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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Sep 30. 2024

수업으로 가르치기

좋은 수업을 구성하려 애쓰기 - '재미있게', '연결짓기'

다양한 교과로 구성된 수업시간들을 통해 교사는 아이들에게 보여진다. 수업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정성,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복돋우는 교사의 언행 등 결국 수업을 통해 교사는 드러난다. 


교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수업시간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이 공부이고, 그 공부가 펼쳐지는 시간이 수업시간이다. 이왕이면 피할 수 없는 이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이끌면 좋겠다. 


오래 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와! 저거 진짜 참 좋은 수업이다! 저렇게 수업을 구성하면 좋겠다.'라고 생각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무한도전-나비효과 에피소드였는데, 이것을 수업의 구성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0. 동기유발 : '이번 시간에 뭘하려는 거지?'하는 마음으로 흥미롭게 뛰어들게 한다. 

0. 동기유발의 흐름 -1 : "오늘 할 건 뭐예요?"하는 물음에 세계 럭셔리 휴양지 체험을 하겠다고 한다. 

0. 동기유발의 흐름 - 2 : 가고 싶은 휴양지를 정하기 위해 퀴즈를 푼다. 

0. 동기유발의 흐름 - 3 : 휴양지 체험에 걸맞게 장난감 비행기로 장소를 최종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0. 동기유발의 흐름 - 4 : 최종적으로 멤버들이 갈 장소가 확정이 된다. 북극팀 / 몰디브팀 / 국내팀이다.

0. 동기유발의 흐름 - 5 : 미리 마련된 세트장으로 각 팀이 들어간다. 


1. 수업 활동 : 수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본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수업(활동)을 구성한다.

1. 활동 1 : 공간에 들어간 팀들(북극, 몰디브)은 그 공간 속에서 놀면서 서로가 하는 활동들이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깨달아 가게 한다. 

1. 활동 2 : '나비효과'라는 영화를 상영하는데, 그 영화는 한 멤버가 국내(가정집 공간)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지 못하는 생활습관들을 보여준다. 한 멤버의 생활모습을 북극과 몰디브팀이 직접 보게 하면서, 그 행동들이 자기들의 공간과 연결되어 영향을 줌을 깨달아 가게 한다. 

1. 활동 3 : 모든 멤버들이 모여 에너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주제를 전한다. 


이 에피소드를 수업으로 본다면, 이번 시간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수업목표, 성취기준)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을 가지고 실천하려는 태도를 기른다.' 정도 되겠다. 수업의 처음에서 '오늘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다.'가 아니라 '휴양지 체험'을 하겠다며 팀을 뽑는 퀴즈를 하여 팀을 정한다. 에너지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노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론 이 장면에서는 수업자의 의도가 정교하게 깔려있다. 북극은 환경문제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장소이고, 그 영향으로 몰디브는 해안선이 상승하고 있는 장소이다. 또한 한 멤버의 일상생활 다큐를 찍는 장소인 가정집은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대변하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수업자는 '해당차시의 수업목표와 연결지어, 아이들이 흥미롭게 수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업활동이 이어진다. 각 공간에 멤버들이 들어가고 그 공간에서 수업자가 의도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깨닫게 한다. 아래층에서 더워서 켜는 에어컨 실외기가 위층에 있고, 그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그 녹은 물은 아래층으로 그대로 들어가 바닥에 고인다. 교사가 의도한 활동에 의해 학생들이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음 활동에서 투입되는 자료와 설정이 이 수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가정집에 가서 생활하는 한 멤버의 영상을 나머지 공간에 있는 멤버들이 보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의 제목은 '나비효과'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북극, 몰디브의 환경문제가 사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수업에서 수업자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멤버들이 깨달아 가는 것을 보는 즐겁게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수업의 마지막에서 환경문제를 자신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짓게 된다. 그렇게 이번 시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친 것이다. 

수업자의 의도가 수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성있고 정교하게 구성된 훌륭한 수업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이런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수업을 준비할 때 자꾸 떠올리려 하는 것은 '재미있게'라는 말과 '연결짓기'라는 말이다. 조금 엉뚱해 보이는 것, 재미있어 보이는 것, 수업의 내용 및 목표와 관련있는 것을 해당차시 수업과 연결지어 보려는 시도를 고민한다. 


예를 들면, 선사시대 유물에 대해 공부하는 차시를 공부해야 한다고 했을 때, 이번 시간에 공부를 통해 아이들이 알아야 할 것은 선사시대의 유물들의 모습과 이름, 그것을 통해 그 시대의 생활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럼 수업의 시작을 어떻게 '재미있게', 어떻게 '연결짓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 유물들은 땅 속에 묻혀있던 것을 발굴하는 과정을 통해 후대인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에서 '유물 발굴하기'를 해보자는 동기유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해당차시에 살펴보아야 하는 선사시대의 유물 사진을 여러 개 출력하고 조각을 잘라 아침시간에 미리 씨름장에 묻어둔다. 사회 시간을 1교시로 바꾸어 두고, 해당 수업이 시작되면 "우리 보물찾기 하러 가자."하고 꼬드기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풀, 발견한 유물조각들을 붙일 학습지, 모래를 살살 뒤질 붓을 하나씩 주고 유물을 발견하면 학습지에 어떻게 붙이는지를 알려주고, 학교 운동장 한켠의 씨름장으로 데리고 가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씨름장 곳곳을 조심스럽게 뒤지다가 숨겨놓은 유물 조각을 찾으면 "찾았다!"하며 즐거워한다. 어느정도 발견하고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에서 이어서 할 공부는 학습지에 붙어있는 유물들을 보며 그 용도에 대한 추측을 해보고, 하나씩 이름과 용도를 배운다. 

아이들은 '이번 시간에 뭘 공부하길래 보물찾기를 하지?', '보물찾기? 재밌겠다.'하며 즐겁게 수업으로 들어온다. 


이런 고민과 시도가 늘 성공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가끔 수업을 하고나서 내가 구성한 '재미있는 연결짓기'가 참 좋았다는 마음이 들 때면, 나만의 수업, 나다운 수업 하나가 만들어진다. 모든 수업을 이렇게 할 수는 없을테다. 하지만 이런 것이 수업을 준비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실천이 쌓이다 보면,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의 나도 조금씩 성장해 갈 것이다. 


다음은 수업을 구성할 때 고려하려 애쓰는 것이다. 


< 수업의 구성을 할 때 고려하려 애쓰는 것 >

- 동기유발 : 해당차시의 수업목표와 연결지어, 아이들이 흥미롭게 수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장치

- 수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본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수업(활동)을 구성한다.

- 개별화될 수 있는 장치 : 공책, 지명 발표, 짝토의, …

- 수준별 플러스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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