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시작하기 전에 고백할 게 있다. 나는 터치드 팬이다. 객관성을 유지하려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 실패하더라도 터치드는 정말 멋진 밴드라는 걸 의심치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 문장만에 벌써 실패한 건 아니라고도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커피 한 모금으로 용기를 충전하고 계속 글을 이어 나가보려 한다.
이어서 소개할 세 곡은 팬이 되기 전부터 알았고 당시에도 무척 좋아한 노래들이다. 사실 터치드의 음악성을 대표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지 않나 싶지만, 계속 고민만 하다간 이 글이 서랍 속에서 영영 잠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니 소위 '최애곡'이라는 느낌으로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최애곡의 최애곡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서서히 피치를 올리던 전자 기타가 준비를 마치면 경쾌한 휘슬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터치드의 <Stand Up!>은 지치고 기운이 없을 때 들으면 기분까지 밝아진다. 듣는 내내 힘이 나지만 특히 좋아하는 대목이 따로 있다.
아침 일기 예보 오늘 하루 맑음 아 그럼 내가 한번 구름 한 점이 돼볼까
'아침 일기 예보'에서 살금살금 다가오던 장난기가 한 번 디딤돌을 밟고 '구름 한 점이 돼볼까'로 뛰어오르는 흐름은 언제 들어도 짜릿하다. 한껏 지쳐 매사에 무감해져 있을 때조차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일상에서 문제를 좀 만들면 어떤가. 사건을 만드는 건 주인공의 특권인 것을.
마지막으로 소개할 <Shut Down>은 개인적으로 애정이 깊은 노래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주제를 담고 있고 한없이 흔들리던 시기에 지지대가 되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s enough as it is now 미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마 It's enough as it is now 미래의 날들을 남에게 주지 마
'아름다움'이라는 건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크게 위로가 되는 문장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낯선 것은 두려움을 동반하고 그걸 이해하는 과정은 수고롭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문장은 스스로에게 되뇌며 허물어지지 않을 믿음을 쌓아가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같은 말을 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다면 아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곡들을 비롯한 터치드의 노래들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것이 터치드를 좋아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그저 4명의 멤버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미래가 기대되고 자꾸만 궁금해진다.
어떤 시절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건 밤하늘에 별이 떠 있는 기분이다. 혹은 스냅샷을 보는 기분과도 비슷하다. 순수하게 좋은 감정을 담아두어 펼치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만다. 언젠가 지금 이 시기를 돌이켜 떠올렸을 때, 터치드는 분명 뺄 수 없을 만큼 밝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