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슬픈 영화를 봐

울어야 해

by 그레이스웬디

슬픔이란 뭐지?라는 생각을 갑자기 하게 되었다.

슬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눈물이다. 슬프면 대개 눈물을 흘리니까.

그런데 점점 슬프다는 감정 자체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대체로 울일이 없어지고, 때론 울 일이 있어도 눈물이 잘 안나기도 한다.

그래서 슬픈 감정이란 어떤 것이지? 한참을 생각한다.


나는 내 아이에게 감정을 자주 묻곤 한다. 거의 매일 밤 잠자리 독서를 끝내고 이야기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자주 묻는 말이다. How do you feel?

그럼 아이는 대게 기뻤거나 슬펐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아서,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슬픔에서 막힌 것이다.

아이가 생각하는 슬픔에는 서운함, 부끄러움, 속상함, 화남, 기분 나쁨. 이 모든 것이 슬픔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각자의 감정의 이름이 있듯이 그들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리된 저마다의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이 가능해질 때, 그 감정들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난 후에는 복합적으로 슬픔으로 대체할 수 있을 테니까.

다른 것은 예를 들어 아이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이 가능했는데 슬픔을 설명하자니 상실을 설명해야 했다.

내가 아는 슬픔은 상실감,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그 공허함이 슬픔이라고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요즘 슬프지 않은 이유가 상실한 것이 없기 때문일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더 상실한 것 없던 젊은 시절에는 왜 그토록 자주 슬펐던 것일까?

그렇게 치면 슬픔이 꼭 상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인데..

그래서 어학사전을 찾아보았다.


"슬픔이란 복잡한 감정 표현 중의 하나이다. 탈락감, 실망감, 좌절감을 동반하고 가슴이 맺히는 등의 신체적 감각과 함께 눈물이 나고 표정이 굳어지며, 의욕, 행동력, 운동력 저하 등이 관찰될 수 있다. 대체로 가장 깊은 슬픔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누군가 가까운 사람이 죽어야만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닐 텐데, 우리는 자주 슬프다고 느낀다.

어쨌거나 슬픔에 대한 정의는 어쩌면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 듯 보인다.


나는 아직 가족 중 누구도 생의 저편으로 간 사람이 없어서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느껴본 적은 없다.

친한 지인의 부고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나긴 했어도 그 슬픔 속에서 허우적 대지는 않았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몇 날 며칠을 앓도록 슬퍼할 일은 부모님과의 작별일 듯싶다.


그러나 그전에도 슬픔을 느낄 때가 있긴 하다.

그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온전한 슬픔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여러 가지가 섞여있었다.

분노, 우울, 상실 이런 것들이 똘똘 뭉치면 괜히 슬픈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런데 또 막상 울려고 하면 눈물이 나지 않는다.

뭔가 묵직한 것이 내 안에 있는데, 펑펑 울면 속이 좀 시원할 것 같은데 할 때는 슬픈 영화를 본다.

스토리가 내 상황이랑 비슷한 거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장르를 못 찾겠다 싶을 때 나는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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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원 없이 펑펑 울 수 있으면서 정작 내 슬픔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느낀 슬픔은 고작 넓고 넓은 하늘에 보일락 말락 하는 하나의 작은 별과 같이 느껴진다.


가끔 무료할 때 딱히 눈물 흘릴 일이 없을 때 우연히 본 드라마나 영화가 눈물을 가져오면 또 은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울고 싶은 마음이 슬픔이라고, 내게 슬픔은 특별한 큰일이 아니어도 그저 울고 싶은 모든 마음이 슬픔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울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오직 글쓰기일 뿐이다.

울고 싶어라~~~~ 옛날 노래가 생각난다.

정여울 작가의 책에서 그랬다. 술술 잘 읽히는 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거라고. 그러니 술술 잘 써지는 것도 잘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용기를 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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