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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살게 될 나의 집

소원을 빌어봐

by 하루향기


최근에 꿈이 생겼다. 고향 제주에 내려가서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은 꿈이다. 한라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이는 곳에 3층짜리 집을 짓고 싶다.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1층 거실에 아침 햇살이 쏟아진다. 거실 한가운데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다. 붙박이 책장에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심플한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테이블에 앉아 책을 펼쳐보다 무언가 쓰기 시작한다.


남편은 정원 한 쪽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순하게 생긴 누런색 털빛 강아지가 그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정원은 형형색색의 들꽃이 소담하게 피어있다. 텃밭에는 제철 채소가 푸릇푸릇 자란다.


각자 할 일을 끝내면 함께 정원을 가꾼다. 꽃을 심고 잡초를 뽑고 한 끼 먹을 채소를 수확한다. 강아지와 동네 산책을 마치고 갓 수확한 채소를 곁들여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피곤할 땐 2층 침실에서 잠시 쉰다. 통창으로 자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로지 휴식만 가득한 공간이다. 3층은 게스트룸이다. 아이들이 내려와서 일을 하다 가기도 하고 푹 쉬다 가기도 한다. 가끔은 지인이 머물다 가기도 한다. 누군가 우리 집에 온다고 해도 각자 삶의 방식대로 하루가 흘러간다. 때때로 취향을 공유하고 온기어린 음식을 나눠 먹는다. 자연 안에서 온기가 흐르고 서로의 루틴과 취향이 존중되는 공간이다.


나는 제주 시골집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단독주택 이층에서 쭉 살다 결혼을 하였고, 큰 아이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빌라를 구입해서 4년을 살았다. 마흔 살에 제주를 떠나 지금은 신도시 아파트에서 3년째 살고 있다.


꽤 다양한 집의 형태에서 살아본 결과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돌고 돌아 내가 태워난 곳,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기행'이나 '건축 탐구 집'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부부 취향을 담은 공간에서 자연과 벗 삼아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열두 살 딸 아이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물었다.


"엄마, 저런 곳에서 살고 싶어?"


"응.. 엄마는 나중에 자연에 둘러싸여서 살고 싶어."


"그러려면 돈 많이 모아야 할 텐데. 지금처럼 카페 다니고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으면 안 될 텐데."


".........."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집을 짓고 우리만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돈이 굴러가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1층부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다리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정원을 가꾸려면 기본 체력도 있어야겠지. 살림 다이어트 스킬도 필요하고. 전원 주택에 살면서 외롭지 않으려면 일상을 즐길 줄 알아야 할테고. 그날을 위해 돈, 체력, 취향, 태도. 갖춰야 할 게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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