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게 해 줄 수 있었다면.
딸꾹질: 불수의적인 횡격막 수축에 의하여 숨을 쉬고자 하나 갑자기 성문이 닫혀 특징적인 소리를 내는 것
관련 질병: 심리적 요인, 원인 불명의 중추신경계의 감염, 뇌종양, 요독증, 폐렴, 폐종양, 심낭염, 횡격막하 농양, 간염, 췌장염, 췌장암
[네이버 지식백과] 딸꾹질 [hiccup]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 병원)
아빠는 뇌종양이 발견되기 이전에도 유난히 딸꾹질을 자주 해서 힘들어하시곤 했다. 그래서 엄마는 민간요법으로 감꼭지 말려놓은 약재를 사다가 끓여 드리기도 했는데 그건 그렇게 큰 도움은 되지 못했었다. 우리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신통한 방법이 있지는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딸꾹질이 계속되었으나 사실 나는 딸꾹질이 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조금만 참으면 금방 멈추겠지. 그 딸꾹질이 뇌종양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었다.
어느 날 뇌종양 때문에 거동이 힘들어지셨었던 아빠는 한밤중에 화장실에서 넘어지셨다. 넘어지지 마시라고 화장실에 설치해 놓은 봉 때문에 더 심하게 다치실 줄이야. 아빠가 괜찮다고 하셔서 우리는 조금 놀라신 줄로만 알았었다. 그리고 나의 공포의 날은 그다음 날 찾아왔다.
그날은 엄마가 잠시 외출을 하셨었다. (엄마는 외출을 잘하시지 않았는데 마침, 그날 외출을 하셨고, 꼭 엄마가 없을 때에 일이 생기곤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없었다. 아빠는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사람처럼 소파에 눈을 감고 앉아계셨다. 나도 이럴 때에는 아빠를 가만히 두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내가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아빠가 나를 다급하게 찾으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가슴이 덜컥했다. 나를 부르시는 아빠의 목소리가 다른 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달려 나가 보니 아빠는 너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딸꾹질을 하고 계셨다. 넘어지셨을 때 다치신 것 같은 가슴 쪽이 너무 아프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딸꾹질을 멈추는 수십 가지 방법에 대해 검색했고 생각해냈다. 물도 떠드리고 등도 쓸어드리고, 숨도 참아보시게 하고. 그런데 아빠는 계속 점점 더 아프시다고 하기 시작하셨다.
“신애야, 이것 좀 멈춰다오.”
아빠는 거의 절규하듯이 외치셨다. 나는 당황과 공포에 휩싸였다. 아빠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처음으로 나에게 뭔가를 부탁하시고 저렇게까지 괴로워하고 있는데, 나는 최고로 무능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딸꾹질을 어떻게 멈추지? 나는 격렬하게 생각했다. 생각해 내야 해. 생각해 내야만 한다. 나의 뇌는 과부하로 거의 정지할 것 같았다.
세상에 이런 걸 전화로 물어보면 답변해줄 의사가 있을까마는 감사하게도 우리 사촌 오빠는 그 전화를 받아주었다. 나의 황당한 “오빠, 딸꾹질을.... 어떻게 멈춰? 좀 도와줘.”라는 나의 요청에 오빠는 차분하게 사탕을 드려보라던지 꿀을 물고 계시게 해 보라고 계속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오빠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지시를 따라서 그대로 해보았다. 오빠가 시킨 방법은 확실히 나의 방법보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공포의 딸꾹질은 정말 잠시 멈출 뿐이었다. 아빠의 고통은 잠시만 멈출 뿐 금방 다시 시작되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도 고통이 드문드문 멈추니까 아빠는 안정을 조금씩 회복하셨다. 좀 긴장을 풀고 소파에 기대앉으신 아빠는 딸꾹질이 진정이 되며 잠이 드셨다. 하지만 이내 딸꾹질을 하며 깨어나셨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말을 이런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후에 알았는데 아빠는 넘어지시면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금이 간 것만 6군데라고 했다. 그러니 딸꾹질로 온 몸이 흔들리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이 또한 딸꾹질이 공포로 남아있다. 나도 갑자기 맵거나 뜨거운 것을 먹으면 딸꾹질은 하곤 한다. 그러면 그날의 일이 생각이 난다. 이제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무력감과 그 공포가 막연히 느껴져 온다.
아빠가 처음으로 내게 도와달라고 외치셨고 그 순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그때가 생각나서 나는 딸꾹질을 하며 다시금 절망을 떠올린다.
(아빠와의 화해)
아빠, 아빠가 그렇게 괴로워하셨을 때 정작 아무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때의 무력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정말 어떻게라도 해드리고 싶었어요. 아빠, 이제는 이해해 주실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