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에는 배우고 싶지 않았는데 억지로 배우고, 그 후에는 배우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배우고 싶은 것들을 다 배우지 못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시간이 나면 많은 것들을 배우러 다녔다. 라틴댄스를 배우러 다니고, 태보를 배우러 다녔다. 복싱도 배우러 갔었다. 대안학교에 가보고 미국에 캠프 카운슬러로 일하러 가보기도 했다.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었고, 피아노도 어른이 되어 다시 배우러 다녔었다. 영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영어뮤지컬을 배우러 다녔고, 숙대에서 테솔 자격증을 땄다. 서울시에서 하는 초등영어교사 연수도 마치고 자격증도 받았었다. 한국어를 가르치겠다고 외대에서 과정을 듣기도 했다. 벨리댄스, 요가도 엄청나게 진지하게 배우러 다녔었다. 요가는 배울 때는 하루에 몇 클래스씩 나가서 선생님께서 나에게 요가 강사를 목표로 하고 있냐고 물어보셨었다.
나에게는 명품백은 필요 없었는지 몰라도 나는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배우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고, 나는 아직도 많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때때로 아이에게 뭐를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자기는 놀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즐겁게 노래하듯이 대답한다.
“오 그래? 잘됐다. 너 대신 내가 배우면 되겠다.”
내가 피아노를 배울 때에는 하루에 5시간씩 연습을 하고 중국어를 배우면 새벽부터 잘 때까지 중국어를 하니까 아이가 나에게 다음에는 뭐를 배우고 싶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나 요즘에는 첼로가 배우고 싶더라. 이렇게 안고 켜면 몸에 선율이 느껴진대.”
그랬더니 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혹시 첼로 사서 집에서 연습할 거야?”
나는 아이를 안심시킨다.
“아냐, 우선은 가서 빌려서 연습할 거야. 막상 샀는데, 나하고 안 맞으면 어떻게 해. 가서 몇 달은 배워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