰다. 리 떨어져 있는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모로코가 아직 막 익숙한 나라는 아니다. 그래도 먼 타국에서 왔다며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는 푸근한 마음만은 항상 느낀다. 그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얼마든지 친밀해질 수 있다. 편은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주 놀라곤 한다. 고렇지? 이게 우리나라의 '정'이란 것이여.

"이름이 뭐예요? 왓츠 유어 네임?"

붑커>> 붑커!

엥? 잉? 네? 으잉?

나>> 부웁커! 부웁커어. 이름이 좀 어렵죠? 하하.

"아~부커?"

"뿌까!"

"데미부커? 농구선수 알아요? 그 사람이랑 이름 똑같나?"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낯선 이름을 발음해보려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만화 캐릭터 뿌까부터 농구선수 이름까지 다양한 이름을 연상케 하는 우리 붑커는 순식간에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축구 잘해요?"

팀의 리더로 보이는 분께서 으셨다.

"네! 아주 잘해요." 우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오~ 이러고 못하면 창피한데~ 하하핫."

패기 넘치는 우리 모습에 다른분들이 오~ 하고 감탄하며 장난스럽게 아치셨다.

그때까진 아무도 몰랐다. 정말로 붑커가 대단한 활약을 할 것이라고는.

머..멋있다!
잽싸게 공을 빼내는 붑커.

"오~ 붑커 진짜 잘 뛰네요!"

나>> 그쵸? 헤헤.

저도 처음 알았어요. 남편이 이렇게까지 축구를 잘 하는 줄은. 괜스레 내 어깨도 힘이 들어간다.

경기가 끝난 후 다들 붑커에게 잘했다고 한 마디씩 한다.

"붑커! 오늘의 엠오엠!"

나, 붑커>> 엠..오엠..? 그게 뭐예요?

"MOM. 멤버 오브 더 매치!"

나>> 오~붑커 잘했대. 맴버 오브 더 매치래!

붑커>> 진짜? 와우, 캄사합니다, 캄사합니다!

영광의 엠오엠 붑커는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다음 경기까지 기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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