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이'가 생기다.
2024년 10월 8일.
아내가 두 줄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내밀었다.
아이가 생겼다.
한 달 전만 해도 아이가 생각보다 안 생겨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그 고민이 무색하게도 바로 아이가 생겼다.
임테기 두 줄을 확인하고 나서 아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아주 큰 크림빵을 먹는 꿈을 꿨단다.
그래서 태명을 '크림이'라고 지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빵이 꿈에 나오는 건 좋다고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신 준비 아닌 준비를 하면서 아내와 함께 이런저런 영상을 많이 봤다.
임신 소식을 서프라이즈로 알리자 감동하여 우는 남편이나, 가족들이 나오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우리는 서프라이즈보다는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처음 '크림이'를 만났다.
서프라이즈가 아니어서 그럴까?
아내의 마음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놀람 → 기쁨 잠시 → 책임감으로 감정이 이어졌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크림이'를 만날 생각을 하자 당장은 기쁨이 컸지만 이내 금전적인 문제가 바로 떠올랐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우리 여건 상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가족은 한 명 더 늘었는데 벌이가 줄면 우리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니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사실 임신을 준비하면서 함께 준비했던 것이 부업이다.
이전 내 글을 보신 분들은 알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규모가 있는 회사를 다니다 보니 벌이가 나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외벌이로 식구 3명이 사는 것은 지금까지의 라이프스타일로 봤을 때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아내와 합의해서 내가 부업을 알아보고 해 보기로 했다.
부업이 아직 자리를 잡기 전 '크림이'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조금 더 부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참 돈 걱정에 빠져있으니 아내가 너무 안 기뻐하는 거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내가 제안을 하나 했다. 오빠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크림이'를 위해 글을 써보는 건 어떻겠냐고.
아내의 제안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초기부터 내가 느꼈던 것이나, 아내와 '크림이'의 변화를 기록해 두면 나중에 '크림이'가 커서 내가 쓴 글을 같이 봤을 때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평소 글을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 두 곳에 올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글은 브런치스토리가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들어서 광고성 댓글이 많이 달리는 블로그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았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시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전 글도 다 마무리 짓지 못했지만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글을 써볼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솔직한 내 느낌과 현재 상황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 마치 일기처럼.
그래서 '현실적인, 아빠의 육아일기' 콘셉트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쓸 무렵 입덧으로 엄청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 만나게 될 '크림이'에게 안부를 전한다.
'ㅇㅇ아, 정말 고생이 많다. 앞으로 우리 조금만 더 힘내보자!'
'크림아, 엄마 너무 많이 괴롭히지 말고 건강하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