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빠 Nov 24. 2022

애들 발에 칼이 달린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집에 쌍둥이를 직접 데리러 간다.  


어린이집 벨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셋찌만 먼저 나왔다.

"둘찌는요?"

"곧 나올 거예요."

선생님이 대답하신다.

조금 뒤 둘찌가 맨발로 왔다.

밑도 끝도 없이 소리친다.


"선생님 때문이야!"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장황하게 설명해 주신다.

 

"양말에 구멍 나서 벗으려고 해서 추울 수 있으니 신고 있으라고 했는데 싫다고 해서, 벗어서 가방에 넣어 놓으라고 했는데, 가방에 넣어 놨는데, 가방에 넣어놓은 것을 못 찾았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깐 셋찌 가방에 넣어 두어서 이제 찾았는데,  둘찌가 선생님이 가방에 넣어놓으라고 해서 양말을 못 찾은 거라고 하네요. 하하하"

마무리는 호탕하게 웃으신다.


"아.. 네"

순식간에 말하시는 선생님 말씀에 당황하긴 했지만 상황은 다 이해됐다.

그동안 둘찌는 보는 앞에서 까맣게 변해버린 양말을 신고 있었다.

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양말이 남아나는 게 없네요."

"신나게 논다는 증거예요."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신다.


"어떤 부모님이 말씀하시는데

 '애들 발에 칼이 달린 것 같아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우와~ 정말 맞는 말 같다.

어쩜 양말에 구멍을 뚫는지...

양말을 다 신은 둘찌가 소리친다.

시커멓고 구명 뚫린 양말 밑바닥은 차마 너무 더러워서 못 올리겠다.


"선생님 때문에 양말을 못 찾아서 오늘 재미있게 못 놀았어요."

"에이~내가 재미있게 논 거 다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억지에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받아주신다.

기분 안 좋으실 법도 한데

지혜로운 선생님 대답으로 웃으며 나올 수 있었다.

그대로 집으로 가나 싶었지만 역시 그대로 못 간다.

어린이집 창문으로 친구들을 바로 보며 소리친다.

"00야 안녕~"

"응 안녕."

착한 친구들 친절히 대답도 해준다.


"선생님도 안녕~"

"응 잘 가."

아까 그 선생님이다.

아 민망하다.


"애들아 이제 진짜 가자!"

나의 언성이 높아진다.


참.. 헤어지기 참 힘들다.

늘 있는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상황도 소개해 보겠다.


어쩌다 친구도 같이 하원할 때

차에 타기 전까지 말한다.

둘찌: (손을 흔들며) 친구야~ 잘 가~

셋찌: (안타까워하며) 잘 가~


차를 탄 후에는 창문을 열며 친구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둘찌: (격렬하게 손을 흔들며) 친구야~ 잘 가~~~~

셋찌: (애절하게 손을 흔들며) 00야 잘 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하원할 때

일단 머리띠 먼저 챙긴다.

머리띠를 여기저기 돌려써서 찾기 바쁘다.

애들이 수군거린다.


"쌍둥이 아빠야~"

"쌍둥이 아빠네."

"누구세요?"

"어 누구누구 아빠야."

"누구세요?"

"어 누구누구 아빠야."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그 사이에 나는 여러 명의 아이들과 인사한다.

이제 둘찌, 셋찌의 인사 타임이다.


"00 안녕 XX안녕 ㅅㅅ 안녕~."

그리고 친구를 소개해준다.

"애가 00이야."

"애는 xx야."

"어 그래 이제 가자."

그 뒤로도 한참 인사한다.





왜 그러는 걸까?

내일 볼 건데 뭐가 그리 아쉬워서 헤어짐이 끝나지 않는 걸까.

신기할 따름이다.

이전 09화 불면증에 걸린 10살 아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