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음식점에서 -
몇 달 전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이 두려움과 기대감만 있었던 그때였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셋은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무작정이라곤 하나 발길이 닿는 곳은 늘 비슷하다. 속초로 가서 강릉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그 흔하디 흔한 여정이 나에겐 안식처다. 모처럼 지는 해의 여운과 뜨는 해의 가슴 벅참까지 느낀 여행이었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소 이번에도 바로 여기다!
강릉길을 훤히 꿰뚫고 있는 남편(-> 강릉인) 덕에 구 도로를 돌고 돌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그날도 여행의 끝자락에서 아쉬움을 달래고 맛으로 기억하기 위해 음식점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성산면 감자전집. 노을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그 집에 우린 동화되었다.
감자전과 메밀전병 잔치국수라는 심플한 메뉴 덕에 우린 고민하지 않았다. 감자전 두 장. 여기에 덤으로 딸려온 게 있었으니 바로 주인장의 마음이었다. 무심한 듯 세심하고 안 웃는 듯 미소 짓는 사장님의 한 마디. "맛있게 잡숴요. 필요하면 더 말해요"라는 말에 우린 단골이 되었다. 벌써 3년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에겐 따뜻한 감자전집 사장님으로 기억되나 사장님에겐 "어디서 본 것 같드래요"라는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있다는 거다. 음~일 년에 한 번 만나니 당연한 거지만.
이번엔 벽에 간절한 소원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 뚱뚱한 지갑과 날씬한 몸매를 간절히 원했나 보다. 어라! 근데 작년엔 거꾸로 들어주셨다네;;~ 그러니 올해는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또 간절하게 빌고 있다. 벽에 큼지막하게 또박또박 써 놨으니 그 마음을 올해는 꼭 헤아려주시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나도 같이 빌었다. 따뜻한 웃음을 준 글 쓴 이와 그의 소원을 위해 흔쾌히 한쪽 벽을 내어주신 사장님도 같이 복 받게 해달라고 말이다. 웃음과 복은 이렇게 이렇게 전해지는 건가 보다.
옆에서 해바라기도 같이 웃고 있었다.
우리의 웃음과 복이 뜨거운 햇빛과 함께 무르익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