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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 시합

동시

by 유미래 Jan 02. 2025
피구공



피구 시합



"자, 지우야, 공 받아!"

예준이가 공을

힘차게 던진다


공은 아쉽게

반대편으로

떼구루루 굴러간다


공을 피해

구석으로 몰렸던 아이들이 흩어진다


"승재, 죽었어."

죽은 아이들이

하나둘 선 밖으로 나가고

두 명만 남았다


다시 시작이다

던지고 또 던져도

얄밉게

공을 피해 도망간다


피구 시합은

끝날 줄 모르고

아이들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12월 말에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초등학교에 시간 강사로 나갔었다.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가는 곳이라 좋았다. 담임선생님께서 병가를 냈기 때문이다. 4학년이었는데 학습태도와 생활태도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며칠 동안 잘 지냈다. 퇴직하고 가끔 학교에 나가는 건 '이것도 봉사지.' 하는 마음으로 나가기에 즐겁다.


육 시간에 강당에서 피구를 하는데 학생들이 재미있어했다. 피구공은 다칠까 봐 아프지 않은 고무공으로 했다. 한 명 남을 때까지 하는 규칙을 정했는데 두 명 남은 여자 아이들이 공을 어찌나 잘 피하는지 죽지 않았다. 결국 공을 하나 더 투입하여 끝났다. 오늘 시합은 1대 1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늘 이런 시합이 끝나면 싸우기도 하며 다툼이 있는데 사전 교육을 실시했음에도 의욕이 강한 학생이 한 친구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여 남아서 사과하고 사과를 받아주며 끝났다. 학교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어서 늘 조심스럽다. 늘 신경을 써야 하기에 잠시도 한눈 팔 수 없다. 그래도 학교에 나가는 건 삶에 활력이 된다.


체육 시간에 피구 시합했던 것이 생각나 동시로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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