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음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하루종일 육아로 보냈다

by 메트로브러리

주말부터 아이가 고열로 아내랑 나 셋 모두 고생이 많은 요즘, 그제 밤에서 어제 새벽까지 거의 2시간마다 아이가 울어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답답한 건 이번엔 아이가 무엇때문에 우는지를 모르겠다. 분명 졸린 것 같은데 마음놓고 자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마음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무엇이 불안했을까?


그렇게 어제도 아침까지 시체처럼 잠들었다. 어쩌면 아내랑 내가 침대에 녹초가 되어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할 때면 표정이 활기차고 밝지만 아내를 보면 아이는 운다.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집안일만 하느라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걸까?


그래서인지 어제는 유독 아이가 틈만 나면 우는 것 같은데 아빠인 내가 달래주는 것으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밤에 잘 때와 더불어 어제도 유독 내 손으로 아이의 울음과 기분이 달래지지 않았나보다.


이앓이일까? 배고픈걸까? 아님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온갖 걱정을 하는데 어제는 마침 휴일이어서 하루종일 내가 육아를 전담하고 아내는 집안일을 담당하였다. 그 와중에 어제 처음으로 히히호호라는 미술 수업을 집에서 진행하였는데 선생님께서 방문하신다. 지금 우리 아이 또래사이에서는 인기있는 미술수업이 히히호호로 문화센터 선생님도 유명하다고 말씀하신다.


솔직히 아이가 지난 주말부터 고열의 여파와 알 수 없는 이유 등으로 울음을 터트려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았고 방문하신 선생님께 죄송해서 어쩌나 싶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였다. 첫 5분은 다소 낯설어서 울기도 하고 엄마 품에만 안겼으나 시간이 지나자 점차 적응하며 흥이 나있었다.


힘든 일과 와중에 아내는 당근 판매로 5만원을 벌어들였고 내가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사주었던 덕분에 어느정도 위로가 되었나보다. 어제 반가웠던 소식은 책장이 집에 도착하였다. 이사오고 집 한구석에 박아놓았던 그림책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였고 방 한구석에 너저분했던 짐들도 아이가 문화센터 간 사이에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 드디어 이사온지 열흘만에 집 다운 집의 모습이 갖춰진 것이다.


그 기쁨도 잠시 저녁에 아이가 식사를 하다 졸려 30분 정도 잠이들었다. 낮잠을 못 잔 터라 많이 졸렸나보다. 잠이 깨고나서부터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아이가 고통스러운 듯이 우는데 온갖 방법을 써도 달래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곱창을 배달시켜 아내와 기분을 내고자 먹고 있는데 양념이 코로 넘어간다. 겨우겨우 노래를 부르니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노래를 멈추니 아이는 서럽게 운다. 결국 노래를 쉬지 않고 부르니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잠에서 깼나보다.


아이도 못다한 저녁식사를 마저하고 3일만에 목욕도 하고 나와 함께 낱말카드 놀이를 하였다. 그렇게 바나나 1개 디저트로 먹고 마지막 관문 약 복용이었다. 아이가 약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바로 운다. 그 때마다 나는 아이를 내 무릎에 비스듬히 눕히고 손을 바짝 잡은 다음 아내가 입 안에 약을 넣는다. 입가에 묻은 약 살짝 맛을 보니 아이가 울만했다. 달달하면서 어딘지 쓴 맛이 나는 약이다.


그렇게 밤 9시가 되기 전 아이는 잠에 들었다. 아내와 함께 아이가 자주 깨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몇 시인지 모를 시간에 한 번 깨고 12시 즈음 두 번째 깼을 때 이도저도 달래지지 않는다. 아내는 지칠대로 지쳐있고 나는 무서울 정도였다. 아이가 우는 이유를 모르겠고 아픈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아기 띠를 매고 잠시 1층 밖으로 나갔다오니 겨우 진정이 되고 잠시 뒤 잠이 들었다. 그 뒤로는 잠시 끼익~ 하는 소리는 들렸으나 그건 일상 있는 일이고 달랠 필요없이 아침까지 잘 잤다.


이처럼 육아는 변수가 많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침 일찍, 밤 늦게 내 시간을 가져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계획했으나 어제는 한 게 없었다. 어쩌면 한 게 없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고 그런 날도 있을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평소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하루를 망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육아든 일이든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해두고 변수까지 고려하여 계획해야한다. 플랜 B, 플랜 C......Z까지 철두철미해야 함을 어제, 오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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