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아무 상관없는 지금 옆에서 기절하듯 자고 있는, 언제나 그리운 제 강아지 정방울입니다.
사실 생명복제 기술은 진즉 완성되었다.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든이 개구리를 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 1950년대부터 여러 가지 시도 후, 너무나 유명한 복제양 돌리부터, 유전자 가위가 등장하기 까지,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까지 완성 되었다.
2012년 일본의 의학자 야마나카는 ‘성숙하고 특화된 세포들이 인체의 세포 조직에서 자라날 수 있는 미성숙 세포로 재프로그램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 함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다시 말해, 세포의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포는 수정란부터 분화과정을 거치는데, 처음엔 똑같아 보이지만, 발생과정에서 역할을 부여받고, 우리의 몸을 이루는 손톱, 간 등의 각각의 기관들로 '분화'된다. 손톱이 간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이 세포의 시간들을 되돌려 그것이 가능하다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논문이다.
이후 일본의 과학자들은 야마나카의 방법으로 쥐의 피부세포로부터 난자를 만들어 이를 다시 새끼 쥐로 태어나도록 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이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니, 그동안 과학기술은 얼마나 더 발전했을까?
다만, 이 기술을 생명, 특히 인간에 적용하기엔 사회적 합의가 이르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 인간이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 등 때문에 생명 복제 기술은 논의를 시작하는 것 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물도 반려동물과, 가축, 야생동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가축에는 경제적인 논리가 개입된다. 즉, 우수한 품종을 생산하고, 열등한 품종은 퇴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수한 유전자를 조작하여, 그 개체만 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경제적 논리에 딱 들어맞는가?
최근에 한 유튜버가 죽었던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한 것을 공개했다.
사실, 나도 반려견 잔디를 보내고, 반려견 복제를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잔디를 보낸 상실감을 극복하려고, 양모펠트도 만들고, 반려견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소통을 하며 여러가지를 검색하다가 미국 텍사스의 비**이라는 회사를 알게되었다. 꽤 오래전부터 복제 기술의 지적 재산권을 가진 회사였다.
복제에 드는 비용은 개는 약 8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다. 꽤 비싼 가격임에도 약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수요가 높다.
반려견을 복제하기 위해선 우선 복제하고자 하는 강아지의 체세포를 채취해야한다. 이것이 아마 내 기억으로 반려견이 죽은지 3일에서 5일이내에 행해져야 한다.
그래서 잔디를 보내고 약 3일 동안은 정말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이 마음에 걸렸다.
대리출산을 할 동물의 난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하고, 채취했던 체세포를 삽입한다. 체세포가 삽입된 난자에 전기 자극을 주면 수정란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다시 대리출산을 할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 동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리출산을 할 동물'은 과연 어떤 아이일까?
내가 단지 너무나 그립다는 이유로 다른 잔디를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 그 아이는 난자 채취를 위해 얼마만큼의 호르몬 주사를 맞고, 어느 정도의 성공률로 난자를 채취하며, 그 난자중에 전기자극으로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것은 또 몇 개이며, 다시 자궁에 착상시키기 까진 어떤 고통을 받는 걸까?
복제견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 최소 10마리의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개들이 죽거나 버려지지 않는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우리에겐 생명을 도구로 사용할 권한이 없다.
내 동생이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가 몇 년동안 병원을 다니는 것만 봐도 정말 힘들어 보이던데, 이 동물들은 그야말로 '다른 개를 낳아주는 도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을텐데, 내가 그렇게 반대하며 욕하는 번식장과 무엇이 다른걸까?
이 강아지들을 위한 뭐 엄청난 산후조리원이라도 있을까?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고통을 당해야 하는 수많은 동물을 생각하며 이런 이기적인 생각은 접어두었다.
시간은 흘렀고, 잔디는 가루가 되어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았다.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을 슬픈 일은 맞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이다. 내가 몰티즈를 키우고 보냈다고 해서, 다시 같은 종을 입양하는 것은 그닥 위로가 되지 않는다. 강아지들도 (안키우는 사람에겐 놀랍게도) 사람처럼 같은 종일지라도 얼굴 생김새가 각각 다르다. 그래서 내새끼를 딱 알아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강아지는 아쉽게도 수명이 너무 짧다. 이제 좀 익숙해졌나 싶으면 중년령이 되어 있고, 이제 좀 장난꾸러기 모습을 벗어났네 싶으면 관절염이 오고, 노령성 질병을 갖게되는 노령견이 된다. 나는 이제야 사회생활도 하고, 경제적 기반도 잡혀 가는데, 우리 강아지는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더 잘해줄걸, 그때 더 같이 있어줄걸, 기다리라는 말은 조금 덜 할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들과 함께 하는 짧은 시간이 정말 아쉽다. 하루하루가 아깝다. 그 촉감, 그 눈빛, 그 발걸음. 모든 것이 그립다.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순리다.
내 경험에 비추어 반려견과의 이별이 아쉬운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너무나도 짧은 수명, 그리고 장례식과 같은 의식이 너무 짧아 일상으로 너무 빨리 복귀해야하는 것 때문에 '펫로스 증후군'이라 불리는 슬픔이 동반되는 것 같다.
혹시라도 반려견 복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이성적으로 말하자면 '후생유전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그 아무리 유전자가 똑같은 개체더라도 환경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개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자면 당신이 돌아왔다고 믿는 그 강아지는 예전의 그 강아지가 아니다.
우리는 슬픔을 받아들여야 한다.
용기 있게 슬픔을 직면하고, 우리 기억 속에서 꺼내 보는 걸로 만족해야한다.
내 강아지가 소중한만큼 다른 강아지들도 아주 귀한 생명이니까.
사람의 욕심으로 이유 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대리모견들을 기억하며.
*좀 더 관심이 있다면 iPS 세포 :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나 후생 유전학, 또는 야마나카의 논문, 그 이후의 논문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머리쓰는 일 없이 보려면 요즘 황우석 박사의 근황을 담은 다큐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그저 일상공개 정도일 뿐이지만(낙타 복제에 관해)
참고
- 뉴스웍스 "죽은 제 강아지와 다시 살고 싶어요"…미국, 애완견 복제 비용 6000만원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2288)
- BBC 코리아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사람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0817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