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주가 지나고, 센터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서있었던 짧은 몇 초간 몸은 필라테스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다. 새로운 레슨을 받게 되면서 달라진 점은 일상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신체에서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나에게는 상체가 그러했다.
한 번도 얇아본 적 없는 몸이지만 특히 복부와 팔에 살이 더 잘 붙는 느낌이었다. 출산 이후에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만 같은 복부를 바라보며 딱히 무얼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는 것도 난해했다. 그리고 2차 성장이 시작되면서 자신감 넘치는 자세와 거리가 먼 C커브의 등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몸은 인지했다.
필라테스 스탠스가 복부는 쏙 집어넣고, 다리는 무릎이 바깥을 향하게 하며 발모양을 브이로 만드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 상체까지 이어져 올라왔다. 날개뼈를 모으고 손끝은 더 아래로 찌르는 내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니 귀와 어깨가 한껏 멀어져 있어 목이 시원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매트에서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다. 유산소 운동인 것 같은 헌드레드와 무산소 운동인듯한 복부시리즈를 지나고 조금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스파인 스트레치 포워드(spine stretch forward) 동작이 시작되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으로 천천히 횟수를 채우며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가 싶었다.
몸은 'ㄴ'이 되어 앉아있는데 강사님은 경추, 흉추, 요추 각 뼈에 핸즈온을 해주시며 큐잉은 시작되었다.
"뽑으세요! 여기가 느껴지시나요?"
"글쎄요....."
오랜 기간 긴장된 근육과 통증 부분으로 기립자세에서의 척추곡선을 건강한 S자모양으로 되돌리려는 과정이었다. 그동안 살에 파묻혀 있어 보이지 않았던 척추 뼈 하나하나를 다시 느껴보려는 노력은 지난날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지기도 했다.
몇 시간이고 요령 없이 아기를 안고 있던 나날들. 쿠션 위에 눕힌 아기에게 최대한 수유하려 몸을 숙이고 한쪽으로 기울여가며 부동의 자세로 있었던 나날들. 아기와 놀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자세를 낮추고, 쭈그리고 있던 자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후회되지도 않고, 지난날들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령 없던 그런 날들이 있어 아이들은 그래도 성장해 있고, 나는 이제라도 알아차렸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씩 있는 척추 중 2차 만곡(경추와 요추)은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앞으로 뻗은 손과 등으로 향하는 척추를 반대방향으로 밀어내며 정신없이 땀을 흘리는데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사님께서 감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하고 말았다.
"재미는 있는데 제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회원이 블랙홀을 지나고 있다는 답변에 강사님은 우주선의 키를 쥐고 있는 분 같았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때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남자주인공(스물다섯)과 사랑인 줄 모른 채 무지개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마냥 응원하는 여자주인공(스물하나)을 두고 비아냥거리는 전 남자친구에게 사이다를 날라는 장면이었다.
"걔가 지금 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몰라도 돼."
"내가 아니까."
이날도 레슨의 끝은 필라테스 스탠스. 마무리 큐잉은 지난번보다 훨씬 직관적이었다.
"날개뼈를 모으고 아래로 박으세요!"
어깨는 펴지고 몸은 자꾸만 뒤로 기우는 느낌을 받으며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