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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올디 Nov 07. 2024

크림이를 만나다

똑똑 엄마아빠 있어요?

'크림이'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첫 진료 순간까지의 기록을 담아보았다.

프롤로그에 언급한 것처럼 그냥 그날의 감정이나 일상, 생각들을 알기 쉽게 일기형식으로 기록했다. 이렇게 보니 '크림이'를 알게 된 후부터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다.

모쪼록 내 일기장을 들여다본다는 기분으로 읽어주시길.


2024년 10월 8일


이 날은 원래 알던 형과 약속이 있었다. P사에서 인턴을 할 때 만난 형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 종종 안부를 주고받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밀린 얘기를 하고 있던 차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아내는 내가 약속이 있을 때 엄청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전화를 잘하지 않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오빠! 카톡 봤어?'

'아니?!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카톡 봐바!'

'알겠어~ 카톡 할게!'


카톡을 보니 임신 테스트기 사진이 있었다.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가 사진을 자세히 보니 희미한 두 줄이 보였다. 아내가 임신이라니!! 우리가 부모가 된다니!!! 하지만 이내 아내의 신신당부가 이어져있었다.


'혹시 모르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앞에 앉은 형에게 말하지 말라는 소리 같았다. 얼른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대화를 유야무야 마무리하고 바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서 다시 임신 테스트기를 보니 정말 희미하게 두 줄이 보였다.

하지만 아내가 아침에 물 마시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내일 다시 해본다고 했다.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아내가 이 날 가기로 했던 PT도 양해를 구하고 변경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우리는 '크림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24년 10월 9일


한글날이라 쉬는 날이었다. 이 날 아침에 다시 테스트를 해봤는데도 희미한 두 줄이 보였다. 진짜로 임신이 되었다. 이 날은 세차를 하고 미용실을 가기로 했던 날이어서 나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내가 먼저 차를 맡겨두는 동안 아내는 준비를 하고 나왔다. 우리는 근처 카페로 가서 세차를 기다리며 이것저것 찾아봤다.

임신과 출산은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임신 확인 후 해야 할 것들이라던가, 임신 초기에 미리 구매해 놓고 챙겨야 할 것들이라던가.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았지만 둘이서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2024년 10월 10일


이 날은 내가 회사 회식이었다. 아내도 나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아내는 퇴근을 나는 회식을 갔다. 내가 회식을 하는 사이 아내는 이것저것 검색해 본 모양이었다. 근데 검색 내용 중 복부를 피해 온찜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사실 평소 아내는 배가 찬 편이라서 복부에 찜질기를 올리고 잤는데 고열은 태아에게 안 좋아서 복부에 직접적으로 찜질을 하면 안 된단다. 하루 8시간은 하는 것 같았는데.. 괜히 아기에게 미안해서 앞으로는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산부인과 첫 진료 예약을 했다. 다행히 네이버 예약이 되어서 10월 19일로 첫 진료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아내가 원래 하던 PT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양도받기로 했다.


2024년 10월 11일


처음으로 테스트선이 시약선과 똑같이 진해졌다. 테스트선이 더 진해지면 소위 '역전'되었다고들 하던데 이 날부터 내 맘속에서 '크림이'의 존재가 좀 더 확실해진 것 같다.

아내와 이 날 아침 얘기를 하다가 태명을 결정했다. 태몽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내가 엄청 큰 크림빵을 먹는 꿈을 꿨다고 해서 태명을 '크림이'로 지었다. 검색해 보니 빵을 먹는 꿈은 좋은 꿈이라고 해서 의미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크림이'라니 뭔가 귀여운 이름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아내가 사용하는 임신 어플에 태명을 등록하니 아기 아바타가 이런저런 메시지를 던졌다. 나와 아내는 매일 아침마다 힘내자는 카톡을 하는데, 그날은 아침에 '크림이'가 엄마를 늘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귀여웠다.

그리고 아내는 폭풍검색을 하다가 튼살 크림은 임신을 알게 된 후부터 바르면 좋다는 정보를 얻고 바로 튼살크림을 주문했다.

퇴근 후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엽떡을 저녁으로 먹고 산책을 갔다. 마침 산책길에 호떡차가 와있어서 호떡을 하나만 사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까지 걸어갔다가 왔다. 생각보다 많이 걸어서인지 아내가 조금 피곤해했다.


2024년 10월 12일


동기 형이 세빛섬에서 결혼식을 해서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임신 후 가는 결혼식이라 뭔가 느낌이 좀 다르기도 했다. 아내와 세빛섬을 간 김에 한강변 산책도 하고 근처 행사도 잠깐 구경했다. 평소 같았으면 서울에 간 김에 저녁까지 해결하고 왔을 텐데 아내가 피곤해하기도 하고 나도 피곤해서 일찍 집으로 들어왔다.


2024년 10월 14일


평소 같은 일상이었다. 아내가 폭풍 검색을 하고 있는데 산후조리원을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의외로 좋은 곳은 자리가 많이 없어서 안정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첫 진료도 계산상 임신 7주 차에 가는 거라 좀 늦은 편인데, 산후조리원까지 늦는 건 안될 것 같았다. 일단 아내와 조리원 검색을 열심히 했다. 새삼 공부가 많이 필요하구나 느꼈다.

아내는 이 날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오늘은 늦었으니 일단 병원 첫 진료 후에 조리원을 결정하기로 했다.


2024년 10월 15일


처음에 계산대로라면 임신 7주 차인 줄 알았는데, 다시 계산을 하니 임신 5주 차였다. 다른 사람들 후기 상으로는 이때쯤 병원을 가면 아기집은 볼 수 있고 심장소리는 못 듣는다고 했다. 사실 크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2024년 10월 16일


아내와 함께 수영수업을 들었다. 혹시 몰라 수영선생님에게는 임신인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아내는 강도를 조금 줄여서 수업하기로 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니 생각보다 일상을 많이 바꿔야 하는 것 같다.


2024년 10월 19일


드디어 떨리는 첫 진료! 산부인과 주차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예약시간에 늦을까 봐 아내를 먼저 내려주고 나는 한참 걸려서 겨우 주차를 했다. 그 사이 아내는 혈압과 체중을 쟀다. 이 날 처음으로 아기집을 확인하고 첫 초음파 사진을 받았다. 사실 아직 '크림이'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아직은 키가 그렇게 크지는 않나 보다. 이미 육아를 하고 있는 내 동생에게 도움도 받을 겸 소식을 먼저 알리기로 했다. 동생이 축하해 줬고, 동생 딸도 같이 축하해 줬다. 동생이 조리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줘서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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