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화해해요, 우리.
살아야지. 살아내야지.
후회만 하고 있으면 뭐해.
써버리고, 내 마음속에서 사과하고, 내 마음속으로 이해하고.
비록 지금 아빠가 여기에서 들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다 후회해. 우리에게 시간이 더 있었어도 후회할 일은 남았을 거야.
그러니까 화해하자. 화해해내 보자. 살아야 하니까.
-김신애(2022)
“신애야, 얼른 와야 할 것 같아.”
전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흐느낌과 함께 들려왔다.
나는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아이가 평화스럽게 하품을 하며 걸어 나왔다. 그 평화스러운 모습은 나의 마음속 풍경과 대비되어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내었다.
우리가 병원에 헐떡이며 도착했을 때 병실에서는 아빠가 힘겹게 숨을 겨우겨우 쉬고 있었다.
‘나를 기다렸구나.’
나는 미안했다. 저렇게 숨을 꺼억꺼억 쉬면서도 쉬러 떠나지도 못하고 딸자식과 손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빠, 이제 편히 가요. 천국에는 아픔이 없대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편히 쉬어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나는 최대한 울먹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아빠의 손을 쓰다듬었다. 내가 안고 있었던 아이는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가 어두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몸을 뒤척였다. 그토록 따랐던 하비의 모습도 낯설어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숨을 몰아쉬는 하비의 얼굴에 뽀뽀를 쪽 했다.
아빠는 그 후로도 허덕거리며 한참을 버티셨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숨을 내쉬시면서 숨을 거두셨다.
‘고생하셨어요.’
더 이상은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단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을 뿐이다.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아직 아빠랑 아무 말도 못 했구나. 이제 영영 늦어버린 거구나.'
그 후 오랜 시간을 힘들어하면서 나는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힘든 것인지를 알아내려 했다. 그리고 나는 아빠와 화해를 못했다는 것이 내 마음을 너무나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나는 이런 상태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건가? 세월이 흐르면 잊힌다던데 그러면 세월을 그저 흘려보내며 괴로움이 잊히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까?
그러다가 나는 갑자기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 내 마음속에서 해보는 거야, 그 화해를.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아빠, 화해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