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휘 Jun 20. 2024

8전 9기 악몽의 8개월

실패의 경험을 맛보다

8전 9기

너무하다 싶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 밖에 들지 않았던 8개월이었다.



실패와 도전의 연속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역시 만만한 게 아니었다.

나는 네이버 인플루언서의 존재가치를 그렇게 대단하다거나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다만 '이왕 하는 거....'의 마음뿐이었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뭐가 좋은지, 갑자기 인생이 확 바뀌는지에 대한 의문도 확신도 없었다.

일반 블로거들과의 차별성 정도, 아니면 훈장처럼 붙는 마크 하나 얻는 정도?

(연재 중에 왜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지 등도 이야기할 예정이다)

왜 좋은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 했다.

한 번 탈락하고 나니 어? 이거 진짜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본데?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무조건 되야겠다는 마음뿐 그 외의 것은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름 블로그 수업도 들었고, 로직에 맞게 블로그를 키웠고, 인플에 선정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도전에 탈락을 했다.

당연히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처음 한 번은 그저 운이 안 따랐나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해서 떨어졌다.

4번 탈락 후에 이건 운의 문제가 아니다 싶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운이 없는 여자는 아니었다.

내 블로그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치명적이고도 어이없는 실수. 인플루언서 도전 주제는 도서인데 내 블로그 주제 설정은 요리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오 마이갓 세상에 이런 일이.

인간의 자만과 경솔함의 극치를 아주 제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스스로도 너무 황당했다. 이래놓고 왜 자꾸 떨어지느냐 물었던 내가 너무 부끄럽고 민망해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다섯 번째 신청은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주제 설정도 꼼꼼하게 재확인하고, 이웃수, 방문자수, 공감수 등등을 철저하게 맞춰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신청 결과를 메일로 받는 평균적인 기간은 대략 2주 정도였다.

네 번쯤 떨어지니 이 2주는 나에게 오매불망의 시간이 되었고,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또 떨어지면 그땐 진짜 어떡하지? 아니야 아니야 이번엔 정말 될 거야'를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번갈아 되뇌며 고행의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오롯이 버티는 시간이었다.


또 떨어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젠 뭐 더 이상 수정할 것도 없어 보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해도 그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해야 되는 건데? 악이 받치기 시작했다. 오기가 생긴다.

인플루언서가 된 블로거들을 철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실 너무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람도 인플이었고, 내 블로그보다 형편없어 보이는 포스팅 수준에도 인플이 되었더라. 그렇담 이건 오직 운빨이란 말인가....

네이버가 운빨로 인플루언서를 뽑을 리가 없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 소셜 플랫폼인데, 말도 안 된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내가 백 번을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끈기의 아이콘으로 유명해질지도 몰라'하는 어이없는 생각까지 해가면서 나를 다독였다.


도전과 실패의 연속.

여섯 번째 떨어지고부터는 나는 악에 받친 마음을 뒤집었다.

'그래, 신은 나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는 거야. 이 정도로 내가 인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신 거야. 나는 더 큰 능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나를 더 크게 쓰시려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탈락 앞에선 무신론자인 나도 신의 존재를 생각한다)

정말 계속해서 떨어지는 사이에 나는 서평 쓰는 법부터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사정없이 뒤엎고, 새로 쓰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창의성이라고는 1도 없던 나의 뇌가 열일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곱 번째 떨어졌을 때는 인플루언서 팀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도대체 선정 기준이 뭡니까? 제가 안되면 누가 됩니까? 제대로 검토하신 게 맞기나 합니까?"

인플팀에서 그 댓글을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인플팀 입장에선 정말 기가 막혔을 수도 있겠다.

이제야 말씀드리지만 죄송했습니다 ^^


그리고 드디어 인플루언서팀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선정되었다고 환영한다고 축하한다고.

아..... 이 허망함이란.

그렇게 바라고 또 바라던 일이 되고 나니 이상하게 허무함이 느껴졌다. 쇼펜하우어의 삶은 고통이란 말에 아주 찰떡같은 일이다.

그렇다.

장정 8개월이 끝나는 순간, 기쁨의 환희보다 이제부터 어떡하지? 하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밀려왔다.

그래도 일단 인플루언서가 된 것은 너무도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그중 포기하지 않고 어떤 동기든 부여하면서 끝내 해내고야 만 나 자신이 기특해서 죽을 지경이다.

학창 시절부터 악바리라는 별명은 갖고 있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그렇게 악바리로 살아온 경험은 별로 없는 듯했는데 40대 후반에 이렇게 도전하며 열의를 불태울 수 있었다는 게 나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살라는 일종의 계시처럼 받아들여졌다.

있는 힘껏 살아본 8개월, 그동안 나의 근력은 더욱 짱짱하게 형성되었고 미친 자신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못할 게 없다. 도전은 늘 즐거운 것이며 설레는 일이다. 이제 또 무엇에 도전을 할까를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른다.

인플루언서 된 게 뭐라고 그렇게 들떠서 이야기를 하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에 총력을 기울여 도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든 인플루언서가 나처럼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어떤 분은 단 한 번에도 선정되고 또 어떤 분은 열네 번에도 선정된다.

물론 운도 당연히 필요하다. 살면서 '운 따위는 없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던가.

문제는 왜 자꾸 떨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데었다. 그래서 아무도 니가 못해서라고도 말할 수 없다.


내가 만약 한 두 번 만에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면 사실 이런 연재를 할 생각도 못하지 싶다.

다른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나와 싸워낸 사람이라서 더 자신 있게 연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인플루언서에 계속 실패하면서 폭풍 성장 했기 때문이다.




이전 03화 도전! 도서 인플루언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