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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탐험가 Oct 13. 2022

치킨 말고 '새' 어디까지 만나봤니?  

동물의 왕국, 호주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새들.


중학생 때 히치콕의 영화 <새>를 본 적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외부에서 온 이방인을 공격하는 새떼를 보여주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 영화를 본 이후로는 한 동안 비둘기 조차도 무서워서 조심조심 모든 새를 피해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나마 영화 속에서는 까마귀 정도의 새들이 주인공을 공격해서 다행이지. 히치콕 감독이 만약 호주에서 영화 <새>를 찍었더라면... 호.러.그.자.체.

몸집은 강아지만 하고 다리는 팔 척 귀신같은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왜냐?

식당의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아이비스. 밥은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지! ^^

 이유는 아이비스라 불리는  새가 바로 호주에서 가장 흔한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비스는 종종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녀서인지 쓰레기 새라는 별명이 있다던데,   번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비스를  적이 없었다. 대신 아이비스는 쓰레기통을 습격하지 않고,  앞에서 보란 듯이 식당의 야외 테라스를 기습함으로써 나에게 끔찍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우리 집 발코니에 날아든 앵무새

아이비스만큼이나 흔한 새 중에 하나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는 앵무새이다. 처음엔 어쩜 이렇게 예쁜 앵무새가 도시를 돌아다니고 발코니에 날아드는지, 이곳은 참으로 복 받은 곳이라며 앵무새들을 신기해하고 귀여워했는데. 사실은 이들 역시 아이비스 못지않은 도시의 골칫거리라 한다. 개인적으론 이들이 내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소음공해로는 어디 가서 지지 않을 녀석들이다. 이전에 친구의 집 뒤뜰에서 새 모이를 주니까 수십 마리의 앵무새가 모여든 적이 있는데, 정말 죽은 송장이 깨어날 만큼 앵무새 떼는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말이 많은 사람에 대한 비유를 ‘참새’가 아닌 ‘앵무새’로 대체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눈빛이 범상치 않은 펠리컨. 몸집 보소.

의외의 복병, 펠리컨이다. 호주는 이따만한 펠리컨도 그 커다란 날개로 펄럭펄럭 하늘을 날아재끼는 그런 나라이다. 실제로 펠리컨을 가까이서 보면 그 크기에 압도되어 생각보다 많이 무섭다. 그래도 생긴 게 무서워서 그렇지 성질이 이상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펠리컨은 성질이 포악한 위험한 새라고 한다. (호주에 사는 새들은 하나같이 성질머리들이 왜 그런지 원...) 특히 펠리컨은 작은 강아지 정도는 집어삼켜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호주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가 펠리컨을 마주친다면 절대주의해야만 한다.

흑조의 호수, 잘 보면 어미 흑조 주변에 여러 마리의 아기 흑조들이 보인다.

그리고, 호주에서 만난 가장 특별한 새는 바로... 흑조이다! 흑조를 처음 본 건, 어느 날 앤디와 함께 해질 녘 어둑어둑한 호숫가에 앉아 있을 때였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다가 우리 곁에 오길래 우리는 그것이 당연히 백조인 줄로만 알았다. 날이 많이 어두웠던 탓에 그 색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새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흑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내가 살면서 흑조를 다 보다니!!' 흑조를 발견한 당시의 나는 보물이라도 캐낸 듯 깜짝 놀랐었는데, 사실 흑조 역시 호주에서는 꽤나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새라고 한다. 그리고 들은 바대로, 나 역시 그 이후로 가끔씩 흑조를 마주칠 수 있었다. 흑조를 처음 봤을 때는 그것이 굉장히 특이한 종인줄로만 알고 나와 앤디는 소원까지 빌었는데, 이게 꽤나 흔한 녀석이라 그때의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보다.

공원을 거니는 공작새, 그리고 인도를 거니는 야생 칠면조

별의별 새들이 도시를 점령하다 보니,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공작새 정도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산책 중에 공원에서 공작새를 발견했을 때 나는 ‘엇, 공작새네...?’ 정도의 리액션을 했을 뿐, 그것이 아주 새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에서 밥을 먹다 거리를 보면 야생 칠면조가 인도를 따라 런웨이를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호주이기에... 공원에서 공작새를 발견하는 것은 마치 학교에서 학생을 마주치는 것과 같은 아주 당연한 느낌을 준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자연 동물원과도 같은 호주. 가끔은 정말이지 내가 동물원에 사는 것인지, 동물들이 내 세상에 사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호주에 살면 많은 동물, 특히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치킨 외엔 새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그것이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문득, 호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야밤에 하늘을 비행하던 새 한 마리를 발견했던 날이 떠오른다. “어머, 호주에선 한밤 중에도 새가 날아다녀?”라고 하던 나에게, 함께 있던 친구가 “저건 새가 아니라 박쥐야.”라고 알려주었다. 낮이고 밤이고 호주의 하늘은 잠잠할 날이 없다. 이곳은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 다이내믹 오스트레일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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