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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Apr 13. 2023

지금 아니면 안 돼! 새벽을 대하는 자세


새벽 4시 30분.


‘부르르르르~~’     


전날 잠들기 전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얌전하지만 우렁찬 진동 울음소리를 낸다. 여전히 깜깜한 창밖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갈등을 한다. 눈 한번 깜빡이니 이내 10분이 흘러버렸다.      


‘지금 아니면 안 돼!’     


이대로 포기할까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본다.

마음속 나의 이성이 본능을 제압하는 한마디에 멋지게 성공한 나의 모습은 기특하기만 하다.


여전히 수면 모드로 있는 머릿속을 달래기 위해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며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은 무얼 할까 하는 잠깐의 방황을 끝내고 컴퓨터를 켜본다. 저질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시작한 유튜브를 보며 10분 스트레칭을 하고 다이어리에 오늘 일정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5시를 훌쩍 넘겼다.  

   

‘지금 아니면 안 돼!’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어느덧 만 4년을 넘어가는 것 같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부터 나를 위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여기에 2년 전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시간에 대한 목마름은 더더욱 간절해졌다.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리에 맞춰 살았더라면 이렇게 몸이 고단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기에 나는 욕심이 많았나 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해야 하는 상황.

그 와중에 엄마, 딸, 아내 등등 나에게 붙어있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나만의 시간을 새벽으로 정하게 되었다.   

  

다이어리 정리를 끝으로 책도 읽고, 글도 써 보고 다른 것도 하면서 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나 혼자 놀고 싶다는 그 일념 하나로 새벽 기상을 시작했기에 아침에는 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지내게 되었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미적거리는 사치는 과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맛을 이미 봐 버렸기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새벽이 주는 다채로움이 마음에 든다. 무작정 핸드폰 게임만 주야장천 하던 처음의 내가 독서를 하는 재미를 깨달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쓰는 과정에서 루틴의 편리함도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워킹맘은 핸디캡이 될 수 없다.

모든 것은 내가 선택했고 고생이 아닌 유희로 사용하는 것은 내 재량이다. 하나를 얻고 싶을 때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시간을 위해 약간의 수면 시간을 포기했다. 시간을 얻기 위해 시간을 포기한 삶이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내가 얻은 것은 비단 시간뿐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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