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병동 밤근무를 싫어했다. 간호사가 건강해야 제대로 간호할 수 있고 밤근무는 건강을 심하게 해친다며 나이트근무를 극혐 하는 MZ를 보면 이십 년 세월 나이트킾 간호사인 선영은 할 말이 없어졌다. 딱 계약된 만큼 나이트근무 하고 듀티가 돌아가든 말든 나 몰라라 하는 친구들 덕분에 선영은 추가근무가 일상인데.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 판에 추가근무라니, 내 몸은 쇠덩어리인 줄 아나 발끈하다가도 덕분에 급여가 많은 걸 생각하면 입이 다물어졌다. 다만 나날이 묵은 솜 같은 육신의 피로를 따로 하소연할 데가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출근준비 하는 선영의 휴대폰이 반짝였다. 진동도 민감하여 언제나 무음인 탓에 놓치는 연락이 많아 불평을 많이 듣는 선영이 한 번에 전화를 받았다.
" 막내 오랜만이다. 별일 없지?" 선길 꿈을 꾸고 동생을 생각했어서인지 평소 뚱한 목소리에 힘을 좀 실었다. 제법 하이톤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고 생각했다.
“ 누나, 큰형이 먼저 갔네.” 축축하게 가라앉은 막냇동생 선수의 목소리 끝이 갈라졌다.
꿈속 선길에 대고 선영이 중얼거렸다. '다녀 가려면 일찍이나 올 것이지'. 선영은 고독 사했다는 선길의 마지막 소식을 그렇게 막내를 통해 들어야 했다. 사망상태로 발견되어 경찰이 개입했고 죽은 시간과 사인을 밝힐 부검이 필요하다고. 아직 기다려야 할 절차가 많아 빨라야 다음날 오후쯤 운구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주차장에 도착한 선영이 화들짝 놀랐다. 집에서 출발한 기억은 있는데 중간 기억이 휘발됐다. 내비게이션도 켜지 않은 채 사십 분여를 운전했다는 사실이 아찔했다. 선영 몸은 출근했어도 정신이 따로 나간지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듣는 둥 마는 둥 인계를 듣고 일상적인 업무체크를 하는데도 계속 실수를 했다. 같이 근무 들어온 액팅간호사들이 힐긋거렸다.
동생 원망이 얼마나 컸을까. 혼자 가는 길이 무섭지는 않았을까. 엄마가 이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선영 머릿속은 온통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새벽 한 시 넘어, 그제야 큰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엄마가 오열하는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