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운동합니다."
"무슨 운동하시는데요?"
"필라테스요."
"그거 너무 힘들지 않아요?"
사실 그렇다. 필라테스라는 운동이 힘들지 않다는 것은 거짓일 확률이 높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게 되면 안 쓰던 근육이 쓰임으로써 근육통은 물론이고 심하면 두통이라는 후폭풍까지 겪게 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하면 할수록 몸에 대한 감도가 더 높아져서 또 새로운 힘듦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 후의 오늘도 어찌 해냈다는 쾌감과 미세하게 변화되고 있는 몸을 스스로 알아가는 것에 실로 놀라움을 느끼며 출석 도장을 찍는다. 몸이 놀라지 않게 매트에 누워 땅콩볼로 경추부터 흉추를 지나 요추까지 근막을 이완하며 몸을 쭉쭉 늘여준 뒤 본격적으로 몸이 따끈해지는 복부시리즈가 시작된다.
복부시리즈 중 크리스크로스(Criss Cross)라는 동작은 누워서 명치를 뒤로 누르고 그 윗부분은 다 들어 올린 채 한쪽다리를 중앙으로 뻗으며 가슴 전체를 돌리는 동작이다.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무릎이 만나는 순간 오른쪽 다리를 쭉 뻗는데 방향이 몸의 중앙에 잘 오지 않으면 여지없이 큐잉이 들려온다.
"고관절을 눌러보세요."
대충 하려던 게 들통나는 순간이다. 그제야 나는 필라테스 동작의 효과를 높이는 키콘셉트를 떠올리며 엉덩뼈와 대퇴골이 이어지는 부분을 꾹 눌렀다. 한 동작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애쓰는 것은 얼굴색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노르스름한 얼굴에서 점점 붉어지는 홍당무가 되면 100% 풀파워 발휘 중이라는 것이다.
동작이 끝난 후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난도가 있는 동작을 할 때, 호흡의 다양한 조절이 어려워지면 나도 모르게 호흡을 참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어쩌다 호흡에 집중 타깃이 된 날에는 헌드레드(Hundred) 동작을 10 카운트로 해보기도 했다.
다리와 복부, 팔에 키콘셉트를 떠올리며 5번 마시고 5번 내쉬기를 10번 반복하여 100초가량 걸리기에 붙여진 이름 헌드레드. 몸을 최대로 부풀렸다가 호흡을 내쉬기를 반복했다. 평소 5초 동안 들이마시던 것을 10초로 바꾸니 복부에 숨어있던 지방을 마주하며 다시 만삭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호흡을 내뱉을 때는 배꼽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등뒤로 달라붙지 않는 평범한 모습을 보이다가 들이쉴 때만 검은 북극곰이 되는 내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동작을 주문한 다음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인자하게 바라보고 있던 강사님과도 눈이 마주치며 서로를 웃기고 말았다.
전신 중에서도 특히 상체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하체에 집중할 시간이 찾아왔다. 사이드킥시리즈(Side Kick Series)의 업 앤 다운(Up and Down)은 몸을 옆으로 누워 한 다리만 깃털처럼 가볍게 차 올리고 발 끝은 최대한 멀리 뻗으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동작이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힘은 부족한 것 같고, 다리는 점점 무겁게만 느껴져서 다리가 스스로 귀 옆까지 가까이 오지 않아 자기 효능감마저 떨어지고 있었다. 이때 '그건 어렵군요...'라는 반응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들려오던 말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멘트였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스스로를 믿고 문제를 해결하며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는데 이런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주위의 격려와 확신을 가진 응원이 없었다면 다음번 운동을 지속할 수도 없고, 운동 이후의 시간들도 우울한 상태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갖은 핑계를 대서도 피하고 싶은 운동시간을 이어올 수 있는데 공을 세운 것은 단연코 유머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작을 하는 동안 강사가 그저 시험 감독관처럼 경직된 모습으로 지켜보기만 했다면 공기마저 차가운 분위기에 결제한 횟수도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마음도 잠시 잊게 해 주기 위해 찾아서 보는 예능프로그램은 시청할 때만 즐겁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마음은 식어버린다. 몸이 따끈해지는 동작을 하며 배가 출렁일 정도로 웃음이 빵 터지는 유머가 함께 있어 마음도 같이 데워지는 것 같다. 모두의 일상이 유머로 둘러싸여 마음이 뾰족해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