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60대, 70대 모임이 있었다. 동네 모임이다. 같은 연습장에서 운동하며 친해진 분들이다. 40대부터 만난 모임인데 어느새 나이가 이렇게 되었다. 예전에는 매월 날짜를 정해서 한 번씩 만났는데, 중간에 아프신 분도 있고 이사 간 분도 있어서 모임이 흐지부지되어 정기 모임이 없어졌다. 모임의 동생이 집에 꽃이 예쁘게 피었다며 점심에 고기나 구워 먹자고 집으로 초대했다. 시간이 되는 네 명이 가게 되었다.
몇 년 전에 한 번 다녀오긴 했는데 마당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잔디는 관리하기 어려워서 잔디를 거둬내고 작은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온통 꽃 동네였다. 화분에 심긴 것도 있었고 마당 주변에 심긴 식물도 많았다. 특히 매발톱, 금낭화, 할미꽃 등 야생화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어림잡아도 100여 종은 훨씬 넘을 듯했다. 마치 야생화 식물원에 온 것 같았다.
마당에 마련된 식탁에 음식을 차려서점심을먹었다. 음식도 머위장아찌, 오가피 장아찌, 매실 장아찌, 오이지 등 직접 담근 것이었다. 머위는 뒷마당에서 키운 여린 잎으로 담가서 정말 맛있었다. 한 분이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가지고 오셔서 고기와 싸서 먹었는데 너무 부드러웠다. 나는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가 아직 싱싱하고 맛있어서 한 포기 썰어서 가지고 갔다. 더군다나 5월이라 꽃이 많이 피어서 꽃정원에 앉아서 먹으니 분위기 자체로 맛있었다.
나이 들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나이 들고 보니 늘 대화가 노후 생활에 관한 거다.늘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나이 들면 건강이 최고이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자는 이야기다. 오늘 모인 다섯 명 중에 오늘 초대해 준 한 명만 주택이고 나머지 네 명은 주변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모두 정원의 꽃을 보고 감탄하며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이 들면 관리하기 힘들겠다고 하였다.
물론 식물을 좋아하고 아직 젊은 동생이니 이렇게 예쁘게 가꿀 수 있을 거라며 모두 자신이없다고 하였다.아파트 베란다에서 반려 식물을 많이 키우는 나조차도 이렇게 정원에 많은 식물을 가꾸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 화분 하나하나가 시든 잎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소나무 등 나무류도 전지가 잘 되어 있었다. 나무 전지는 남편분이 직접 하신다고 했다.
왼쪽 위 장미, 설란 아래쪽은 왼쪽부터 동자꽃, 인동초
그럼 노후에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 여쭈어보았다.
"그냥 살던 곳이 익숙하고 좋지."
"저도 그래요. 새로운 곳에 가면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냥 살던 곳이 좋아요."
70대인 맏언니 말에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하셨다.
이곳처럼 꽃 가꾸며 살 수 있는 전원주택도 좋긴 한데 이곳은 외출하려면 차가 있어야 해서 나이 들면 조금 불편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이 들면 운전하기 어려우니 지하철역 가까운 곳이 좋겠다고들 했다. 가장 최근에 이사하신60대 후반인 분이 이사 올 때 고려했던 것을 말해주었다.
첫째, 아파트 주변에 낮은 산이나 공원이 있어서 운동(걷기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둘째, 나이 들면 운전이 어려우니 지하철이 가까워 서울 등 가고 싶은 곳을 편하게 갈 수 있고 셋째, 아플 때 바로 갈 수 있는 종합병원이나 조금 큰 병원이 가까이 있고 넷째, 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뇌를 깨워 치매를 예방하고 싶었어
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찾으러 많은 곳을 다녔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지어진 지는 좀 오래되었으나 딱 맞는 조건의 아파트를 찾아서 이사하셨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이사는 가지 않을 거고 이사한 아파트에서 70대 남편과 건강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셨다. 다음에는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하셨다.
우리 아파트와 이어진 근린 공원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사는 우리 아파트가 그 조건에 비슷하게 맞았다. 너무 한 곳에 오래 살아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래 살아서 익숙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대인 남편도 옆에 아파트와 이어진 동산과 근린공원도 있고 아파트 입구에 인천 2호선 지하철역이 있고 종합병원도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으니 우리 아파트가 노인 둘이 살기에 가장 좋은 아파트라고 맞장구를 쳤다.
나는 이 조건 외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아들 며느리 손자와 가까이 살고 싶은 소원이 있다. 아들 둘이 장가가서 분가해 살고 있는데 작은 아들네는 다행히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 자주 만나니 맛있는 반찬을 해서 보낼 수도 있고 손자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큰아들네는 조금 멀리 살아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20개월 된 손자를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만날 때마다 낯을 가려서 어색하다. 하지만 아들네도 일이 있으니 생각대로 가까이 사는 것이 어려워 늘 아쉽다.
나이 들면 생각이 다 비슷해진다
지난 2월에 친정엄마 기일에 만났던 남동생 이야기도 생각난다. 남동생은 지금 60대 초반이다. 남동생은 서울에서 살다가 홍천 내면 산골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지대가 높아서 스위스 알프스산도 부럽지 않을 만큼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산골이다. 그 당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올케와 의논하여 내려갔는데 나이 들면 고향인 강릉으로 다시 이사해야겠다고 했다.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풍경도 아름답지만, 너무 산골이다 보니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려워 거의 고립되어 사니 혹시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걱정이라고 했다. 당장 집을 팔고 이사하긴 어려워서 일흔 살 되기 전에 계획을 세워서 강릉에 아파트를 사서 노후를 보내야겠다고 했다.
동생네 집(오른쪽은 트리 하우스)
이번 주 화요일에도 2년 전에 이사하신 60대 후반 지인이 초대해 주셔서 강화도에 다녀왔다. 나도 나이 들고 보니 모임분들이 6, 70대 분이 대부분이다. 강화도에 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고 텃밭도 가꾸며 산다. 집도 성격처럼 예쁘게 꾸며 놓았다.야생화 꽃밭도 만들고 텃밭에 감자와 상추도 심어 놓았다. 집 마당에는 감나무와 소나무 등 나무가 많아서 집이 숲 속에 있는 것 같았다.집이 작은 것은 마음에 들었는데 집 주변 땅이 넓어서 관리하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강화도에 사실 건지 여쭈어보았다.
"지금부터 5년이 맥시멈이라고 생각해."
"5년은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75세까지는 괜찮을 거 같은데요."
강화도에 사시는 분은 지금 만 67세이다. 매일이 풀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바다도 보이고 전망도 좋은데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셨다.
그러며 옆집에 70대, 80대 어르신이 사시는데 갑자기 아플까 봐 무섭기도 하고, 집 관리도 힘들다고 하신단다. 이사 가고 싶어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서 걱정이 많다고 하신단다. 우리처럼 가끔 전원주택에 놀러 오면 부럽기도 하고 좋은데 나이 들면 걱정이 되나보다.
나이 들면 어떤 집에 사는 것이 좋은지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형편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나이 들면 병원 가까운 곳에 사는 거다. 오늘 만난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70대까지는 이런 전원주택도 좋은데 80대부터는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다. 아파트에 살던지 전원주택에 살든지 늘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고다짐하며 헤어졌다.
요즘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주거 공간도 등장했다. 나이 들면 식사도 문제이고 이야기할 대상도 필요하기에 어르신 맞춤형 공동주택이나 실버타운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아파트에서 음식 서비스를 해 주는 곳도 있다.
'나이 들면 어디서 살 것인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고민이다. 각자의 형편에 맞는 곳을 찾아서 노후에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이번 주는 여행도 오고 목요일은 현충일로 노인 복지관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제가 오마이 뉴스 기자 중 시니어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의뢰받고 송고한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는 에디터들이 오마이뉴스에 맞게 제목과 내용을 편집해 줍니다. 그래서 제목도 조금 다르고 내용도 약간 차이 납니다.
이 기사가 오마이 뉴스 메인에 배치되어 조회수가 6월 10일12만이 넘었고, 추천도 180건이 넘는 인기글이 되었어요.나이 들면 저처럼 어디에서 살 지 고민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