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다락. 뜻밖의 발견
하루동안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다.
누구의 감독 감시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나 자신이 감독해야 하고 체크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동안 해야 할 일을 적어보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적어둔 to do list는 눈 딱 감고 그냥 pass 해버리면 땡이라는 점이다.
처음 한 두 번은 양심의 가책도 느끼고, 완벽하지 못한 하루에 대한 죄책감도 들곤 하지만,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 몇 번 눈 딱 감으면 그 후부턴 루틴이 바뀌어버린다.
욕심이 과해서 pass해도 되는 일들을 욱여넣은 하루 일과라면 상관없겠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거나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라면 더 이상 pass를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해 온 것이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돼 버린 걸 처음부터 다시 하자면 의욕이 안 생길뿐더러 지난 시간이 아까워지기만 한다.
언젠가 책에서 일부러 아침에 근처 북카페를 찾아가 책을 읽는 시간을 따로 만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이것도 좋은 방법이겠구나 생각하고 지나쳤었다.
나는 하루 동안 꽤 많은 시간을 혼자 집을 쓰니까 굳이 북카페를 안 가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공간이 없어서 북카페를 일부러 가는 것만이 아니었다.
집에는 할 일들이 눈에 바로바로 보인다.
북카페로 가면 집안일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현명한 방법이 있었는데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집안 곳곳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들을 모른 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포스팅 하나 하고 나면 설거지할 것들이 눈에 보이고,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먹고 그러다가 할 일이 다 끝나면 책을 읽어야지 했던 마음이 잠깐만 쉬었다가 할까?로 변질되면서 이내 하루동안 목표했던 책을 채 읽지 못한다. 책을 목표량만큼 읽지 못하니 줄줄이 할 일들이 밀린다.
그런 일들의 빈도가 점점 잦아진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북카페를 검색했다.
아무리 필요해도 집에서 멀면 안 가게 될 게 뻔하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지나쳤던 모양이다. 너무 자주 들락거리는 나의 걷기 코스 안에 북카페가 떡하니 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말이다.
집안에만 있어서 일부러 걸으러 나가야지 싶은 데도 늘 실천하지 못하는 날도 점점 늘어나고 있던 참인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그곳이 있다니 너무 반가웠다.
거기다가 사장님이 손수 내려주는 드립커피맛이 일품이다.
분위기도 클래식하고, 책도 가득 있고, 무엇보다 조용하다.
이 카페가 10년도 넘었다는데 눈 뜬 장님인 채로 그 길을 다녔던가 싶다.
하루 2시간. 여기로 출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온전히 책과 글에 집중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마치 두 번째 새벽 시간을 쓰는 기분이 들었다.
말 그대로 뜻밖의 발견이었다. 너무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카페가 너무 예쁜 데다가 모든 소품들마저 나를 유혹한다.
디저트와 각종 음료들이 있어서. 책 보다가 배고파도 걱정 없겠다.
밤에 오면 더 예쁘다는데, 언젠가 밤에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러 오고 싶다.
공간을 이동하니 이렇게 집중할 수가 있구나 싶은 것이 매일 아침 북카페로 간다는 그 책 속의 주인공이 백퍼 이해가 되었다.
매일 3500원을 쓰게 생겼지만, 가치는 그 이상이다. 다른 데보다 커피값도 저렴하긴 하다.
그러니 매일 커피값 3500원은 나의 투자금이다. 이렇게 저렴한 투자 본 적 있는가 ㅎㅎ
뭔가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으로 그곳에서 읽을 책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렇게 딱 두 시간 온전히 독서에 집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집에 오니 오히려 활기차진다. 할 일을 끝내고 온 기분이랄까.
한 줄 요약 : 매일 하고 싶은 루틴이 있다면, 공간이동을 해보자.
확실히 효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