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때려잡는 강사

by 쥐방울

필라테스 센터에 처음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했던 날이 떠오른다. 짧은 운동경력과 출산경력(제왕절개와 자연분만), 복용 중인 약이나 질병(통증) 유무를 확인하고 등록을 진행했다. 이후 앞으로 함께할 필라테스 강사를 대면했고, 상담을 진행했던 원장님은 강사분께 한마디로 나의 상담내용을 인계하셨다.


"이분 어서 파워하우스를 장착해 드리세요."


그렇게 알게 된 단어 파워하우스. 파워(power)도 알고, 하우스(house)도 알겠는데 파워하우스란 무엇일까 떠올려보지만 몸을 움직이는 동안 생각은 사치일 뿐이다. 운동 후 맨 정신에 알아낸 파워하우스는 조셉 필라테스가 말한 개념으로 우리 몸에서 중심이 되는 곳, '코어'를 의미했다.


"필라테스에서 파워하우스의 핵심 근육은 바로 복횡근과 골반기저근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조셉 필라테스는 파워하우스에 대해서 특정 근육을 지칭한 적이 없습니다. 파워하우스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에요. 복근 4개 중에 복횡근만 따로 강화할 수 없다는 것과 파워하우스가 단순히 몇 개의 근육만을 지칭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회원님들도 꼭 아셨으면 합니다.
- 김다은, ⌜필라테스로 배우는 근육의 세계⌟, 시대인(2022), p24


필라테스를 1년 이상 경험해 본 여성으로서 파워하우스하면 떠오르는 세 파트가 있다. 복근(복직근, 외복사근, 내복사근, 복횡근)과 기립근(다열근, 척추기립근) 그리고 둔근(대둔근, 중둔근, 소둔근)이 어느 학회에서도 말한 적 없지만 매우 주관적으로 느껴진 파워하우스였다.


여전히 근육보다는 피하지방이 더 많아 보이는 복부이지만 복근 덕분에 체력이 이전보다 더 짱짱해짐을 느낀다. 복근보다 4배나 큰 부피를 차지하는 기립근 덕분에 허리에 느껴지던 통증도 한시름 덜게 되었고, 둔근의 장착 덕분에 서서 오랫동안 설거지를 해도 발바닥이 타들어가던 느낌은 이제 거의 희미해졌다.


초등학생 때 어학원 원어민 선생님으로부터 skip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게 되고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몇 년을 아는 척 애매하게 지내왔다. 성인이 되어서야 skip이라는 뜻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지만 파워하우스는 달랐다. 해부학 공부 시간이 아님에도 몸을 움직이면서 직접 파워하우스가 무엇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도 레슨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땀은 펑펑 샘솟았으며 팔과 다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파워하우스가 뭔지는 알겠으나 앞으로 얼마나 더 갈길이 멀었을까 심히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몸도 마음도 털린 순간 무언가 가능성을 발견하신 강사님의 한마디는 충격적이었다.


"앞으로 파워하우스가 10배는 더 강해지실 수 있어요!"


그동안의 짧은 운동경력, 다양한 출산경력이 있지만 가장 긴 경력은 지금까지 이 몸으로 살아온 경력이다. 비키니룩이나 바디프로필을 촬영한 사람들이 부러웠던 때는 운동을 안 해봤을 때나 상상했던 것이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지속할수록 그분들의 강도와 꾸준함은 감히 위대하기에 나에겐 전혀 부러움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가능성을 말씀하시는 강사분은 파워하우스가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강사님은 힘이 얼마나 세신가요?"

"저는 소도 때려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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