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한남동. 오늘 여기를 다녀보고 있다. 세대 당 100억대 주거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살펴보고 싶었다. 이들의 생활양식, 주거 양식, 분위기, 동선, 상권 등이 궁금했다. 이 사람들에게 어떤 수요가 있을만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피부로 체감해보고 싶었다.
이유는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증여가 이뤄지고 있는 명맥 부자들이기 때문이다. 신흥 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점매석 양반이 아닌, 10% 로얄 양반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노하우와 쩐이 전수되었을 것이고, 대를 이어 추가적인 방법들이 주니어들에 의해 리뉴얼되어 왔을 것이다.
물론, 내가 여기 주변을 서성인다고 해서 그것들을 알아갈 수도, 얻어갈 수도 없다. 저들이 그렇게 해줄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들은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나는 왜 이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오늘의 글이다.
나는 서울도 아니고, 부산의 변두리 가난한 촌동네에서 태어났다. 친부의 파산으로 처절하게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게 12-15년 전 이야기이다.
2024년 5월 12일 한남동의 한 카페에 앉아있다. 지금 내 등 뒤로는 한국인과 코쟁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대화를 엿듣고 있다. 이들은 외화 송금에 대한 절세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위는 10 million 이상을 말하고 있다. 한화로 130억 원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어떻게 국세청과 IRS의 눈을 적법하게 회피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등 뒤에는 대략 천억 대 자산가와 코쟁이 세무사가 앉아 있는 것이고, 나는 커피 한 잔값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곳의 특정 주거 단지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해져 있다. 배달 기사들도 경비의 체크를 한 뒤 들어가고, 들어가고 나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긴다. 배달기사가 나오면 자동으로 열렸다가 다시 자동으로 잠긴다. 안의 모습은 주변을 걸어가며 울타리 사이를 통해 볼 수 밖에는 없다.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거의 없다.
그에 반해서 출입문 바깥으로는 상권이 빼곡히 밀집되어 있다. 요식업장, 주얼리샵, 편집샵 등등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가게가 즐비하다. 유동인구는 젊은 여성의 비율이 높고, 외국인이 다수 있다. 실제 로컬 거주자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다들 타 지역에서 놀러 온 사람들이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한 껏 명품으로 꾸미고 나온 사람들 사이로 허름한 반바지에 쓰레빠에 안 씻은 채로 개 산책시키고 있으면 눈에 확 띄기 때문이다.
거주 단지는 층수가 많지 않고 면적이 넓다. 1층과 지하로 레지던스 상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여기는 외부인 출입이 가능하다. 식당, 꽃집, 카페, 식기류 판매샵, 예술품 가게를 보았다. 식당의 경우 우리가 흔히 보는 푸드코트 같은 곳이 있고, Dinery 섹션도 추가로 있다. Dinery 섹션은 Fine, Casual로 분류가 되어 위치가 따로 되어있다.
식사만 하도록 되어있지도 않다. 요리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식기류 판매샵의 조그만 다과 접시 하나는 97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카페는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블루 보틀 커피이다. 인터넷에 치면 무슨 커피 브랜드인지 설명이 나와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지 주변에서 도통 편의점 하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 보니 지상 단지 한가운데에 편의점이 위치해 있다고 뜬다. 한마디로 외부인은 이용하지 못하는, 레지던스의 생필품 전용 창고인 셈이다.
단지 차고 출입구에서는 페라리와 에스톤 마틴이 줄지어 나온다. 12 기통 엔진의 포효 소리가 터널의 공명을 타고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본드 카 운전석에는 채 마흔이 되어 보이지 않는 남자가 모자를 쓰고 앉아있다. 주차장 차단기가 차고가 낮은 슈퍼카를 인식하지 못한다. 따로 경비에게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이곳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순수한 분노였다. 나는 그 분노를 스스로의 계획에 표출한다. 세상에 표출하면 경찰서에 잡혀가기 때문이다. 난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 법을 준수해야 한다. 단순하다.
내 가슴속 깊은 곳에는 자유와 독립을 향한 용암이 끓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것을 이뤄가는 방식은, 피가 섞인 친족에게서 전수받는 정리정돈된 지식과 양식이 아니다. 생판 모르는 실버 스푼들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따라 밟으며, 예기치 않게 떨어진 나락이 있으면 바닥에서 주워 먹는다.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있으면 거지처럼 귀동냥을 한다. 그렇게 되는 대로 최대한 적당히 우겨넣어가며 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지저분한 고행이 된다.
내 삶은 평균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진 양식이다. 나의 계획은 극한값을 겨냥한다. 부자가 되거나 생 거지가 되거나, 둘 중 하나로 끝날 수밖에 없는 설계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내 실체를 알게 되면, 인생을 위험하게 산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나치게 무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럴 일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진 않겠지만, 혹여나 이 여정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해 나락으로 주저앉더라도 나는 절대 조직의 하수인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영혼의 깨달음이 있다. 동남아 해변으로 가 허드렛일을 하며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깨달으면, 깨닫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은.
나와 같은 어린 가난뱅이들이 있다면, 부자들 근처로 가서 동냥짓을 자주 해보길 바란다. 그게 불법은 아니니까. 뭔가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긍정, 희망의 기반이 아니다. 분노, 부정, 공허, 박탈감, 치욕의 기반이다.
첫째로는 뭐가 마케팅이고 뭐가 세뇌이고 뭐가 진짜인지 알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열심히 일해서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게 사실은 자본주의의 정석 시스템과는 정말로 별반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정말 그러하다. 나는 오늘도 다녀왔다.
그것을 직시하게 되면, 분노가 치밀게 된다.
Knights of Cydonia - Muse
https://www.youtube.com/watch?v=GjXWtEqs8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