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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Jun 02. 2024

나의 단점과 보완에 대해

윤혜는 사교성 없다. 사교성이 없다고 친구를 사귀기 싫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옆에 있기를 바랐지만, 학교에서 윤혜는 섬이었다. 학교 가기 전에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다짐했다. 괜찮아, 울지마. 2교시가 채 되기도 전에 다짐은 흩어졌다. 나머지 교시는 울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에 학교 가기가 힘들었던 윤혜는 연구를 시작했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친구 주변을 살핀다. 친구의 가방, 친구의 필통, 친구의 행동. 그리고 어느 날, 가까이 앉게 되거나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말을 건다.

"민선아, 너는 귀여운 물건들이 참 많다."

"서영아, 너는 파란색 아주 잘 어울려."

몇몇은 조용하던 윤혜가 이런 말을 걸어오면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윤혜는 좌절하고 다음은 포기했다. 친구 사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내가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상대가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는 것은 아니구나. 세상일 중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윤혜는 배우고 깨달았다. 대학에 와서 윤혜는 누구보다 자유를 얻었다. 억지로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괜찮았다. 혼자 밥을 먹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10년 동안 윤혜를 옭아맸던 것이 해결되자 잦은 두통과 복통이 사라졌다. 고등학교 때와 대학교 때 찍은 사진에서 윤혜가 달라 보이는 것은 그 탓이다. 실패밖에 없어서 폐기 처분 직전이던 연구 결과는 한순간에 뒤집혔다. 이수를 만나게 되면서였다. 이수와 있으면 침묵이 초조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입맛과 다르게 상대 메뉴를 따라 고르지 않았다. 대답을 고르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윤혜마음을 드러내도 불안하지 않았다. 이수와 있으면 윤혜는 사교성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수가 윤혜 마음속 깊었던 틈을 메워주었다. 이수는 윤혜의 장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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