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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인 Jul 04. 2023

제9장 내부자거래

1. 자본시장법 제174조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회사 내부의 중요한 호재나 악재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전에, 해당 회사의 주요 주주나 임직원 또는 회사의 내부사정을 아는 사람이 재료를 알고서 해당 주식을 미리 매수 혹은 매도하였다가 발각되어 사법절차에 넘겨지는 경우가 종종 보도된다.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매한 사람들은 이익을 보고나 손실을 피하겠지만, 정보를 까맣게 모르고 주식을 매매하는 일반인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증권시장은 투기장으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명백하다. 그러므로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금지행위와 그러한 행위를 하면 처벌되는 사람의 범위를 <표 7>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표 7>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종합하자면, 기업의 내부자나 내부자에 가까운 사람이 투자자들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하여 주식을 미리 매매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행위(내부자거래, 미공개정보 이용)는 자본시장법 제37조(신의성실의무 등)에 심히 반하는 파렴치범죄라고 할 수 있다.     


철면피라고 하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낯가죽이 쇠로 되어 있는 것처럼 염치가 없고 뻔뻔한 사람들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의 임직원이나 주요 주주, 거래소의 공시 담당자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 매도한 뒤 차익을 거둔 의혹이 불거지면 온 국민이 공분을 느낀다. 

     

내부자거래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극도의 분노를 느낀다는 것은 사회적 비난의 수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유는 전체 국민과 정부, 그리고 금융당국의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의 지위나 전문지식을 이용해 잔꾀와 속임수를 써서 이익을 거두는 사람들을 경멸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무과정에서 지득한 호재나 악재가 외부로 공표되기 전에 은밀하게 주식을 매수 혹은 매도하는 행위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경멸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일반 투자자들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도 종목을 잘못 골라서 크게 손실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법절차를 거쳐서 내부자거래가 입증되면, 자본시장법 제175조에 의거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에 더하여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으로 매소 혹은 매도한 금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형이 가중될 수 있고, 50억 원을 넘으면 형량이 무기징역에 이를 수도 있다. 

     

형사처벌 대상도 광범위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내부자의 범위에 회사 임원과 직원 외에 '준내부자'와 '정보수령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준내부자는 ‘실질적으로 회사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변호사나 법률고문, 감사 업무를 맡고 있는 회계사 등이 준내부자로 분류된다.

     

정보수령자는 내부자 또는 준내부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의 가족, 친구, 지인 등을 포함하며, 흔히 '1차 정보수령자'라고 한다.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전해들은 2, 3차 정보수령자(다차 정보수령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현행법은  ‘미공개’ 해제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가 공개로 전환된 직후의 주식거래가 내부자거래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해석이 대립할 가능성을 예상해서 마련해둔 조항이다. 

     

기업이 이전까지 미공개 상태였던 정보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나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공시한 시점으로부터 3시간이 지나거나, 방송 또는 신문에 보도되고 나서  6시간이 경과하면 공개 정보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  

    

금융위원회나 한국거래소에 신고 또는 보고를 위해 제출된 서류에 기재된 정보는 비치된 날로부터 24시간이 지나야 ‘공개’ 상태로 전환된다. 따라서 호재나 악재가 있는 기업의 내부자·준내부자·정보전달자 등도 법에 규정된 시한이 지나면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2. 내부자거래 사례  

   

2021년 11월경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한 의혹이 불거졌다. 2022년에는 에코프로BM·에디슨모터스(현 스마트솔루션)·호반건설 등의 내부자거래 의혹이 줄줄이 언론에 보도되어 투자자들이 분개하고 세상이 떠들썩하였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게시물에 따르면, 내부자거래의 수법은 매우 다양하다. 호재성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회사의 주식을 싼값에 매수하였다가 정보가 공개되어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여 매매차익을 챙기기도 하고, 부도 등 악재성 정보가 외부로 공개되기 전에 회사 주식을 매도하여 정보공개 이후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도 한다.   

  

다음은 금감원의 내부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내부자거래 사례 두 건을 옮겨온 것이다. 

          

● 내부자 정보를 친구의 매매에 이용하게 한 미공개정보 이용 

    

○ 사건의 개요    

 

X 상장법인을 퇴임한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前 재무담당임원 A는 X사의 그 해 결산회계감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X사의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는 악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고 이를 친구 B에게 전달하였음. B는 이를 자신의 지인 C에게 전달하여 동 정보가 공개되기전 C는 보유하고 있던 X사 주식을 매도하여 8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하였음.  

   

○ 투자자 유의사항     


미공개중요정보의 이용이란 자신이 직접 그 정보를 매매에 이용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타인의 매매에 이용하게 하는 행위도 해당됨. 따라서 상장회사 내부자로부터 미공개 중요정보를 전달받은 1차 정보수령자가 자신이 직접 그 정보를 이용하여 매매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친구에게 이용하게 한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임. 



● 주식 대량취득정보를 이용한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의 개요     


X사 경영권 인수를 위하여 장외에서 X사 주식을 대량취득(관련 법규를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취득) 계약에 참여하기로 한 A가 동 정보를 이용하여 대량취득 계약체결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 X사 주식을 개인적으로 장내에서 매수하였음.   

  

○ 투자자 유의사항  

   

주식 등의 대량취득 및 처분과 관련한 정보는 간혹 회사의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서 미공개 중요정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움. 그러나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대량취득 및 처분의 실시·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도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하여(자본시장법 제174조 제3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제재를 받을 수 있음. 


         

3. 범죄적발 통계   

  

앞의 제8장 <표 1>에 인용된 한국거래소 자료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가 184건 발생하였음을 보여준다. 불공정거래 전체 적발건수(303건) 중 60.7퍼센트를 차지한 것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77건), 2022년(56건), 2020년(51건) 순으로 적발건수가 많다. 그보다 전에는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서 주식을 매도한 경우가 많았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바이오 같은 미래산업과 연관된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서 해당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서 차익을 챙긴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2022년 6월14일 오후 9시, 방탄소년단(BTS) 글로벌 팬그룹인 '아미'와 수백만명의 시청자들은 BTS의 공식 유튜브 방탄티비(BANGTANTV) 채널을 켜 놓고 영상 시작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BTS 데뷔 9주년 기념 'BTS 페스타(FESTA)' 콘텐츠의 일환으로 '찐 방탄회식'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설레임 속에 시작된 영상에서 BTS 멤버들은 팬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전했다. 당분간 단체 활동을 중단하고 각자 활동을 할 계획을 알린 것인데, 다음날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시가총액이 2조원 증발했다.     


그로부터 1년쯤 뒤인 2023년 5월 하이브에서 BTS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3명이 내부자거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의해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에 넘겨진 3명은 BTS가 그룹활동을 잠정 중단할 것을 미리 알고 그 정보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직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 총 2억3000만원(1인 최대 1억5000만원)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형이 무겁게 규정되어 있는데도 내부자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타나 있다. 첫째는, 범행을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둘째는, 의혹이 불거져도 혐의를 입증하기가 대단히 처벌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어 있다.

       

말인즉슨, 직무담당자들에 의해 은밀하게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철저한 색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세조종이나 부당거래 등에 비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법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보편적인 상식만 가지고도 상황을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을 만하다. 

     

형사학의 관점에서 전후맥락을 파헤쳐보면, 모든 내부자거래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자신만 입을 다물면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이 절대로 모를 것이라는 계산이 내부자거래를 부추긴다다는 것인데, 가까운 사람의 계좌를 빌려서 범행을 저지르는 수법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차명으로 주식을 매매하면 사전 감시도 사후 적발도 쉽지가 않을 뿐더러, 적발되더라도 계좌를 빌려준 쪽에서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거래였다고 잡아떼면 조사나 수사를 진척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로 입증이 부실하면 최종적으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도 중형을 선고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또, 기업의 경영진이나 대주주 등이 내부자거래에 연루된 경우는 막강한 재력으로 검찰이나 법원의 고위직에 있다가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후배들로부터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을 선임해 방어막을 치면, 수사 혹은 재판과정에서 혐의가 축소되거나 형량이 가벼워지기도 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상상의 지평을 넓혀서 ‘재료의 선반영’ 현상을 내부자거래와 연계시키면, 양자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성립할 개연성이 엿보인다. 모두 합하면 그 수가 여러 명일 수밖에 없는 내부자, 준내부자, 정보수령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타인에게 미공개 정보를 누설하면 그 정보의 영향으로 주가가 움직이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를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모르는 비밀 이야기를 들으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한다. 결국은 자신에게 비밀을 알려준 사람이 자신을 믿고 내용을 알려준 것과 똑같은 심정으로 자신이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은밀히 알려준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4. 수수께끼의 해답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가 아는 모든 사람을 말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파악된 전원에게 다시 또 아는 사람을 모두 말하게 하기를 여섯 번만 반복하면 지구촌의 80억 인구가 모두 연결된다고 하니, 기업의 호재나 악재가 공개되기 전에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원리를 알 법도 하다.

      

그런데도 주식공부 3년 동안 어떤 책과 어떤 강의에서도 기업에 미공개 정보가 금융감독원 기업정보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되기 6개월 전에 벌써 주가에 반영되는 이유를 설명한 사례를 접해보지 못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내부자거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고,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주려고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2022년 2월에, 미국의 경우처럼 내부자거래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하고 공시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주식거래 의향이 있는 내부자가 미리 거래계획서를 작성해 해당 법인의 확인을 받아서, 계획서대로 매매를 진행하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하자는 것이었는데, 2023년 4월 말경 발생한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자본시장법 개정 계획을 발표하였다. 

    

계획의 골자는 상장사의 대주주, 임원진, 주요 주주(10% 이상 소유 혹은 이사 파견 등 영향력 행사)가 1% 이상 혹은 50억 원 상당 이상의 지분을 사고 팔 때는 최소 30일 전에 공시하게 한다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시가를 기준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수량과 매매 시점은 특정해야 한다. 하겠다고 공표한 거래를 안 한다거나, 신고하지 않고서 거래를 하거나, 계획과 너무 다른 거래를 하면 형사처벌 및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도록 한단다.

     

따라서 그대로 법이 개정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공시를 통해 경영진이 언제 어느 정도의 주식을 매각할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회사의 내부자들도 기업의 주주나 언론 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되는 효과도 수반될 것이다. 

         


5. 개선노력과 기대수위

      

정부와 여당의 자본시장법 개정 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에 들어있는 것인데다 야당이 반대할 이유도 없을 것으로 여겨져 개정과정에 큰 난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대주주 등 사전공시 의무화’ 방안과 관련하여, 공시의 주체를 정하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대립할 개연성이 높다. 정부와 국회는 개인 대주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법인 및 기관투자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여러 유형의 예외 상황을 대통령령 등으로 하나씩 세밀하게 잡아나갈 생각인 것 같으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법안을 뒷받침하는 철학과 논리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무늬만 ‘정보 비대칭 해소법’이고 실제로는 ‘주가 하락 방지법’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내부자고발을 장려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관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랫동안에 걸친 조직범죄 연구를 통해, 내부자고발을 장려하는 정책은 조직범죄 예방과 적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 내부자거래의 전 과정이 고도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바로 옆자리의 상사, 동료, 부하가 범행을 저질러도 낌새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둘째로, 보상 수준을 대폭 높여도 내부고발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유는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발자의 신상에 관한 비밀이 유출되어 차별·보복 같은 불이익을 당해도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 군인이나 공직자가 소속한 조직이나 기관의 불법이나 비리를 폭로한 이들이 직면한 것은 ‘배신자’ 낙인이었고, 모든 국민이 그런 실상을 목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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