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추천 연재 마지막 회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재북을 왜 신청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브런치 북 이름을 '글쓰기 전과 후로 나뉘는 내 인생'이라고 한 이유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보이는 바깥 부분을 하드웨어라고 구분한다면 글 쓰기 전과 후의 변화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글쓰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은 소프트웨어 부분입니다. 마음과 시선과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글쓰기 이전의 시간이 의미가 없는 것이었나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여온 하루하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이 언제 열릴지는 각자 다를 테고 아무도 모르겠죠. 다만 주변에 간다고 자동으로 열리는 문은 아니니, 열림 버튼을 누구든 한 번은 눌러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로 달라진 변화가 정말 좋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의 생생한 마음을 기록해 놓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이 지나면 마음은 금세 색이 바래기도 하고 시들기도 하니까요.
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고, 시작하셨다면 하루라도 더 지속했으면 합니다. 실은 이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무언가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글 쓰기 시작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돈 버는 길은 요원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발 들인 글쓰기라는 세상은 돈 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곳이라 심봤다고 생각했죠. 마음의 보상이 엄청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하기가 때때로 쉽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잊지 않도록 계속 되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별다른 보상이나 유인 없이도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연재를 시작하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요. 머릿속 생각이나 말 한마디는 나를 붙들지 못하지만, 글로 남긴 약속은 인생을 바꾸는 마법의 주문이 됩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김민식
핸드폰에 몇 년 전 오늘이라고 사진이 떴다며 지인이 아이들 사진을 공유해 주었어요. 불과 1-2년 전인데 참 귀엽고 아기 같더라고요. 한창 자랄 때는 짧은 시간에도 많이 달라져 있잖아요. 제 글을 시간 지난 후에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겠지요. 부끄럽고 민망하겠지만 일견 귀여워 보이지 않으려나 기대해 봅니다. 저는 지금 글쓰기 신생아지만 폭풍 성장 기간을 지나 쑥쑥 자라 있기를 절실하게 기원합니다. 야심 차게 연재를 시작했지만, 첫 번째 글을 쓰고는 이미 저의 바닥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글쓰기 신생아에게 밑천 따위가 있었을 리 없으니까요. 이후로 일기 같은 글을 써 내려가면서도 부끄럽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약간의 설렘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 혹하여 글 쓰시게 되려나 해서요. 뻔뻔하게 쓰기로 했으니 이왕 쓰는 것, 육아 일기 쓰는 마음으로 지금을 열심히 기록하고 기억할 작정입니다. 부끄러움은 미래의 저의 몫으로 넘겨버리려고요.
제임스 클리어의 『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목표를 만들라고 말합니다.
목표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독서가가 되는 것'이다.
목표는 '마라톤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목표를 '글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하는 거죠. 책에서는 정체성을 부여하면 습관을 형성하는 힘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나는 쓰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쓰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브런치를 통해 처음 '작가'라는 명칭을 부여받았을 때는 쑥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럽기는 해도 이름이 주는 힘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작가라고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진짜 작가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면 누군가의 눈에는 우스워 보일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작가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글쓰기 시작한 초반에 신나게 쓸 수 있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니까 앞으로도 계속 써보려고 합니다.
글 쓰기로 마음먹으셨다면 어디에서 글 쓰시던 스스로에게 작가라고 이름 붙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쓰는 노트나 다이어리 첫 장에 써 두어도 좋겠습니다. 나는 쓰는 사람, 작가 000입니다. 혼자 조용히 읊조리며 어떤 노래경연대회처럼 명명식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각자 삶 속에서 분명한 작가입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으니까요. 그 이야기를 이제 세상에 내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타인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브런치 글을 읽고, 온라인카페 글을 읽는 것은 다 그런 이유 아닐까요. 그러니 이야기는 많을수록 좋을 거예요. 세상에 똑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마음 편히 하나 꺼내보세요. 그럼, 글쓰기 세상에서 이야기로 만나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저는 언제까지고 글쓰기 세상에서 버티며 머무는 것이 목표이니, 천천히도 빨리도 모두 괜찮습니다. 그동안 저의 칭얼거림을 너그럽게 봐주시고 한없이 아쉬운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다양한 위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 낸다.
『최초의 아이』로이스 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