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0일
첫 진료 후 숙제를 잔뜩 받아 온 기분이다. 첫 진료 때 수납을 기다리고 있으니 병원 연계된 보험설계사분이 오셔서 공단 등록을 해주신다며 개인정보를 받아갔다. 그리고 태아보험에 대해서 안내를 해주셨다.
'아! 보험은 생각도 못했네'
'크림이'도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무튼 첫 진료 후 임산부 등록, 태아보험 알아보기, 임산부 영양제 알아보기, 국민행복카드 만들기 등 많은 숙제가 생겼다.
태아보험은 1차 기형아 검사 전에 하면 좋다고 해서 12주까지 시간이 좀 있었고, 임산부 등록은 해주셨으니, 급한 건 국민행복카드와 영양제였다.
영양제는 조금 알아보니 임신 주차마다 필요한 것이 있는데 일단 임신 초기에는 엽산이 중요했다. 다행히 엽산은 이미 먹고 있어서 추가로 더 챙겨 먹어야 할 영양제는 없었다.
국민행복카드는 종류도 많고 사은품도 다 달라서 일단 다음 진료 전까지 알아보고 신청하기로 했다.
새삼 공부할 게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10월 21일
아내가 출근길에 처음으로 입덧증상을 느꼈다고 했다. 아직 못 먹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빈 속일 때 입덧 증상이 더 많이 느껴진다고 해서 아내는 쿠키를 먹으면서 일단 버틴다고 했다. 퇴근길에 아내가 갑자기 밀면이 먹고 싶다며 밀면을 주문했다. 뭔가 갑자기 먹을게 당기고 입덧을 한다고 하니 새삼 임신이 더 체감되는 것 같았다.
2024년 10월 23일
아내의 입덧이 점점 심해진다. 오늘은 아침을 '참크래커'로 때웠다고 했다.
'참크래커'가 맛도 거의 안 나고 향도 강하지 않아서 아내처럼 입덧이 심한 사람들이 간식으로 먹는다고 했다. '참크래커'라도 먹으니 다행이다.
이제 후각도 더 예민해졌다고 했다. 향수나 화장품냄새가 많이 나면 입덧이 올라온다고 한다. 졸음도 훨씬 심해졌다. 아무래도 단축근무를 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하필 아내의 진급시즌이라 망설이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 수영 재등록을 해야 했다. 아내가 다행히 수영을 일주일에 한 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3개월 연장을 했다. 그리고 수영을 하고 집에 왔는데 아내가 무리해서 그런 지 입덧이 올라와서 잠을 자지 못했다. 결국 베개까지 바꾸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입덧이 자꾸 심해져서 큰일이다.
2024년 10월 25일
조리원 상담을 예약했다. 요즘은 조리원이 만실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일단 일찍 예약해 버렸다.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일단 처음 마음이 갔던 곳을 방문해보자 싶어서 상담예약을 잡았다. 11월 2일에 아내 병원진료를 하고 가기로 했다. 숙제하나를 끝낸 느낌이다.
2024년 10월 26일
입덧이 점점 심해져서 급하게 병원에 입덧약을 받으러 갔다. 입덧약이 끊기가 어렵다고 해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지만, 일주일도 못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온 김에 나들이를 갔다. 좀 산책을 했더니 아내가 힘들어해서 카페는 못 가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얼른 약이 잘 들어서 아내가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
2024년 10월 30일
입덧약을 받은 후에 아내의 입덧이 좀 괜찮나 싶더니 다시 안 좋아졌다. 오늘 예정되어 있던 수영수업을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아내 회사에 말해서 단축근무도 하기로 했다. 사람이 살고 보는 게 우선이다.
2024년 11월 1일
10월 31일에 아내가 회사에 단축근무 신청을 하고, 오늘부터 단축근무에 들어갔다. 이제라도 단축근무를 해서 다행이다. 일찍 마치니 입덧도 덜한 기분이라고 했다. 단축근무 기간 안에 입덧이 끝나야 할 텐데....
2024년 11월 2일
두 번째 초음파를 찍으러 왔다. 첫 진료에서는 아기집이랑 난황만 보이고 '크림이'를 못 봤는데, 이번에는 1.03cm '크림이'가 보였다! 얼마나 작은 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크림이'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크림이'의 심장은 빨리 뛰었다. 너무 신기했다.
다만 아내가 유산기가 조금 보인다고 하셨다.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문득 이제라도 단축근무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방문은 3주 뒤에 하라고 하셔서 예약을 해두었다.
그리고 미리 예약했던 조리원 상담을 갔다. 많은 신생아들이 줄지어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원장님 설명을 들었는데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온 것과 크게 내용이 다르지는 않았다. 설명을 다 들은 후 예약금을 걸어놓고 방 구경을 갔다. 방이 생각보다 넓고 좋았다. 큰 문제없이 조리원까지 무사히 입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조리원까지 예약하고 나니 또 하나의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다. 다음 진료 때는 건강한 '크림이'를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