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ㅅ이는 종종 나를 캐릭터화시켜 그려주는데
갈수록 솜씨가 진화해서
인자한 선생님
성질 고약한 선생님
지친 선생님
질투왕 선생님의
모습을 다 나름대로 그려낸다.
그 그림들이 나를 빵빵 터트리게 한다.
어느 날은 밤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이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며
자신이 그린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고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그럼
"그 시간이 진짜 중요하고 멋진 건데, 그 맛을 알아버린 거야."
라고 말해줬다.
몰입할 수 있는 시간
몰입 돼버리는 시간
그 맛을 경험했으니 ㅇㅅ이는
또 한 단계 성장했을 것 같다.
그림그리는 내모습 아이들의 속도는 저보다 다르다.
그리고 끝끝내 그림 그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중 자신이 잘 그려내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물론 그림을 지도할 때는 그리는 방법, 재료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수업을 하지만,
나는 그림의 진짜 목적은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전문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므로.
잘 그린 그림은 내가 그 그림을 그릴 때
그 시간이 충만하면 되는 거다.
그게 우리가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림을 못 그린다는 이유로 이별하지 않고
다시 그림으로 돌아올 수 있게 나는 여기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 제 그림 어때요?
선생님, 제 그림 망했어요 ㅠ
선생님, 이다음에 어떻게 해요?
라고 묻지 않고 나 스스로 충만해서
행복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길
기다리는 마음
곧
지켜봐 주는 마음이 내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