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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Nov 01. 2018

동기유발과 나다운 수업

루시 선생님께 드리는 답글

실습을 앞두고 느끼고 계실 고민들에 공감이 됩니다. ^-^

그리고 써주신 댓글을 읽으며 제게도 좋은 숙제가 주어진 것 같아 저 역시 고민이 깊어집니다.

(언젠가 동기유발을 계획하는 나름의 방법들을 조금 정리해서 글로 써보면 좋겠다 생각이 되었어요.^-^..)


저도 사실.. 수업을 계획할 때 선생님께서 하시는 고민과 같은 고민을 언제나.. 항상.. 하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연결지을까?'하는 거요. ^-^;

때론 해리포터처럼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_-;;;


아주 예전.. 실습 때 지도선생님께서 동기유발과 관련해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진짜 할 거 없을 때는 화단에 가서 돌멩이 하나 들고 와가지고, 교탁에 탁 놓고 수업을 시작하는 거야."


그게 뭐야 싶지만 교사가 된 이후에 실제로 이렇게 해본 적이 있어요.^-^; 아이들은 수업 내내 '저 돌멩이로 뭘 하려고...?' 하는 생각으로 관심을 표현했었어요. 그 차시는 돌멩이와 전혀 관계 없는 거였지만...  

아이들은 그 차시 수업이 마치고 나서 쉬는 시간에 제게 찾아와서는


"선생님, 근데 돌멩이는 왜 가지고 왔어요?"

하고 막 물어보더라고요. ^^;


음.. 생각해 보면..

수업과 관계 없어 보이는 엉뚱한 것이 아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데는 참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어요.


엉뚱한 것으로 시작을 하다가 연결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피식'하며 "아! 공부였네!" 하면서도 어쨌든 가르치려 애쓰는 선생님을 밉게 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ㅋ^^;;


비슷한 일로 이런 일도 있었어요. 넓이의 단위인 '아르'를 가르쳐야 하는 수학시간에 아이들에게 "오늘은 운동장에 나가자!" 해놓고는 긴 줄자와 라인기를 가지고 열심히 운동장에 정사각형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피구라도 하는 줄 알고 신이 나서 제 일을 돕고 있었지요. 사각형을 다 그리고는 "자! 이게 1아르다!" 아이들은 '피식' 하면서도 배웠지요. 물론 그 남은 시간엔 피구를 하고 놀았지만..^^;;


아재개그를 가지고 수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203


탐정놀이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40


되지도 않는 랩을 하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163


동화책 이야기를 즉흥극으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164


서투른 외국인 흉내를 내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145


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마당놀이 장면을 흉내내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59


얄팍한 눈속임으로 꼬드기기도 하고, https://brunch.co.kr/@leedaehyun/144


때론 얼굴에 보드마카로 수염을 그리기도 하고(역사를 배울 때 즉흥극을 위해), 점을 찍기도 하고(소수점을 옮기는 수학시간), 드라큐라 옷을 입기도 하고, 가발을 써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동생또래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 친구가 되기도 하고, 수줍은 남자친구가 되기도 하고, 느끼한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그저 해보고 싶은대로 해보는 거... 였어요..^^; 그중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아주 얄팍한 것도 많았어요.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이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

저에게 동기유발이란..

내가 교사로서 이 시간 가르칠 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시작.



'교사'   -----------   '수업을 통해 가르치고 싶은 것'


이 두 가지가 잘 연결되었다고 느껴질 때

'나다운 수업'을 했다고 생각이 될 때가 있어요.


위에서 '교사'는 '나=이대현이라는 사람' 이겠지요.

나라는 사람을 만든 모든 것들이 '교사'라는 말 속에 들어있겠지요.

가족, 친구 등 함께 했던 사람들, 실제로 경험했던 일, 보았던 장면, 들었던 이야기, 읽었던 책, 자료,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것들, 광고, 놀이, 마음...등 '나'를 만든 모든 것들이 '교사인 나'이지요.


수업을 통해 가르치고 싶은 것도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요.

성취기준, 학습 목표, 교사의 생각,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학급의 문화를 만드는 무언가...등


세련되진 않지만.. 멋지지도 않지만.. 그저 나름 연결지어 보는 것.

하다보면 조금씩 나다워져 가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예를 들어 주셨던 수업.. 글쓴이의 생각이 드러나게 글을 쓴다.. 는 것이라면..

그리고 편지를 통해 시작을 해보고 싶다면,

저는 아마도 나다운 수업이라 생각되는 것은.. 하면서..


부끄럽지만 어릴 때 썼던 편지를 가지고 읽어주면서 어린 대현이의 마음을 이야기 나누어 보거나,

즉흥극의 형태로 친구 대현이(그냥 제가 반 아이들 또래가 되는 상황으로 아이들이 대현이에게 반말로 묻기도 하고 대답하기도 하는 즉흥극 형태)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하고 싶은데 편지쓰는 걸 좀 도와달라거나,

선생님의 딸에게 미안한 게 있는데 막상 말로 하려니 좀 어렵다. 그래서 편지를 썼는데, 한 번 들어봐. (조금 과격하고 읽을 딸 아이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은..-학습해야 할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그런 편지) 읽고, 선생님 잘 썼지? 역시 선생님은 좋은 아빠야 하고 아이들을 슬슬 긁는다거나,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시작을 고민해 볼 것 같아요.

그러다 또 다른 생각이 나면 그것도 고민해 보겠지요. ^-^

때론 좋은 시작이 괜찮은 마무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때론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때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화단으로 돌 찾으러 가는 날도 있겠지요.^_^;;


'마음을 표현하는 글' 단원의 첫 차시 수업을 했던 내용을 정리해 둔 게 있어서 소개드려요..

  

https://brunch.co.kr/@leedaehyun/76

그냥.. 음.. 이 공부를 하기위해.. 이렇게 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게 나다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과 교사인 내가 진실되게 서로를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마음..


두서없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늘어놓은 것 같아요...

'어떻게'에 대한 답을 드리지도 못한 것 같고요..^^;

그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선생님께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도 같아요.


읽고 나서 기분좋은 미소가 지어지면 좋을텐데.. 걱정이 됩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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