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오류
감미로운 피아노연주가 80분을 내내 채우다시피하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스라엘 영화다.
자신의 대에서 풀지못한 한을 자식대에서 채우려 한 비뚤어진 모정이 낳은 서사라 할수 있는데, 그 모든 삶의 오류위에 잔잔하고 매혹적인 피아노 선율이 베일처럼 드리우는 영화라고 할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어를 든다면 '기술자와 작곡가'가 아닌가 싶다. 기계적으로 음표를 따라가는 손가락이 아닌, 음표를 자기화해서 재창조하는 그 재능의 차이를 말하는 것인데, 주인공인 아낫은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아버지로부터 한번도 '진정한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다.
그런 가운데 아이를 낳는데, 그 아이가 하필 청각장애인이고 그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장애아는 도저히 이룰수 없다는 판단하에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바꿔치기 한다. 물론 그전에 아이의 청각이 정상인지까지 알아보는 치밀함을 보인다.
그렇게 바꿔치기 된 가짜 아들 이단은 마치 아낫의 친자식인것처럼 피아노를 훌륭하게 연주해 신동에 가까운 찬사를 듣지만 결국 외조부가 재량권을 가진 음악학교 입학에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이단을 위해 엄마인 아낫은 영향력있는 작곡가 라파엘과 동침까지 했건만...
영화에서는 이단이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보는이는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바꿔치기한 아이인만큼 '천부적 재능'을 타고 난것도 아닐테고 가히 학대수준의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성장했으리라는 것을...
아이를 바꿔치기 했으니 '미스터리'나 '범죄'영화로 흘러갈수도 있는 이 내러티브는 전혀 그런 쪽의 유혹을 받지 않고 당당히 예술영화로 자리한다. 그것은, 이 영화의 너무도 당연하고 감미로온 엔딩을 향해 한눈팔지 않고 내달리기 때문이다. 극본이 좋다는 얘기다.
'자식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12살 또래가 즐길만한 그 모든것을 박탈당한채 온종일 피아노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이단의 괴로움과 고충, 그리고 꿈에도 생각못한 가짜 부모, 이 모든 고통은 다름아닌 가짜 엄마인 아낫의 욕심, 비뚤어진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사랑이라 착각한 욕망의 오류에서 기인한 새디즘을 드러낸다.
모든걸 내려놔야 진실이 보이고 평온해진다고 한다. 아낫은 그렇게 잠시나마 평화의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어린 이단의 뿌리깊은 외로움과 소외괌, 열패감은 뭘로 보상할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모든 인간의, 욕망의 오류를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에 실어 황홀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인간 욕망의 추함은 더힐 나위없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12살에 이미 '가짜'판정을 받아버린 이단의 남은 생이 무탈하게 흘러갈 수 없다는 것이 크나큰 아픔이자 보듬어주고픈 상처로 와닿는 영화다.
보기드문 이스라엘 영화라는 것도 그나름의 가치를 갖는다. 허구한날 전쟁만 하는 나라로 인식돼온 우리에게 그들의 낱낱의 일상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새롭게 부각되는 그런 영화다. 기회가 되면 한번쯤 더 보고픈...
타이틀 <피아니스트의 비밀 God of the Piano> 이스라엘,2019
감독 이티아 탈
주연 나마 프레이스, 제에브 심쇼니
러닝타임 8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