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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Jan 26. 2024

눈꽃- 번외

13. 기억 속에서






“냐~옹”

눈에 소복이 쌓인 길거리에 유난히도 고양이들이 많이 있었다.

눈 위가 차갑지도 않은지 그곳에서 뒹굴거리며 장난치듯 놀고 있었다.


“재욱 씨는 혹시 다시 태어나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요?”


“네 갑자기? 흠..”


느닷없는 유정의 질문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정의 어법에 조금 익숙 해 진 듯했다.

재욱은 성실히 대답하는 편이었다.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사람으로 태어나면 좋겠죠? “


“그렇구나..”


“유정 씨는요?”


“흠….. 난 고양이요. 쟤들 보니까 진짜 평화로워 보이지 않아요?‘


“어유…글쎄요. 쟤들도 나름 전쟁 같은 하루하루 를 보낼걸요? 먹을 거 찾아야지. 영역 지켜야지”


재욱은 평소에 자주 길냥이들을 돌봐 왔다. 그래서 그들의 삶이 매우 고단 할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아… 그 생각은 못했네. 그럼 난… 집에 사는 집고양이!”


또 당황스러운 유정의 말에 재욱은 헛 하고 웃음이 나왔다.


”동물 좋아해요? “


“흠… 어떤 종류이냐에 따라서? ”


재욱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고양이는 안 좋아해요? “

갑자기 재욱이 재채기를 했다.


“ 아… 춥지 않아요? 창문 닫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유정 씨 감기 걸릴까 봐서요 “


“칫… 다시 고양이로 태어나도 재욱 씨한테 갈 일은 없겠네 “


뭘 알아차린 건지는 몰라도 유정은 뾰루통하게 돼 받아쳤다.


“풋! 뭐예요 그게 ~”

정말 엉뚱한 유정의 발언에 또다시 웃음 보가 터졌다.


“유정 씨,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


재욱은 궁금해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정의 말과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질문에 대해..


“ 그냥 문득 떠올랐어요. 내가 다시 태어 나도 혹시라도 운명의 어떤 힘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어떨지. 그렇담 어떤 모습일지”


“ 와… 지금 되게 심오한데… 되게 이상해요 풋…”

재욱은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둘은 눈이 마주치고는 훗 하고 웃었다.


진지한 듯 장난인 듯 수줍게 같이 웃는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띠는 것을 또 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왜 이리도 낯설지 않게 좋은 것인지 …

재욱은 그게 너무 좋았다.


“ 어떤 모습이 로든 알아보면 좋겠네요. 진짜 우리가 운명이라면?”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하는 재욱이었지만 평소답지 않은 그의 모습이었다.


“운명이라, 난 운명 같은 거 믿어요. 만약 없다고 하면 너무… 슬프지 않아요?”

유정이 쑥스러운건지 모를 얼굴을 하고 말했다.


“글쎄요. 정해진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정해져 있는 게 더 슬플 것 같아요 “

재욱은 그런 그녀의 말에 조금은 다른 의견이었다.


“그것도 그렇네.”


유정은 뭔지 모르지만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왜 이리 가슴이 시린 것 같은 슬픔이 느껴지는지 말이다.


“에잇, 슬프다는 말 하니까 갑자기 슬퍼졌어. 재욱 씨 우리 운명에 맡겨봐요. 그쪽하고 나 다시 만나게 될지 말이에요. 어때요?”


“에이… 운명은 거스르고 부딪혀야 된다니까.”


”칫.. 낭만 없다 재욱 씨“


“왜요~ 나 꽤 로맨스있는데?”


“어딜 봐서요!”


“두고 봐요. 다시 만났을 때 어떨지 말이에요”


두 사람의 대화는 길어졌고 그만큼 그날 밤도 길었다.


편안함과 설렘 그 경계선에서 수줍게 떨리는 그 느낌이 두 사람에게 모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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