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이'는 잘 크고 있을까?
2025년 3월 13일
최근 들어 아내의 몸무게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임산부는 다들 이맘때쯤 살이 엄청 찌던데, 아내는 그렇지 않나 보다. 원래부터도 살이 찌는 것을 경계했었는데, '크림이'가 생기고도 무게가 많이 늘지 않으니 아내도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아내는 임신 25주 차의 막바지인 오늘 평소보다 약 3kg 정도밖에 무게가 늘지 않았다. '크림이'가 거의 700g 정도 한다고 했을 때 양수의 무게까지 합하면 아내의 몸무게는 거의 늘지 않은 셈이다.
한동안 지금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다들 임신 중기부터는 살이 찐다고도 하고, '크림이'도 활발하게 태동을 하고 있고, 아내의 배도 점점 나와서 곧 아내도 몸무게가 늘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임신 중기를 열심히 달리는 오늘은 심지어 아내의 몸무게가 조금 줄었다. 이쯤 되니 아내와 나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 아내가 자꾸 피곤해하고, 소화가 안 되어 저녁을 잘 먹지 못하고 있는데(평소에도 비슷하지만), 이번 주 토요일에 있는 임당검사 때 담당 선생님께 상태를 물어보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로 육아휴직을 쓰기로 했다.
사실 '크림이'는 태동이 활발한 걸로 봐선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산모의 몸무게가 너무 적게 늘어나면 출산 후 산모가 힘들다고 해서 아내가 걱정이다. 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2025년 3월 15일
오늘의 대망의 임당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시간을 딱 맞춰 시약을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 주차장 줄이 너무 길어서 아내를 먼저 병원으로 보내고 나도 간당간당하게 아내 검사 전 도착했다.
임당검사에서 재검사 판정을 받게 되면 병원에서 최소 3시간 이상 머물면서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는데, 제발 한 번에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검사에 임했다.
임당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진료를 보러 갔다. '크림이'가 잘 있는 지도 물론 궁금했지만 가장 궁금한 건 아내의 상태였다. 이대로 몸무게가 거의 늘지 않고 있는데, 이 상황이 괜찮은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우선 '크림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오늘은 '크림이'가 얼굴을 다리에 파묻고 폴더 자세로 있어서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선생님이 눈, 코, 귀, 발 등을 보여주셨다. '크림이'는 다행히 잘 자라고 있었고, 큰 문제가 없었다.
선생님이 아내의 산모수첩을 보시더니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셨다. 마침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선생님께선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출산을 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니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하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정밀초음파는 하시냐고 물어보셨는데, 나와 아내는 정밀 초음파는 안 하기로 했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선 다들 하는 거니 아쉬워하지 말고 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실제로 태어난 '크림이'가 보고 싶지, 정밀 초음파 사진으로 '크림이'의 모습을 유추하고 싶지는 않아서 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을 나서는 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한 달 뒤로 다음 진료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사실 원래 오늘 집 근처 카페에서 북토크를 해서 예약을 해두었었는데,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자 급하게 취소를 하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거기서 아내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카페를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에서 항상 나는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아내가 나에게 실망하고, 우리는 한참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참 좋다. 물론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큰 검사를 무사히 마친 후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내는 것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 임당검사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다음 주쯤 결과가 나온다는데, 한 번에 통과했으면 좋겠다.
2025년 3월 17일
오늘은 진급하고 첫 연봉사인을 했다. 전자식 사인이라서 누가 볼세라 눈치를 보면서 컴퓨터로 연봉계약서를 확인했는데, 고과를 받고 진급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연봉이 많이 올랐다. 항상 돈이 걱정되기는 했었는데, 조금 숨통이 틔이는 기분이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일이 점점 많아져서 퇴근이 늦어지고 있다. 오늘도 하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6시에 겨우 퇴근을 했다. 사실 아내가 몸무게가 자꾸 줄어서 체중계가 고장이 난 것 같다면서 나도 몸무게를 재보라고 했었는데, 그때 몸무게를 재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인생에서 최고 몸무게다. 살은 아내가 쪄야 하는데, 내가 찌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부터 운동을 하기로 했다. 결심한 첫날부터 미룰 수는 없기에 일은 미뤄두고 퇴근을 했다. 아무래도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조금 쉬다가 바로 운동을 갔다. 아내도 요가를 간다고 해서 같이 나섰다.
참 오랜만에 아파트 헬스장이다. 오랜만에 한 운동은 너무 힘들어서 현기증이 났다. 살이 갑자기 쪄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육아는 체력이라던데, '크림이'랑 놀아주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크림이'도 건강한 아빠를 좋아할 거다. 다시 운동이랑 식단 열심히 해서 몸을 만들어 봐야겠다.
2025년 3월 18일
한참 날씨가 따뜻해지다가 오늘은 갑자기 눈이 쏟아졌다. 봄에 꽃샘추위로 내리는 눈이라기에는 너무 많이 내렸다. 아내는 어제 '크림이'의 태동이 너무 활발해서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크림이'는 간밤에 파티를 했다.
나는 아내에게 반차를 권했지만 아내는 결국 정시퇴근을 했다. 출근한 게 아까웠나 보다. 나였으면 바로 쉬었을 텐데.
오늘은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아침에 출근하자마자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후 1시 30분 발표였는데, 발표 전까지 거의 쉬지 못하고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다행히 발표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회의에서 숙제를 한 아름 받아왔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일에 파묻혔는데, 아내의 임당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카톡이 왔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임당검사도 정상이고, 혈액검사 결과도 정상이라고 했다.
아내의 정상 소식에 나는 한숨 돌리고 다시 일을 했다. 내일부터 교육을 가야 해서 오늘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마무리 지으려면 퇴근을 못할 것 같아서 적당히 끊고 퇴근을 했다. 오랜만에 야근을 하니 뭔가 손해 본 기분이었다. 오늘 운동은 포기했다.
나온 배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오늘은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신 아내와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최근 들어 둘 다 너무 바쁘게 지내서 대화를 많이 할 틈이 없었다. '크림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둘이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