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멋지세요!

멋진 고객

by 도시탈

60을 훌쩍 넘긴 사내가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40킬로가 넘는 루지와 씨름하면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이 밥벌이 수단임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어찌 그 이유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겠는가. 그게 전부라면 보람되다 말하기는 쑥스러운 일이리라. 정답은 바로 고객과의 긍정적 교감이다.


안전교육과 운영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대면 기회가 잦다 보니 고객으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노동에너지로 전환됨을 느낄 수 있다. 운영업무 시에는 고객과 마주할 시간이 짧다 보니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에 주고받는 대화가 전부다. 반면, 안전교육을 할 때는 필자가 주관하는 시간이니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상부는 노동강도도 제일 센 편이지만 고객과의 대화도 다소 건조하고 짧게 지나간다. 하부는 짧은 순간이지만 고객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대부분은 직원이 먼저 말을 건넨다.

"즐거우셨나요?"

"아버님은 아이들보다 더 재미난 표정이시네요."

"아이고 또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등등

이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긍정일색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다. 가끔은 무서워요, 추워요, 루지가 말을 안 들어요,라는 엄살이 녹아든 말도 날아온다. 하지만 불평으로 포장된 즐거움이 묻어있다. 사실, 즐기러 온 마당에 짜증이 끼어들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아 보인다. 전기카트를 운전할 때는 시간은 충분하지만 되도록 대화에 끼어들지 않는다. 탑승자 구성과 무관하게 오롯이 자신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들 대화에는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자유가 배어 있다. 지켜보는 이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필자 입장에서는 안전교육을 할 때가 고객으로부터 긍정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가끔은 통제가 어려운 집단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딱딱한 말을 던지기도 하지만 아주 드문 일이다. 이번 시즌 중에도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시즌을 마무리하며 떠오르는 가장 멋진 순간은 '멋지세요'라는 말을 수줍게 던지고 사라진 두 분 고객과 얽힌 사연이다.

지난여름 할아버지와 함께 온 한 초등학생이 안전교육을 마치고 출발하며 밝은 얼굴로 "할아버지 멋지세요!"라는 말을 툭 던지고 달려 나간다. 아마도 함께하신 그 아이의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이 동년배의 필자에게도 오롯이 투영되었으리라. 그저 감사한 일이다.

안전교육에 함께하는 고객 대부분은 다양한 팀들이 섞여 있다. 그렇다 보니 교육 초반에는 통일되지 않은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이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행동이 전체에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한다. 얼마 전 한 중년부인이 교육을 시작하려는 순간까지 전화를 끊지 못하고 있다. 밝은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많은 고객이 찾는 시즌 성수기에는 전화 중단을 독촉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여유가 느껴지는 시간이기에 그러지 않고 오히려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여러분 고객 한분이 급한 사정으로 통화 중이니 양해 바랍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자유롭게 사진도 찍으시고 오늘 이 소중한 추억을 마음에 새기는 시간으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통화는 마무리되었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안전교육도 끝마친다. 전화를 끊지 못하던 고객이 출발 선상을 지나치며 환한 얼굴로 인사말을 건네고 멀리 사라진다.

"선생님 멋지세요!"


사족) 횡성루지체험장의 2024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찾아주신 고객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2025 시즌 초대장을 미리 발송한다. 이번 글로 연재를 마감하며 마지막 몇 편은 시간을 지키지 못했음을 밝힌다. 무안한 일이다. 모두 행복하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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