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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인 Jul 04. 2023

제1장 스스로 자초한 희망고문

1. 일생일대 우연지사  

       

2020년 초반 언저리의 일로 기억된다. TV를 보다가 존리(John Lee, 한국 이름 이정복)가 주식투자를 권하는 강연을 시청하고 겁도 없이 주식시장에 덥석 발을 들였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30년 넘게 미국 증권계에 종사하다 귀국하여 ‘부자가 되고 싶으면 주식을 하라.’고 부추기는 말에 넋이 나갔던 것이다. 

           

존리의 말들이 솔깃해서 끝까지 들어보니, 잘 준비해서 주식을 하면 부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사무실도 직원도 필요 없이 장차 가격이 비싸질 것 같은 주식들을 저가에 사서 비싸게 팔기만 하면 되는 ‘손쉬운 사업’을 왜 이제껏 몰랐을까. 이참에 ‘돈 버는 방법’을 익혀서 나도 부자가 되고 후손에게도 물려주면 일조이석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존리는 미국에서 들어와 국내 증권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2012년 9월『왜 주식인가?: 부자가 되려면 자본이 일하게 하라』라는 저서를 펴냈다. 2년 뒤인 2014년에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던 메리츠 자산운용의 대표로 취임하여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2020년 이후에는 선풍적 인기를 등에 업고 『존리의 부자 되기 습관』(2020년), 『엄마, 주식 사주세요』(2020년),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2020년), 『왜 주식인가?: 시간에 투자하는 대가의 생각』(2022) 등의 저서를 연달아 출간해 ‘동학개미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존리는 저서와 언론매체 등을 통해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진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였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펀드매니저로 크게 성공한 관록과 귀국하여 쌓은 눈부신 업적을 조리 있게 버무려서 이웃집 아저씨처럼 구수하게 풀어내는 그의 강의는 다른 어느 주식전문가의 말이나 글보다 호소력이 있었다.            


2. 암기지식 무용지물

       

머릿속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표지에 ‘주식’이 들어간 책들을 무작위로 구해서 읽었다. 실전에 나서기 전에 이론무장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연구와 강의로 살아온 터라 공부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마치 수험생이 참고서를 보듯이 주식책 읽기에 몰두하였다.      


읽고 싶은 책이 절판되었거나 도서관에 없으면 국립중앙도서관의 공동도서관지원서비스(책바다, 책이음)를 통해 구해서 읽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가 보니까 재미를 돋우는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다. 주식투자의 전설로 통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개와 주인의 산책’ 이야기와 ‘달걀이론’을 접하고는 비유의 탁월성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독서에 열중하는 동안 틈틈이 TV의 경제방송을 시청하고, 도서관에 가서 경제신문을 읽고, 유튜브를 열어서 주식강의 영상들을 보았다. 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교육용 영상들을 열심히 시청하고, 고수를 자청하는 이들이 개설한 주식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해 주식세계의 분위기를 익혔다. 


그렇게 1년 반쯤을 보내고 났더니 주식투자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어느 정도 갖췄다는 생각과 함께, 배운 대로만 하면 곧바로 수익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계속 궁색하게 살다가 생을 마칠 것 같은 불안감이 쌓였다.   

   

그래서 좌고우면을 거둬내고 용기를 내서 주식시장에 발을 들였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해서 다섯 종목쯤 샀다. ‘한꺼번에 사지 말고 나눠서 사라.’는 조언을 따라서 몇 차례에 걸쳐서 몇 주씩 샀다.      

안전도가 높고 거래비용이 저렴하여 초보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ETF도 사고, 배당을 많이 준다는 은행주도 사서 보유하였다. 항시 투자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라는 조언도 충실히 따랐다. 

     

‘주식시장은 악마의 발명품’이라거나 ‘주식은 모욕의 달인’이라는 등의 경고를 가슴깊이 새기고, 하지 말라고 배운 것은 한 가지도 안 했다. 신용거래융자 같은 것은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휴대폰 번호를 남기면 급등종목을 알려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지도 않았다. 선물이나 옵션 같은 것은 방법을 배워볼 생각도 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사가 편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겁을 먹은 것도 아닌데 자신 있게 되는 것이 한 가지도 없었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을 때는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도 더 쉽게 생각되던 일들이 막상 해보니까 맨발로 물 위를 걷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공모주청약을 알리는 신문기사나 광고가 요란해서 응모를 해보면 기껏해야 1,2주가 배정되거나 아예 1주도 주지 않았다. 그나마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에 가격이 공모가를 상회하면 얼마라도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만약 하회하면 손해를 피할 수 없었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이미 상정되어 있는 주식들도 종목 선정→매수→매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단계마다 복병이 나타나서 발목을 잡고는 결정을 망설이게 하였다. 최대한 신중히 결정하고 행동을 하여도, 화초는 뽑아내고 잡초만 키우는 바보짓이 반복되었다. 

     

경험이 부족한 탓으로 여기며 다시 또 어렵게 종목을 고르고 자금을 쪼개서 주식을 사고팔아도 계좌의 푸른색깔이 붉게 변하질 않았다. 주가가 오를 때는 더 많이 오르기를 기대하다 수익을 놓치고, 주가가 내릴 때는 다시 오르기를 바라다가 손실을 키웠다. 

     

주식시장은 ‘되치기의 명수’이고 ‘뒤집기의 달인’이라더니, 가격이 급등하던 주식도 내가 사면 가격이 내려가고 내가 팔면 값이 올라가는 조화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책에서 읽고 강의에서 들은 대로 ‘나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려 하여도 여의치가 않았다. 어떤 기업의 주식을, 언제, 얼마에, 몇 주를, 어떤 방법으로 사서, 값이 얼마가 되었을 때 어떤 방법으로 팔 것인지를 모두 일일이 사전에 정해야 할 것 같아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중요한 몇 가지만 원칙을 정한다 해도 무수히 많은 항목 가운데 어떤 항목을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한단 말인가. 또 적당한 방법으로 몇 가지를 고른다 해도, 힘든 상황이 닥치면 마음이 흔들려서 지키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포기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모든 주식의 가격이 다 떨어지면 체념하고 마음을 접을 터인데, 주식이라는 것이 참 신기했다. 폭락장에서도 상한가를 가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어떤 업종은 거의 모든 종목의 주가가 매일 상승하여, 마치 무슨 마법이 작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3. 감언이설 약육강식  

   

그런데 알고 봤더니 주식시장에 온갖 속임수와 꼼수가 난무하였다. 잔꾀에 능하면서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가진 맹수가 온순하면서 겁이 많은 초식동물을 잡아먹듯이, 심보와 습성이 고약한 자들이 비열하고 파렴치한 수법으로 무지하고 순진한 투자자들을 덮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국민이 공포와 비대면의 불편을 겪고 있을 때 코로나19 진단 키트 생산과 관련된 헛소문을 퍼뜨려 회사의 주가를 띄운 뒤에 보유 중이던 주식을 모두 처분하여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검거되었다.

     

범인으로 검거된 여섯 명은 범행을 위해 먼저 코스닥에 상장된 한 기업을 무자본 M&A 방식으로 인수한 다음, 코로나19 검체 수송 배지 임상실험 결과를 조작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였다.     


그런 다음 코로나19 검체 수송 배지를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아 곧 생산과 수출을 시작할 것처럼 헛소문을 퍼뜨려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재빨리 매도해 약 214억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미국의 주식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2020년 무렵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니콜라(Nikola Corp)의 사기 의혹이 불거져 큰 파문이 일었다. 처음 발단은 미국의 금융분석업체인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수소트럭 시연 장면, 기술력, 수주 규모 등이 거짓이라고 밝힌 데서 비롯되었다. 

     

그보다 2년 전에 니콜라가 수소 전기 트럭이 초원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들어간 홍보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린 것이 파장의 단초가 되었다. 힌덴버그가 니콜라 직원이 문자메시지로 제보한 내용에 의거해, 그 영상 속의 트럭이 스스로 달린 것이 아니고 언덕 위에서 아래로 굴려놓고 찍은 것임을 폭로하여 논란이 촉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니콜라 측은 '우리는 스스로 달린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장문의 해명자료를 내서,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보는 공매도 전문업체인 힌덴버그가 증시를 조종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논란이 멎지 아니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가 니콜라와 트레버 밀턴 전 CEO를 조사하였다.  

    

이후 니콜라는 기업공시를 통해, 약 1억 2,500만 달러의 벌금이 예상되며 그 전액을 트레버 밀턴 전 CEO에게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이 미국의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국내 주식시장까지 타격을 받아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  

         

그다음 해인 2021년 2월에는 역시 미국의 나스닥 상장기업인 중국의 드론 전문업체 이항(億航·Ehang)의 사기 의혹이 불거져 전 세계 주식시장이 격랑에 빠졌다. 당연히 한국의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아서 피해를 본 투자자가 많았다. 

     

처음에 미국의 투자정보업체인 울프팩리서치가 세계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 드론택시)를 개발하여 중국 2위 드론업체로 부상한 이항의 기술 조작 및 가짜 계약일뿐만 아니라 드론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울프팩은 이항의 중국 광저우 본사와 공장을 직접 가보고 납품계약을 맺은 업체들을 탐방한 뒤 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이항이 맺었다는 계약들이 모두 허위이고 드론택시 생산을 위한 조립라인도 없다고 발표하였다. 곧바로 이항의 주가가 폭락하였고 그 여파로 많은 수의 국내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 

    

그보다 앞서 서울특별시가 이항의 드론택시를 들여오고 국내 투자자들이 이항에 6000억 원 이상 투자한 상태여서 사기 소식에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17억 원을 주고 이항의 드론(EH216)을 들여다 실증행사까지 열었던 서울시 관계자들의 입장이 어떠하였을는지는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4. 대오각성 환골탈태      


잠시 머릿속에서 주식 생각을 지우고 지나간 시간들을 차분히 돌이켜봤더니, 자동차운전을 책으로 익히고서 차를 몰고 거리로 나간 상황이 연상되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동안의 투자행태를 겸허하고 냉정하게 분석해 봤더니, 부자가 되겠다는 환상에 취해서 돈의 노예가 되어 있는 한심한 모습이 <그림 1>과 같이 그려졌다. 이게 정말 나란 말인가?  

<그림 1> 부자를 꿈꾸는 자의 일상 

주식만 하면 무조건 부자가 되는 줄 알고 믿음·용기·걱정·기대의 포로가 되어 소원·결단·실행·희비가 반복되는 지루하고 따분한 순환궤도를, 시곗바늘이 숫자판 위를 끝없이 회전하듯, 쉬지 않고 공전하는 꼭두각시가 연상되면서 ‘신기루‘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환상·착시·백일몽. 헛꿈...    

 

내친김에 내가 그처럼 멍청한 얼간이가 된 경위를 진단해 봤더니, 그동안 공들여 읽은 주식서적과 열심히 시청한 주식강의 영상들이 모두 미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투자 경력이 화려하면서 언변이 뛰어난 저자와 강사들이 화려한 관록·실적·언변·인기로 사람들의 희망을 충전시켜 ‘부자 꿈’을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주식시장의 속성을 알아챈 것이다. <그림 2>는 그런 판단과 믿음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림 2> 희망이 충전되는 구조

그들은 눈부신 경력과 성과를 자랑하며 뛰어난 화술로 내게 주식투자를 권유하였다. 은행예금이나 부동산투자보다 주식투자가 백 번 유리하니 부자가 되고 싶으면 반드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순진한 초보자들을 최면상태에 빠뜨렸다.  

    

주식투자로 억만장자가 된 전설적 인물들의 성공담을 양념처럼 끼어 넣어, 주식을 시작하기만 하면 곧바로 갑부가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자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을 교묘하게 자극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주식투자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종목 선정,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역발상투자, 분할매수, 분할매도, 손절매, 현금보유 같은 방법론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어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게 만들었다. 

     

또, 군중심리, 금리, 환율, 재정정책, 통화정책, 경제지표, 재무제표, 첨단기술, 국제관계 등에 관한 저술이나 특강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을 부단히 주입하였다. 과거 일정기간 동안의 주가 지수를 토대로 미래의 주가 방향을 예측하는 컴퓨터프로그램(퀀트)이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매매기법 등도 알려주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같은 주식격언들을 입버릇처럼 들려줘서 주식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경제적 지유’의 단맛을 느끼게 하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주식을 가르치는 이들의 행태가 미꾸라지를 닮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나같이 모든 분석, 예측, 전망 앞에 ‘만약 ∼한다면’ 혹은 ‘만약 ∼하지 않는다면’ 같은 가정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분석, 예측, 전망이 빗나가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가정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빠져나갔다.   

  

그래서 <그림 1>과 <그림 2>를 합쳐보았더니, <그림 3>과 같이, 부자가 되어보려다가 ‘희망고문의 덫’에 걸려 홀로 버둥대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심신이 멀쩡하던 자신이 돈의 노예가 되고 희망의 포로가 된 줄도 모르고 일확천금으로 고대광실을 짓고 안락하게 사는 환상에 빠져있는 불쌍한 몰골을 차마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그림 3> '희망고문의 덫'에 걸린 꼭두각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추스르려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는데 문득 오래전에 어떤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는 베토벤 이야기가 떠올랐다. 음악인들 사이에 서양 음악사를 빛낸 악성(樂聖)의 한 사람으로 칭송되는 베토벤이 청각장애를 비관하여 죽을 결심을 하였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역사에 길이 남은 명곡을 남겼다는 감동 어린 줄거리다. 


어릴 적부터 천재 작곡가로 명성이 높았던 베토벤은 스물일곱 살 때 왼쪽 귀가 고음을 들을 수 없게 되자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조용한 시골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절망에 빠져 의욕을 잃었다가 6개월 뒤에 생을 접으려고 유서를 썼는데, 그 마지막 문장이 신을 향한 간절한 애원이었다. 

     

"신이시여! 제게 단 하루만 온전히 깨끗한 귀를 허락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고요? 안 됩니다. 불허는 저에게 너무나 가혹합니다."  

   

하지만 유서를 완성한 베토벤은 저승의 문턱까지 갔다가 발길을 되돌린다. 이후로 곤충이 허물을 벗듯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9번 합창곡을 작곡하고 최초 공연을 직접 지휘하여 청중으로부터 뭉클한 격려를 받는다. 죽으려다가 마음을 돌리고 창작한 작품이 불후의 명곡이 된 것이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떠올린 베토벤의 대오각성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마음, 생각, 행동, 습관을 차례로 바꾸게 만들었다. 이후로 과감한 변신을 통해 운 좋게 지름길을 찾고 생각지 않은 귀인도 만나서 안정적이고 홀가분한 투자생활로 들어섰다.

       

그러므로 이어지는 제2장부터 제6장에 걸쳐서 내가 주식을 시작하고 나서 직접 느끼고 목격한 주식시장의 밉상을 적어보겠다. 그런 다음에 제Ⅱ부에서 순진하고 무지한 개인 투자자들을 알겨먹는 물귀신들이 주식시장의 도처에 숨어서 순진한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드는 실상을 들춰보겠다.

      

내가 산전수전 극복하고 극적으로 편안한 투자를 하게 된 과정은 마지막 순서로 다루겠다. 다른 이야기 다 빼고 지름길을 찾은 이야기만 어서 읽고 싶은 독자가 많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급하게 먹으면 사달이 생기는 법이니, 순서대로 천천히 읽어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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