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지석 Oct 27. 2024

그녀는 장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4부 거울 보고 하울링

비밀을 안고 하늘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첫 빗방울이 떨어질 때

서서 어쩔 줄 몰랐고

우수수 내릴 때도

서서 어쩔 줄 몰랐다.


기억들은 얽히고설키다

슈루루루 사라져 버렸고

외면하고 껴안으려 했던

무책임함은 거부당했다.


번개라도 우르르

쾅!

하고 쳤으면 

놀란 척 쓰러져

무릎이라도 꿇을 텐데


조용히 무심히 아득히

빗방울 저기서 여기로

툭 툭 툭


경계선이 생긴다.

네가 등을 돌려 생긴 경계선.


탁 하고, 어깨를 툭. 

다시

탁 하고, 어깨를 툭.

다시


두 걸음에 다시 두 걸음에 또다시

그러다


천, 둥번개

꼬르륵

쾅!


그녀는 그날 밤 다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며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논문을

입으로 혀로 쓰라고 했다.


덧붙여, 영원히.



이전 16화 O.M.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