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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Nov 22. 2022

불면증에 걸린 10살 아들(2)

문 잠그기

아들의 수면치료도 3개월이 되어간다.

처음 알약을 복용할 때만 해도 먹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다.

삼키는 것 자체가 안되 물을 많이 먹기도 하고

여러 번 시도 끝에 간신히 먹었다.  

문제는 약 먹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정신과 약이 그렇듯, 아이에게 처방된 약도 부작용과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아들은 약을 복용하고

처음에는 강하게 자극이 왔는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워하기도 하고,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하였다.

내가 겪었던 것을 고작 10살 아이가 느끼는 것에

안쓰러웠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약을 늘려가며 적응기를 거쳤다

다행히 아들은 3알이나 되는 약을 꿀꺽꿀꺽 잘 삼켜 먹는다.

기특하기도 하고, 여전히 안쓰럽기도 하다.

약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일은 없는 듯하다.

수면의 질이 나아져 짜증도 줄어들고 점차 약발이 듣는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찾아오는 것은 횟수가 줄 뿐 계속되었다.



 

어느 날 의사 선생님께서 새로운 제의를 하셨다.


"오면 돌려보내세요"

"새벽에 몰래 들어와서 자다 보면 옆에 있어요."

"그럼 문을 잠그세요."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요. 무의식 중에 계속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찾아오는 것이에요. 몇 번 왔다가 되돌아가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거예요."


머리를 '뎅' 치는 느낌을 받았다.

문을 잠그는 행위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 여겨졌었다.

그러고 보니 10살 아이를 너무 아기로 생각했던 것 같다.

진료받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말을 하였다.


"의사 선생님이 문 잠그래."

"엥. 그건 싫은데."

"그게 너의 수면에 도움이 된데."

당연히 싫어하긴 하였지만, 엄청난 거부감은 아니었다.


문 잠그는 문고리가 고장 나서 당장 실행할 수 없기도 했었다.  문이 잠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아들에게 말을 하고 문을 잠그는 날이 다가왔다. 

두둥! 긴장된다


첫째 날.

아들은 여러 번 깼다며 시간을 나열한다.

1시 2시 4시 5시 그러다 5시 반에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기특하다 혼자 자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둘째 날.

2시 4시에만 깼다고 좋아했다.


셋째 날.

6시에 깨서 왔다.


넷째 날.

6시에 깨서 왔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문을 잠그는 것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보다니,


현재 잠그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아들은 일주일에 3~5일 정도는 오지 않는다.

그날 컨디션 등에 따라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다.

아직 다 치료된 것은 아니지만, 이게 어디인가.   


1년에 1~2번 안 찾아오는 것에서 일주일 3~5일을 안 찾아온다니!

오~예!  

 



이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단지 피로감만 조금 줄었다.

(만성피로는.. 언제쯤...)


정신과 약을 먹이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언젠가 불면증이 치료되고, 이 약도 끊을 날이 오겠지?


아들이 불면증이라는 터널에서 벗어나,

평균보다 큰 키!(모든 부모의 바람)

쉽게 흥분하지 태도(나아지고 있다.)

긴장감이 낮아져서 어깨가 안 뭉치는 몸

(긴장감은 내려간 것 같은데 어깨는 여전히 뭉쳐있다.)

피곤하지 않은 눈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피곤한 눈으로 날아다닌다.)


그런 아들이 되길 소망해 본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나.

그래 나는 욕심 많은 아빠이다.


오래도록 숙면을 못한 아이라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고는 했다.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답이란 걸 알지만


어서 아들의 불면증이 해결되어

 '불면증에 걸린 10살 아들(3)' 은 완치와

숙면하는 아들로 글을 쓰길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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