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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Nov 30. 2022

삼남매의 첫 외출

차조심, 개조심, 사람조심

주말 아침이었다.


"삐약삐약."

"멍멍"

내 새끼들이 일어났구나.  

전날엔 첫찌 학교 저녁 행사의 여파로 엄마 아빠는 기절해 있다.  

아이들도 저녁 늦게 들어와서 피곤하다고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체력만땅인 아이들이다. 부럽다.


첫찌가 좀이 쑤셔한다.

첫찌: 아빠 새로 생긴 무인문구점 갔다 오면 안 돼?

둘찌: 나도 따라 갈래!

셋찌: 나도!

첫찌: 저럴 줄 알았어.

나: 일단 점심 먹고 생각하자.



점심 이후로 시간을 미룬 뒤 다시 협상의 시간이 다가왔다.

나: 너네끼리 무인문구점 가면 둘찌, 셋찌가 흥분할 거야.

첫찌: 그래도 가고 싶은데.

둘찌: 나도 나도!


(이러쿵저러쿵 아이들과 협의 중)


첫찌: 아빠, 그럼 애들 데리고 곤충채집(채집 후 놔주기)하러 가도 돼?

나: 음.. 그럼 멀리 가지 말고 이 주변만 도는 거야.

첫찌, 둘찌, 셋찌 : 예~~~!!!!


셋이 나가기로 합의한 후 아내와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쌍둥이로 말할 것 같으면,

둘찌는 주변을 보지 않고 달린다. 

셋찌 아무에게나 안긴다.

공통으로는 아무한테나 말을 걸며,

모르는 언니, 오빠에게 드리대며, 자기를 이뻐할 것이라는 무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옷을 입히며 우리는 끊임없이 쌍둥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차조심, 개조심 개한테 함부로 다가가지 않기

2. 아무한테나 말 걸지 않기


주의점 이야기하며 옷 입히는데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이야기했다.

금방 돌아오겠지?


20분이 지났다.


"우당탕탕!"

"엄마 나왔어~!"

"뭐 주웠어!"


음... 그래 지 그럴 것 같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곧 아이들끼리 나가서 놀 날이 다가올까?

언젠가 독립하는 날도 오겠지?


이야기 한 김에 아이들이 '싫어'라고 말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싫어."

"시집가!"

"싫어"

"시집가!"

"싫어"

"시집가!"

"난 장가지!"


맨날 시집가!  빨리 독립해!라고 말하지만,

과연 난 아이들을 잘 떠나보낼 수 있을까?

결혼하거나 독립해서 나가 산다고 하면,

펑펑 울지는 않을까?

왠지 질척? 거리는 아빠가 될 것 같아 벌써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 독립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첫찌는 결혼 해도 모시고 산다고 한다.

(나도 싫지만 과연 너의 아내는...)

둘찌는 평생 엄마 아빠 옆에 있겠단다.

(그건 좀...)

셋찌는 엄마 아빠를 위해 농부가 되겠단다.

(효녀라 할 만 하지만 과연...)


그래 아직까지는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


첫 외출에 생각이 너무 멀리 뻗어나간 것 같다.

그래도 손주까지 가지 않았으니,

너무 멀리간 건 아니라고 혼자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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