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을 위해 가장 끝판대장이 남아있었다. 바로 논문이다.
한국에서 전자과를 졸업했을 때는 논문이 아니라 프로젝트 형태로 장기간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며 졸업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독일에서 논문이라니 걱정되긴 했다.
학점 중에서도 실습 학점을 제외하면 가장 비중이 큰 것이 논문이었고, 최소 3개월이 소요되는 과정이었다. 나는 여유롭게(?) 논문을 찾아서 여름부터 시작하여 가을에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논문 자리 찾기
모든 경우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논문 자리 찾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논문 자리는 본인이 알아서 찾아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과도 논문 자리가 잘 나오지 않는 편인데, 심한 과는 논문 주제 찾기에 1년까지도 걸린다는 걸 보면 정말 학생 편의는 생각을 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학교 랩실에서 미니잡으로 일을 하거나 박사과정의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면 해당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기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리고 학교 외부에서 회사와 함께 진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학교와 회사 두 군데 다 조율해야 하므로 랩실에서 하는 것이 마음 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타 학교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나는 이 경우를 보진 못했다.
나는 올해 초 논문외의 학교의 다른 과정을 모두 마무리 짓고 초봄에 한국에 한 달가량 다녀왔다. 다녀와서 논문 자리를 구하게 되었고 한 달 이상이 걸려서 한자리를 찾게 되었다. 이 정도면 늦지 않게 구해진 것 같다. 보통 논문을 쓰고 싶은 학기의 직전학기가 시작할 때 논문 자리를 구하면 다음 학기가 시작할 때쯤 논문을 쓰는 계획을 한다. 하지만 나는 혹시나 한국에 있는 동안 미팅 일정이 잡히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 넉넉하게 한국에 다녀와서 구하게 되었다. 양조학과 내부에도 여러 랩실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 전자제어 관련 랩실에서 주제를 찾게 되었다.
실험
학교 시스템에 논문 등록을 하는 순간 논문은 3개월 안에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에서 등록이 되는 순간 카운팅이 시작이다. 기간을 넘기면 통과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래도 중간에 한 달을 연장할 수 있기도 하고, 보통은 실험을 시작하고 한두 달이 지나고 확실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 싶은 시점에 논문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에는 미리 실험을 하다가 등록하진 않았고 바로 등록 후에 실험을 시작하였다. 내 논문 주제도 등록을 하며 정했는데, 이 부분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다. 나는 분야는 정해져 있었지만 정확한 주제는 없었기에 내 담당자(Betreuer) 박사과정생과 함께 주제를 정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나의 논문은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적절한 CIP 시간을 찾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전자과를 나온 경험이 있었기에 주로 했던 초음파 센서를 사용한 실험과 매트랩 분석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만약 내가 이쪽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었다면 IT 쪽 계열 학과도 아닌데 무슨 소리인지, 왜 이런 걸 하는지 이해가 안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논문 작성
이상할 수도 있으나 난 논문 작성과 약간 성향이 맞는(?) 스타일인 것 같다. 아무래도 떨어지면 부담이 되는 시험들과 비교해서 꾸준히 쓰기만 하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은 덜 했다. 논문의 양은 학과마다 정해져 있는데, 나는 50장가량 작성을 하였다. 난 실험이 중후반부에 왔을 때 제대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평소에 할 것도 없어 매일 꾸준히 3,4시간 이상 작성하니 주말은 놀고, 매일 잠도 푹 잘 수 있었다. 작성 간에도 담당자와 피드백을 계속 주고받으니 제출기한 2주가량을 남겨두고 거의 마무리 짓게 되었다. 분명 스트레스가 엄청난 과정이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작성을 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물론 다들 알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논문의 주제를 정확하게 알고 결과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나도 결과가 원하는 방향이든 아니든 내가 왜 이 실험을 했는지 계속 되뇌며 작성을 했고 덕분에 초안 작성 후 피드백에서 내용을 수정하라는 부분은 없었다.
논문 발표
논문을 시스템상으로 제출하면 전 과정이 거의 끝난 것이다. 마지막 발표가 있긴 하지만 발표는 썼던 논문을 축약해서 만드니 추가적인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물론 ppt 작성을 하고 스크립트도 준비를 해야 하지만 논문에 비하면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나도 논문 제출일에서 2주가량 지난 날짜에 발표를 하게 되었고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정신없이 발표하니 금방 끝난 것 같았다.
발표 후 또 2주가량 지나고 담당자에게 미리 점수를 통보받았고 문제없이 통과하게 되었다. 남은 행정처리는 있지만 이제 뮌헨공대의 학업과정은 완전히 끝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바첼러에게 요구하는 논문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니 담당자의 피드백을 잘 받으면서 진행하면 논문 탈락의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주위 다른 경우들을 봐도 어떻게 되든 마무리만 한다면 점수를 받고 통과하는 것 같다.
그래도 논문이 있는 학기는 분명히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여 쉽지 않은 시간임엔 분명하다. 난 이제 이 시기가 끝나서 글을 쉽게 적었지만 누군가 논문 시작 시점에 있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여름에 시작한 논문이 쌀쌀해질 때 끝나게 되었다. 이제 학교 졸업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