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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탐험가 Sep 29. 2022

축제가 벌어지는 멕시코의 독립기념일



‘스페인어 사용 금지’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어학원들의 공통 규칙이다.

골드코스트에 오기 전엔 이렇게나 많은 남미 사람들이 골드코스트에 거주하고 있는 줄 몰랐고, 더불어 이렇게나 많은 남미 국가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지 알지 못했다. 멕시코, 칠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등...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지만 모두가 스페인어를 사용하여 대화를 나누었고, 이를 통해 스페인이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들이 참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중,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멕시코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우리나라의 광복절에 해당하는 공휴일이 있는데, 9월의 어느 날 멕시코 친구인 알프레도의 초대로 멕시코의 독립기념일 축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멕시코 독립 기념일을 맞이하여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작은 멕시칸 식당에 멕시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비록 가게 주인은 그리스인이지만...) 음식점에 모인 사람들은 멕시코 국기를 상징하는 색깔인 빨간색, 흰색, 초록색 옷을 입거나 멕시코 국기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이 자리가 결혼식 피로연이라도 되는 양 웃고 떠들며 마음껏 음식과 술을 즐겼다.



‘Viva Mexico!’


독립 기념일의 축제가 무척 즐거운 듯 서빙하는 내내 활기찬 미소를 띠던 종업원 하나가 건배사를 외치자 가게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며 축배를 들었다. 나 역시 작은 전갈 한 마리가 들어있는 멕시코산 독주를 한 잔 마시며 멕시코의 독립을 위한 축배에 잔을 더했다. 이미 200여 년 전에 광복을 하여 독립에 대한 역사와 기억이 희미하다 못해 전무한 세대이지만, 이곳에 모인 모두가 마치 근 과거에 광복을 맞이한 세대인 것처럼 멕시코의 독립을 축하하였다.


식당에서의 간단한 식사와 술자리가 이어진 후에는 어느 개인이 자신의 집에서 애프터 파티를 열었다. 사적인 파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체 모를 그분은 자신의 넓디넓은 2층 집의 대문을 활짝 열었고, 수많은 이들은 또 한 번의 축하 파티를 위해 그곳으로 모였다. 대도시에서는 독립 기념일을 위한 각종 행사들이 있지만, 골드코스트는 그렇지 못하기에 아쉬운 대로 이 대저택의 주인이 작은 애프터 파티를 마련한 것이다.


애프터 파티는 특별하면서도 아주 평범했다. 모르는 이의 집에 모인 이들은 각자 마실 맥주를 손에 쥐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멕시코 노래를 다 같이 따라 부르고 단체로 춤을 췄다. 그들이 정말로 ‘멕시코의 독립’ 이 기뻐서 이토록 즐거운 것인지, 아니면 여럿이 모여 축배를 들고 고향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전자면 어떻고 후자면 어떠하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운 것이라 할지라도, 멕시코인으로서 자국의 독립 기념을 ‘축제’로서 마음껏 즐기는 그들의 문화가 흥미로우면서 멋져 보였다.


고작 77년 전에 광복을 맞이했지만 이제는 국기 게양조차 잘하지 않는, 근 과거에 식민 지배의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나는 멕시코의 독립 기념일 문화가 참 부러웠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기억할 만큼 식민 지배는 아주 가까운 역사인 만큼, 그 치욕의 역사를 극복하고 고도의 발전을 이뤄낸 우리나라야 말로 멕시코처럼 독립을 기념하여 축제를 벌여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도 ‘흥’으로 따지자면 어디 가서 절대 빠지는 나라가 아닌데.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 광복의 날을 엄숙하게 여기기보다는 다 같이 진정으로 즐기며 기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달력 속의 여러 빨간 날 중 하나로 남기엔 우리의 광복의 날은 너무나 간절했던 통한의 역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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