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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인 Jul 04. 2023

제8장 불공정거래행위 자생

1. 반사회적 중대범죄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게시물에 의하면, 1956년 개장 이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노령화 사회로의 진전 및 퇴직연금제도의 본격 도입 등으로 자본시장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일종의 사기적 증권범죄로서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투자자의 시장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양적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것은 사실이나 질적인 측면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흡족한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까닭이기도 하나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충분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국제적인 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려면 먼저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되므로, 여기 제8장부터 제11장까지는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실상을 짚어보겠다.   

  

우선, 현행 증권거래법 제9장(상장법인등의 관리) 제2절(불공정거래행위)은, 내부자의 단기매매(제188조), 미공개정보 이용(제188조의2), 시세조종(제188조의4) 등 세 가지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또, 미공개정보 이용과 시세조종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있을 때는 위반자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4편(불공정거래의 규제)은 내부자거래(제1장), 시세조종(제2장), 부정거래행위(제3장)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있을 경우를 예상한 배상책임규정은 없다.

      

증권거래법 제188조의2의 ‘미공개정보 이용’과 자본시장법 제4편 제1장의 ‘내부자거래’는 같은 행위를 각기 다른 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불공정행위는 자본시장법 제37조(신의성실의무 등)의 규정에 심히 위배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여서 법정형이 매우 무겁다.

       

자본시장법 제37조는 제1항에서 “금융투자업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금융투자업을 영위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가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가 이익을 얻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였다. 


         

2.  법규위반 단속체계

    

증권거래법과 자본시장법이 있어도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다양화‧복잡화되자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앞장서서 지속적인 단속과 제재를 가해왔다. <표 3>은 국내 자본시장의 질서와 공정 유지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 네 기관의 명칭, 설립 근거와 목적(기능), 법적 성격 등을 정리한 것이다. 

        

<표 3> 자본시장의 질서와 공정 유지 체계

첫 번째의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국내 금융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감독원 원장, 금융위원장 추천 2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 1인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금융정책 및 금융제도에 관한 정책의 수립, 금융기관 감독 및 관련 규정의 제·개정, 금융기관의 설립, 합병, 영업 양수·도 등과 관련된 인·허가, 증권·선물시장의 관리·감독 및 감시, 금융중심지의 조성·발전 관련 정책의 수립 등이다. 

     

두 번째의 금융감독원은 민간기구로 무자본(無資本) 특수법인이다.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한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기관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정부의 출연금, 한국은행의 출연금, 기관의 출연금, 4.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기관의 분담금 등으로 충당한다(제46조).  

   

2023년 5월 현재 원장(이복현)은 검찰에서 금융·증권범죄를 많이 다뤄본 인물이다. 감사(감사원 출신)와 수석부원장(금융위원회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8명(공석 2명 제외)은 금감원에 장기간 재직한 이들이다. 원장·부원장·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 


세 번째의 한국거래소는 민간기업이다. 금융거래소. 거래소 시장(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의 개설·운영, 증권의 매매거래나 장내파생상품의 청산 및 결제, 증권의 상장, 시장 감시 등을 종합적으로 관장한다. 한국거래소 회원인 금융투자회사와 은행만 한국거래소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387조(회원)에 의거해 회원(거래소 결제회원 & 매매전문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비로 쓴다. 2023년 5월 중순 현재 국내 증권시장과 파생상품시장에서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84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증권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의 매매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채무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하여 회비와는 별도로 회원보증금을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상의 공직유관단체에 속한다. 시장 감시 등의 국가 기능을 위탁 수행하는 관계로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임원진 7명 가운데 한국거래소 출신은 3명뿐이고 나머지 4명은(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절반 이상이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재직 중인 임직원들의 상사였었다는 뜻이다. 2023년 5월 현재 이사장(손병두)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수사부는 법률에 금지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로 자본시장의 질서와 안정을 해친 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한다. 경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과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금융과 증권과 관련된 범죄사건만 취급한다.  공직자윤리법상의 공직유관단체에 속한다. 시장 감시 등의 국가 기능을 위탁 수행하는 관계로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검사 7명과 수사관 40명 이외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9명이 파견되어 총 56명이 근무 중이다. 일반적인 검찰 수사부서에 배치되는 인원(20명)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검사는 직접수사를 하지 않고 범죄사실 구성이나 법리, 영장 관계, 인권침해 등을 관리하는 사법통제 역할만 한다. 직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제도란, 긴급하고 중대한 사건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를 생략하고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다가 혐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 등으로 검찰의 수사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면,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신속히 검찰에 통보한다. 사건을 이첩 받은 검찰은 수사절차를 신속히 마치고 주요 혐의자를 기소한다. 

    

지난 2013년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 채택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처음 도입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경부선 철도에 전에 없던 KTX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증권선물위원장(증선위원장) 긴급조치’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세히 소개한 바와 같이 자본시장의 질서와 공정 유지 체계가 촘촘하게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시장적 범죄에 대한 예방·적발에 빈틈이 많고 범법자에 대한 처벌도 엄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높은 책임성이 요구되는 상장사 임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이나 불공정거래 전력자의 재범행 등으로 다수의 일반투자자가 금전적 피해를 입고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자,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최근의 자취만 꼽더라도, 2202년 5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 제고’를 포함시키고,  「주식시장 투자자보호 강화」 정책세미나(6월 17일)와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7월 26일) 를 연달아 개최하였다. 

    

두 달 뒤에는 자본시장 거래 제한,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역량 강화방안」을 마련하여(9월 26일), 악질적‧반복적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예방하고,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가 확립될 수 있게 하였다. 

    

2023년 들어서도「금융위‧금감원‧거래소‧검찰 합동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개최하여(2월 28일), 관계기관 상호간 공조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투자자의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주요사건에 조사역량을 보다 집중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로 하였다(2월 28일).   

  

금융감독원은 주식시장의 안정성과 가격형성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도의 시행내역을 보면, 1년 동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업무에 기여한 제보자 2명에게 각각 5천8백50만원, 5천만원씩 총 1억 8백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였다. 두 사례 공히 대표적인 민생침해금융범죄 중 하나인 ‘리딩방을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자의 신원, 수법, 범행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보한 데 대한 포상이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헌신적 노력이 주식시장의 다양한 금융범죄와 증권범죄 엄단으로 이어질는지는 미지수다. 불공정거래의 수법이 날로 지능화 추세를 보이는데다가, 대형 법무법인마다 금융·증권범ㄹ죄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충 전담팀을 대출 꾸린 것이 아니고 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에서 금융·증권범죄를 많이 다뤄본 베테랑들을 포진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증권·금융범죄를 저질러도 재력만 있으면 일류 변호사들을 내세워 죄를 줄이거나 벌을 덜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니,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3. 범법행위 적발     


<표 4>는 최근 6년 동안 금융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다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서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통보한 건수를 집계한 것이다. 전체 통보 건수가 53건이고, 연평균 적발 건수를 계산해보면 9건 정도가 나온다.

   

<표 4> 최근 6년 동안 패스트트랙 이용 현황

<표 5>는 한국거래소(KRX) 시장감시위원회가 2023년 1월 25일 발표한 「2022년도 불공정거래 심리실적 및 주요 특징」에서 인용한 것이다. 한국거래소 자료에는 ‘보고의무 위반’과 ‘기타 유형’의 불공정행위를 단속한 실적도 포함되어 있으나, 자본시장법에 별도로 명시된 불공정거래 유형들이 아닌데다 적발건수도 많지 않아(3년 동안 23건 적발)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303건의 불공정행위가 적발되어, 연평균 적발건수가 101건 정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내부자거래(미공개 정보 이용)가 184건(56.4%)으로 전체 적발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그다음은 시세조종 64건(19.6%), 부정거래 55건(16.9%) 순으로 나타나있다.


<표 5> 최근 3년간 불공정행위 적발현황-유형별(단위: 건, %)

2022년에는 투자조합이 연루된 부정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부정거래 혐의를 통보한 22건 가운데 16건이 투자조합과 관련되었다. 소수의 불공정 주도세력이 투자조합의 익명성과 낮은 규제를 악용하여 다양한 유형의 부정거래에 관여한 특징을 보였다.  

   

적발된 투자조합들은 부정거래의 일반적 양태인 지분인수→자금조달→주가부양→차익실현의 각 단계에 관여하여 부당이득을 취했다. 동일한 혐의자가 동일한 수법으로 불공정거래를 반복하였다. 부정거래가 적발되어 금융위원회에 통보된 자가 다시 유사한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사례가 여러 건이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2020년에는 시세조종,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거래)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금액이 3793억 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그 금액이 6327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표 6>은 불공정행위 적발건수를 시장별로 나타낸 것으로, 전체 적발건수의 약 3/4 정도(74.6%)가 코스닥시장에서 적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회사의 규모가 코스피 종목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서 불공정거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어 있다. 

<표 6> 최근 3년간  불공정행위 적발현황-시장별            (단위: 건, %)

그런데 범죄통계를 해석할 때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개연성을 꼭 유념해야 한다. 범행이 있었지만 관계당국이 인지하지 못해서 집계에서 빠진 암수범죄(hidden crimes)가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통계보다 암수범죄가 더 많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오죽하면 거짓말·새빨간 거짓말·범죄통계를 ‘3대 거짓말’로 꼽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을까.  

     

관리자나 경영자의 입장에 있는 자가 직무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을 이용하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는 암수범죄가 많을 공산이 크다.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곤란하거나, 피해당사자가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경우가 많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 대표적 인물로 손꼽히며 증권시장의 살아있는 전설을 자처했던 K 모 전 E자산운용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본인의 자금을 빌려준 뒤에 법인 명의로 그 기업의 주식을 산 혐의(차명투자, 자기매매 행위)로 금융위원에 의해 직무정지 6개월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M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L모씨는 2023년 5월 이해상충 관리 의무, 전문인력 유지 의무, 금융상품 광고 관련 준수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의해 직무정지와 10억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아직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절차가 남아 있으나, 그대로 확정될 경우 존리는 3∼5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될 것이다.


그 외에도 적발이 쉽지 않은 화이트칼라형 불공정거래가 끊이질 아니하여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은 물론이고 정부와 여당까지 나서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2023년 5월에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발 대규모 주식 폭락 사태를 계기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합동으로 다수의 차액결제계좌(CFD)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와 연계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18개 증권사의 CFD계좌 3400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금융감독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 불법행위 단속반'을 설치하여 리딩방 운영 등 불법행위 단서를 적극 수집하고 신속히 비노출(암행) 일제점검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단속반의 활동을 위해 불법행위 혐의를 받는 업체가 적발되면 수사기관에 통보되며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즉각 조사에 착수하게 하였다. 

     

아울러서 금감원의 온·오프라인 시장정보 수집·분석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인력보강, 조직개편, 금융위원회·수사기관과의 유기적 협력 등을 추진키로 하였다. 불공정 거래를 신속하게 적발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와 여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중이다. 주가조작에 대한 제재 수준을 대폭 높여서, 기존 형사처벌 외에 부당이득의 최고 2배를 환수하는 과징금을 신설하기로 하였으며, 핵심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한 자는 10년 동안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고, 현재 100일 이하 단기간 전형적 범죄 탐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한국거래소의 이상 거래 포착 시장 감시시스템을 대폭 강화한다. 

     

둘째로, 다단계 투자 모집, 6개월 또는 1년 단위 중장기 시세조종 등 신종 비전형적 수법도 탐지하도록 개선한다.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기존 거래 사례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 여부를 점검한다.

     

셋째로, 금융당국의 정보수집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포상금 자진신고 기능을 개선한다. 현재 최고 한도가 20억 원인 포상금 상한을 2배 높여서 40억 원으로 하고,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도입한다.  


   

4. 법행수법 진화 

    

이른바 3대 불공정행위는 각기 따로따로 행해지는 경우보다 두 가지 이상이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내부자거래의 경우, 기업의 호재나 악재를 미리 알고서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먼저, 주식을 보유한 다음에 없는 호재를 허위로 꾸며서 공시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린 뒤에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서 차액을 챙기는 수법이 끊임없이 보도된다. 그런가하면 미리 약속을 정해놓고 부정한 거래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팔아 주가가 올라가면 보유한 주식을 일시에 처분해 거액의 차액을 챙기는 수법도 자주 쓰이는 것 같다.  

   

SBS TV가 2023년 1월 6일부터 2월 11일에 걸쳐서 12부작으로 방영한 드라마 ‘법쩐’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여러 건의 주가조작 사례가 투영된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요인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 은용과 ‘법률기술자’ 준경의 통쾌한 복수극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온라인을 통한 시세조종은 현실세계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수법이다. 주식 고수를 자처하는 자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 이를 본 투자자들이 매수에 참여해 주가가 오르면 정작 운영자들은 주식을 처분하여 수익을 챙긴다.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투자유치, 신기술 측허 취득같은 허위 정보를 발표해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수법도 자주 보도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지는 전자공시를 당국이나 한국거래소가 일일이 면밀하게 검증할 수 없는 허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4월 말엽의 대한민국은 초대형 주가조작으로 인해 해당기업의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보도되어 충격과 우려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소동의 발단은 4월 24일 프랑스 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을 통해 여덟 기업의 주식이 대량으로 매도되어 초유의 주가폭락이 뒤따른 데서 비롯되었다.  

    

언론보보에 따르면, 주가 조작을 주도한 라덕연이라는 인물은 투자자문회사를 차리고 연예인이나 기업가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자산가나 전문직 종사자들을 고객으로 모집하였다.     

<그림 8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골프연습장과 피부관리숍, 고급 주점 등을 차려 고객들과 친분을 쌓은 뒤 ‘확실하게 고수익을 낼 투자 방법이 있다’라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리고서는 투자자들 명의로 새 휴대폰을 개통하게 하여, 새로 생긴 휴대폰·공인인증서·신분증을 투자금과 함께 받아서 소유자 명의의 증권계좌를 개설하였다. 

     

이후 투자자들을 전문투자자로 둔갑시켜 본인들이 모르게 최대 투자증거금의 10배까지 차액결제거래(CDF)를 통해 주식을 계획적으로 매매하면서도 마치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한 거래처럼 위장하였다. 금융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점찍은 기업들의 주가를 무려 3년에 걸쳐서 하루에 0.5∼1% 정도씩 야금야금 끌어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 장기간에 걸쳐 상승추세를 유지하던 대성홀딩스·선광·서울가스·삼천리·세방·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다우데이타 등의 주가가 24일 종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30% 가까이 일률적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로 여덟 기업의 시가총액 총합(28일 기준)이 사건 발생 직전(21일) 대비 약 7조8493억원(64.4%)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원인은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을 눈치 챈 주가조작 세력이 급하게 매물을 던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CDF를 통해 자금을 빌려준 증권사들이 거의 동시에 반대매매를 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되었다. 첩보를 입수한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투자컨설팅업체의 사무실 관계자 명의 업체와 주거지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하였다.

      

하지만 연루된 여러 사람의 관계가 서로 얽히고설켜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하기 어렵고,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팔아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사람들도 있어나 수사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주가조작이 행해지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투자자들을 불러들인 것으로 전해져,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단군 이래’, ‘정부수립 이후’, ‘2천 년대 들어’ 같은 부사구가 또 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어지는 제9장부터 제11장까지는 최근 3년 동안 관계당국에 범행이 적발된 건수가 많았던 순서에 따라 내부자거래(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순으로 적발현황과 범행수법 등을 요점 위주로 펼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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