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에서 우편이 한통 왔다.
드디어 행정처리 완료된 졸업장이었다.
한국에서 대학졸업 때는 졸업에 대한 큰 감흥이 없었다. 마치 중고등학교 졸업 때처럼 시간이 지나며 받는 졸업장의 느낌이 있기도 했고 취업 후 새로운 삶의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 시기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의 졸업장은 자칫 잘못했음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몇 년간 들었기 때문인지, 나이 먹고 해외로 나와 알파벳부터 공부해서 대학졸업장을 받아서 그런지 감회가 달랐다.
날짜는 내가 논문 발표를 했던 날 기준으로 적혀있어서 22년 11월로 나와있었다.
모든 게 완료가 되고도 3개월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끝까지 대단하다.
그래도 막상 빳빳한 종이에 압인이 찍혀있는 졸업장을 받으니 기분은 좋았다.
이제 나는 드디어 뮌헨공대 출신의 디플롬 브루마스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회사를 그만뒀을 때, 독일에 갈 때, 독일어 시험을 칠 때, 실습 자리를 구할 때, 학교 공부를 할 때, 용돈벌이로 사업을 병행할 때, 게다가 졸업할 때마저도 내가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꼭 나타났다. 현실적인 듯이 이야기하지만 결국 영양가 없는 네거티브였다. 지금 와서 보면 다행히 그들은 틀렸고, 꾸준함은 맞았다. 앞으로도 사는데 쓸데없는 네거티브를 한 귀로 흘려야겠다.
유학을 떠나기 전 몇 년간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과거에 별생각 없이 전자과에 입학하고 별생각 없이 그냥 좋다고 하는 회사에 취직해서 몇 년 살아보니 방향성 없는 삶에 대한 회의가 들었던 것 같다. 항상 마음이 급해서 빠른 성취를 얻으려 하고, 보여지는 계획만 구체적이고 그럴싸하게 세웠던건 그냥 당시에 속 편하자고 하는 것들은 아니었나 싶었다. 당장 미래의 금전적인 자산에 대한 계획 이 전에, 나라는 인간의 진짜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고 싶었다.
그러다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 마음이 결국 나를 여기 독일로 오게 만들었다.
이렇게 몇 년 해외 생활을 하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또 재밌는 것을 할 생각이 있어서 설렘과 희망이 있다. 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니까, 이미 유학길에 오르면서부터 내 시계는 남들과 다르게 가니 크게 걱정 말고 다음 스텝을 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