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거울 보고 하울링
비밀을 안고 하늘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첫 빗방울이 떨어질 때
서서 어쩔 줄 몰랐고
우수수 내릴 때도
서서 어쩔 줄 몰랐다.
기억들은 얽히고설키다
슈루루루 사라져 버렸고
외면하고 껴안으려 했던
무책임함은 거부당했다.
번개라도 우르르
쾅!
하고 쳤으면
놀란 척 쓰러져
무릎이라도 꿇을 텐데
조용히 무심히 아득히
빗방울 저기서 여기로
툭 툭 툭
경계선이 생긴다.
네가 등을 돌려 생긴 경계선.
탁 하고, 어깨를 툭.
다시
탁 하고, 어깨를 툭.
다시
두 걸음에 다시 두 걸음에 또다시
그러다
천, 둥번개
꼬르륵
쾅!
그녀는 그날 밤 다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며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논문을
입으로 혀로 쓰라고 했다.
덧붙여,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