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학교 미술 시간에 만든 스폰지밥
아주 얇은 팔과 다리가 포인트였는데
자꾸 떨어져 나가서 다시 붙이고 다시 붙이고를
반복했다고 했다.
결국에는 가져올 때 누군가의 손에 다시 부려진
팔과 다리.
하지만 나도 아이도 이 작품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너무 스폰지밥의 포인트가 살아있었고
볼수록 사랑스러웠고
이걸 만들 때의 기분과 마음이 충분히 느껴져서 더 애틋한
작품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책장에 전시 중 ^^
학원에서 아이들 그림을 봐줄 때 아주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
우선 나는 그림을 그릴 때는 조금 편한
혹은 오래 입어 좋아하는 옷을 주로 입는데
그런 옷에 이런 영광의 터치가 생기면
과감하게 그림을 그려버리기로 했다.
이 옷이 더 이상 못 입는 옷이 아니라
추억이 하나 더 입력된 옷이라고 생각하면
옷에서 더 간지가 나는 것도 같다.
요즘 아이들은 망했다는 표현을 너무 자주 쓴다.
그 말을 들으면 나는 조금, 아니 많이 속상해진다.
말이 가진 힘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망하지 않았고.
아이들의 그림은 망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림을 지도할 때 제시해야 하는 기본 상황과는 별개로
그림은 그 사람다움이 있으면 제일 멋진 것 같다.
얘들아! 너희들 그림은 결코 망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