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초복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식당을 가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주로 포장을 해서 먹는다.
주말에 미리 먹자는 생각으로 근처 유명한 삼계탕 집에가서 포장을 네개 했다.
시어머니, 남편, 내꺼, 아이들 둘이 같이 먹을 것.
일요일 낮에 먹으려고 주말동안 아이들을 맡겨 둔 시댁으로 향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시아버지것을 안해온 것. 다행히 시아버지가 안계셔서 네 개를 포장해 온게
민망 하진 않았지만
먹으려고 펼치다 보니 저녁에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잡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5개를 포장해 올걸.
불현듯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나는 내것을 안먹어고 놔둬야 아버지것은 왜 안사왔냐 하는
원성을 안 들을 것같았다.
딱히 먹을것으로 원성사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날이 초복이라는 '특별한 날' 이니
시아버지것을 안챙겼다는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미리 생각을 못한 것을 내심 혼자 탓하며...
며느리 몫을 항상 해야하는 자신이 조금 불쌍해 지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닭 살을 다 발라주고 먹여주고 있으니 시어머니와 남편이 앉아 삼계탕을 드신다.
나는 안먹겠다 하니 그냥 안먹고싶어서 안먹나 보다 한다 남편놈은
아마 속으로 생각했겠지. 지 입에 안맞아서 안먹는다 하던가 아님 배가 고프지 않다던가.
아침을 거르고 포장하러 간거여서 배가 고플거라는 것을 알텐데
참으로 혼자 잘 드신다. 이렇게 동상이몽으로 초복을 챙겨본다.
그래도 시아버지께 미움은 안받겠지 하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안심을 하며...
내 보신은 아무도 챙겨주는 매년 똑같은 초복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