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떻게 그대에게 안녕이라 말할까>

남자는 보고싶음 못참거든?

by 박순영

동호로부터 DM을 받은건 난희가 밤 늦게까지 신주쿠 일대의 맛집 기사를 내고 있을때였다.

“너 심리학과 강난희 맞지?”

대학졸업하고 안 본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동호가 말을 걸어왔다.

이동호...난희의 절친 정미의 옛남자.

난희는 쿡 웃음이 나온다..답을 할까 말까 하다, “반가워요 선배”라고 보낸다.

동호는 복학생이었고 과 단합대회를 계기로 정미와 가까워지고 둘은 그렇게 캠퍼스 커플로 지냈다. 당연히 졸업하곤 결혼할줄 알았던 둘이지만 정미는 졸업과 동시에 의사를 소개받아 결혼했고 동호 역시 다른 여자를 사귄다고 했다.

“짜식. 좀 보자”

동호는 호기롭게 만남을 요구했고 둘은 다음날,난희가 다니는 IT 회사 근처 까페에서 만난다.

“일본어는 언제 또 배웠어?”

난희가 일본 콘텐츠 담당이라는 말을 듣고 동호는 아메리카노를 훌쩍이며 물어온다.

“요즘 일어 중어 못해선 취직 안돼 선배”라고 난희가 대답하자 동호는 민망해한다. 난 영어두 안되는데...그러면서 얼마전까지 다니던 선박회사 구조조정에 걸려 지금은 백수라고 털어놓는다.

“그럼 오늘 커피 값은 내가 내네?” 하고 난희가 동호를 배려해서 자연스레 말을 잇는다. 이 남자, 정미가 궁금했겠지,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둘은 커피를 나눠마시고 헤어진다. 그리고는 이틀후 동호에게선 다시 DM이 날아온다. 반가웠다고. 난희도 반가웠다고. 내가 백수만 아니었음 너한테 저녁을 샀을텐데,라고 동호는 여운을 남긴다...


다음날 회사입사 동기 강우가 웬일로 점심을 사겠다고 나선다.

“잘돼가?”

그말에 강우는 대답대신 세트로 시킨 새우버거를 덥썩 베어문다.

“여자들은 왜 그래. 통 속을 알수 없어. 남자는 안그렇거든”

강우의 틀어진 연애사를 난희는 가볍게 흘려듣는다.



그리고 이틀후 동호는 문자를 보내왔다. 주말에 시간 되면 가평에 가보자고.난희는 순간 어색함을 느낀다.망설임끝에 난희는 정미에게 전화를 건다. 아이는 잘크고 있냐는 의례적인 안부인사 뒤에 동호의 이야기를 꺼낸다. 난희는 내심 긴장한다. 그러나 정미는 전혀 심각하지 않은 톤으로 그 사람 좀 갑갑한 데 있어. 그래도 나쁜 사람 아냐. 만나봐, 하는 것이다. 무슨 뜻일까, 난희는 궁금해지면써도 동호에겐 이미 주말에 시간 된다는 답장을 하고 있다.


그 주말,둘은 동호가 형에게서 빌려왔다는 승용차에 올라 가평으로 향했다.

“너 그거 알어? 프랑스마을 옆에 이탈리아 마을도 생겼대”

언젠가 난희도 블로그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안그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다,고 하자 불쑥 동호가 물어온다. 정미한테 얘기했어? 그말에 미소는 응, 짧게 대답한다.

프랑스마을과 이탈리아 마을 통합 티켓을 끊어 둘은 입장했다.이탈리아 마을 입구의 커다란 피노키오를 보면서 동호는 “피노키오가 이탈리아 애였구나”하고 웃는다. 그뒤의 성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고 그 안에도 피노키오가 있다.그런가하면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진실의 입’도 전시돼있다.그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와 동호와 난희는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고 이런저런 공연이 열렸다.

그리고나서 난희가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으로 둘은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이번엔 프랑스 마을로 넘어갔다. 정작 주목적은 프랑스였는데 이탈리아에서 시간 다 보내고 난터라 둘은 맥없이 돌아보았다. 이탈리아마을이 피노키오 이야기로 꾸며졌다면 쁘띠프랑스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테마로 전개되었다.


“피곤하지?” 라며 동호가 살며시 난희의 손을 잡아온다. 오랜만의 연애라고 난희는 생각한다. 그와 헤어진지 어언 2년이 다 돼간다. 모질었던 그와의 연애사를 떠올리며 동호만은 그렇지 않기만을 난희는 바라본다.

올라오는 길은 난희가 운전했고 동호는 계속 ‘운전잘하는데’를 연발했다. 헤어지면서 이번엔 난희가 먼저 물어본다. 우리 다음에 언제 보냐고. 그러자 동호는 또 보겠지 ,라고 답한다. 이 애매함은 무엇일까, 라고 난희는 갑갑해진다.




그렇게 동호로부턴 일주일이나 연락이 없다. 점심을 같이 한 강우와 옥상으로 올라간 난희가 조심스레 묻는다. 여행 같이 갔다오고 손도 잡은 남자가 다음 만날 기약을 안하면 그건 뭐냐고. 그러자 동호는 “너 연애하는구나? 대박”하며 잘해보라고만 답한다. “탐색긴가 보네”라고 덧붙이면서.

‘탐색기’라는 말이 난희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난희와 동호사이엔 정미라는 불편한 과거가 존재하고 그걸 무릅쓰고 다가온게 아닌가,생각하니 왠지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는 열흘째 되는 새벽, 동호는 고교 동창회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안되겠다싶은 생각에 난희가 전화를 한다. 그러나 동호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로 시간 장소를 알려준다. 그래, 일단 나가보자, 하고 난희는 그날 나름 차려입고 화장도 신경 써서 한다. 그리고는 동호의 동창회에 나간다. 동창 하나가 물어온다. 난희와는 어떤 사이냐고. 그러자 동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학후배’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강조한다 . ‘그냥 후배야’.

동창회가 열리는 술집을 나와 난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택시에 오른다. 동호가 뒤따라 오지만 난희는 차를 세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날이후로 동호는 하루에도 두세번씩 문자며 DM을 보내온다.


강우에게 이야기하자 “밀당하네” 라며 깔깔댄다. “잘하면 너 시집 가겠다?”하고 강우는 자긴 당분간 연애따위는 하지 않겠노라 말한다. 너무 피곤하다며...

맞어. 피곤하다, 난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는 사흘후, 비가 내리는 저녁, 퇴근길에 동호와 마주친다. 동호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퇴근하는 난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희는 반가우면서도 어색하다. 왜 왔을까....

“나 취직했다”동호가 한껏 미소를 지으며 저녁을 사겠다고 한다. 오늘 정확히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난희는 그를 따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뜰어선다. 둘은 파스타를 시키고 와인을 곁들여 나름 풍성한 저녁을 먹는다.

“선배, 나 물어볼거 있는데”



그말에 동호의 표정이 굳어지는게 난희의 눈에 들어온다.

“우리, 무슨 사이?” 난희가 묻자 동호가 씩 웃으며 “몰라서 묻냐”라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난희의 입에 입맞춤을 해온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그동안은 자기가 백수여서 너한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고. 그러면서 취직했다고. 그리고는 다가오는 주말에 안성 부모님을 뵙자고 한다. 난희는 그때 일본출장이 잡혀있으니 한 주 미루자고 한다. 대신 그동안 연락 끊으면 안된다는 말을 덧붙이려다 만다.


그렇게 난희는 일본 출장을 갔고 번화한 신주쿠거리를 샅샅이 뒤져 콘텐츠 작업을 한다. 그러나 동호로 부터는 첫날 , 잘 도착했냐,는 DM외엔 아무 소식도 없다. 그렇게 1주일이 흐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 출구를 나오면서 난희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동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난희가 그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 공항에 도착했다고. 하자, 오늘 야근이 잡혀 못임직인다며 퉁명스레 대꾸하고 먼저 전화를 끊어버린다. 정말 이 남자 뭘까, 하는 생각에 그날밤 난희는 다시 정미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그간의 대강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러자 전화너머로 난희의 낮은 탄식이 들려온다. 끊어 그 남자.. 그게 좋을거 같다,라며 정미는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난희는 동호의 존재가 없는 자신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번 프랑스, 이탈리아 마을에서 잔뜩 사온 기념품들이 저만치 그대로 쌓여있다. 그걸 보던 난희는 그에게 문자를 한다. 내일 보자고. 그는 흔쾌히 응한다.

그리고는 다음날 퇴근과 동시에 난희는 동호와의 약속장소로 나간다. 하지만 한시간을 기다려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유리벽 너머로 난희를 본 강우가 분위기를 알아챈 듯 안으로 들어선다.

“남자는 보고싶음 못참거든?"강우가 난색을 표한다.
그럼 이 남자...우린, 끝난건가,

”나 어떠냐?“ 강우가 너스레를 떤다. 너 정도면 뭐...이까짓 연애사는 덮어주겠다고. 웃기지마,라며 난희는 강우와 장난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본다. 그 순간 문자가 온다. 동호로부터. 갑자기 일이 생겨 좀 늦는다고. 기다려달라고.

”니가 결정할 일이지만 난 그닥 이런 연애 권하지 않는다“라며 강우는 자리를 비켜준다.

난희는 오늘은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날 끝내 동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틀후, 동호는 회사 앞이라고 전화를 걸어온다. 난희는 자기도 모르게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그걸 본 지나가던 강우가 쯧쯧 혀를 찬다. 뭐야, 하고 난희는 승강기로 달려간다. 그리곤 기계가 내려오길 기다린다. 오늘은 확답을 받겠다, 다짐하며. 그리고는 기계는 열린다. 한발을 넣던 난희는 순간 자신을 가로막는 그 무언가를 느낀다. 그리고는 로비 유리창으로 가서 블라인드를 걷고 아래를 내다본다.

동호가 어딘가 전화를 하며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도 잠깐 난희를 본거 같다.. 그러나 난희는 착잡해진다...그 사이 승강기는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고 있다. 물끄러미 그걸 보던 난희는 동호에게 문자를 보낸다.

빗방울이 하나 둘씩 듣기 시작하는걸 보며 난희는 잔업을 처리하러 다시 사무실로 들어서다 나오던 강우와 마주친다. 왜? 하는 표정으로 본다. 난희가 말한다. 방금 이별했다고.


https://youtu.be/sWMz3FRj1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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