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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여행

제주가 고향이라 행복합니다

by 하루향기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 제주에 다녀왔다. 긴긴 연휴가 금세 흘렀다. 시댁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친정으로 넘어간 순간 휴가가 절정에 이른다. 친정은 시골이라 아이들에겐 놀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첫날엔 요즘 축구 삼매경에 빠진 중학생 아들과 조카가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나의 모교인 초등학교로 갔다. 체육관이 새로 생긴 것 빼고는 30년 전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큰 뜻'이라 적힌 바위도 그대로이고 단층으로 된 학교 건물도 변함없었다. 아이들은 천연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을 보고 엄마는 세상 좋은 학교를 나왔다며 부럽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운동장이 코딱지만 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조카들 덕에 사십 대 삼촌들도 오래간만에 선수가 되었다. 먼저 놀러 와 있던 동네 아이들도 경기에 합류해서 제대로 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십 대들은 전후반전을 내리 펄펄 뛰는데 삼촌들은 금세 지쳐 떨어졌다. 축구경기가 끝나자 모두 함께 이어달리기를 했다. 나도 이어달리기 선수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엄마도 뜀박질에는 재능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있는 힘껏 뛰었더니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엔돌핀도 확 솟아올랐다. 다음 명절엔 온 가족이 함께 운동회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2남 2녀 형제들, 사위와 며느리, 일곱 명의 조카들과 웃으며 뛰는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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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바다로 향했다. 물때를 맞춰야 하기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낚시 선배인 할아버지 가르침대로 아이들이 낚싯대를 바다로 힘껏 던졌다. 아들의 낚싯대에 첫 물고기가 잡히자 아들이 빙그레 웃었다. 남편과 딸이 나란히 바다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아빠를 따라 바다로 낚시를 자주 갔다. 그때는 아빠가 직접 만든 대나무 낚싯대를 바다에 던졌다. 물고기가 미끼를 덥석 물면 대나무 낚싯대를 하늘로 치켜올렸다. 물고기가 낚싯대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의 희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기쁨을 맛보려고 또 아빠를 따라나섰지만 감감무소식일 때의 지루함도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


고향이 제주도라 부럽다며 좋은데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근데 정작 나는 유명한 곳 특히 제주도의 핫플레이스는 잘 모른다. 제주에 오면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가족과 만나는 일정만으로도 금세 채워지기 때문이다. 제주에 오면 우리 부부가 살아왔던 과거의 삶 속으로 추억을 여행한다. 내가 즐겨가고 거닐었던 곳을 아이와 함께 걷는다. 부모님께서 계시기에 내가 어릴 적 놀던 대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놀게 되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추억 놀이를 함께 즐겨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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