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좋은 유일한 한 가지
사실 엄마가 되고부터 아니, 학부모가 되고부터 나에게 연휴는 반갑지 않은 손님과 같다.
외동아들을 키우다보니 심심해하는 아이를 위해 온 하루를 다 써야만 한다.
등교를 하는 평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이는 당연히 휴일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나는 내 시간이 없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할일들을 해두어야 하기에 연휴 예정 몇 일전부터 이미 내 시간은 사라진 상태다.
블로그 포스팅을 연휴날에 발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글을 써서 예약을 걸어두어야하고, 여러 플랫폼에 올려야하는 콘텐츠를 평소의 몇 배로 만들어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연휴 전전전날부터 이미 나는 SNS의 노예가 된다.
그렇게 해두고 정작 연휴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라면 그건 또 할만하다. 자유롭고, 편안한 쉼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며칠의 노예생활을 하면서도 도파민이 솟아나겠지.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지 않는가.
내가 책상에 앉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일을 안해서 쉬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종일 돌밥을 하거나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가야한다는 뜻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잔소리할 일들이 생기고, 일일이 신경이 쓰이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루 온 종일 같이 있으면 우리가 정말 행복한 시간은 몇 시간 내외인 것 같다. 아이는 금새 무료함과 싫증을 느끼고 내가 싫어하는 짓을 하려든다. 미취학일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이가 클수록 내가 하는 생각은 '나는 아무리봐도 아이보다 내 인생이 더 중요한 사람같다'는 것이다.
아이와 나의 인생을 분리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내가 엄마가 맞나 싶을 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고 싶은 마음이 강력하다. 내 삶을 즐기고 있고, 내 삶의 뚜렷한 방향이 잡힌 것 같아 내심 편안하고 든든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예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또 너무 변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오직 아이만을 위해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지금은 아이의 인생은 아이것이라는 생각과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굳건하다. 조금 냉정해보일 수도 있겠다.
내 인생이 편하기 위해 아이를 잘 키워야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예전엔 아이를 잘 키우면 내 인생도 편해질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주체가 바뀐다는 것. 그건 굉장한 발견이다.
이렇게 연휴만 닥쳐오면 나는 내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것과 내 일상의 루틴이 깨진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냥 싫은 것이다. 그럼에도 부러 좋은 점을 찾아야만 아이에게 짜증을 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찾은 작은 즐거움은 느린 아침이다.
미라클 모닝을 그만 둔지가 벌써 2년이 되었다. 예전엔 어쩜 그렇게 부지런했을까 싶다. 지금은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것도 싫을 만큼 나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정해진 루틴이 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하기에 어기적 어기적 일어난다. 항상 일어날 때의 마음가짐은 등교하면 '더 자야지' 이다.
그러나 한 번도 그 마음대로 한 적은 없다. 어쨌든 일어나기만 하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는 건 어쩐지 나의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는 것같아 정신을 차리게 되니까.
그러나 연휴때는 아이도 깨우지 않고 나도 깨지 않는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아침잠 시간이 주어진다는 건 정말 특별한 선물과 다름없다.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언제나 한결같이 루틴을 지켜야 습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 한 번씩은 괜찮다. 더 자고 싶을 때 더 잘 수 있으면 더 자야지!! 할 수 있는 건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어차피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오늘 늦게까지 잤다고 해서 내일도 늦게까지 잘 수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 비록 피곤은 할지라도 내일 늦잠을 잘 수 없다면 일어나게 되어있으니까.
어제는 아침 10시까지 잤다. 누군가는 게으르다 할지 몰라도 나는 10시까지 푹 잘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얼마만인지...그동안은 가장 길게 자봐야 아침 9시였는데...그동안 내 몸에 피로가 쌓였는지 어제는 10시까지 잤다. 아이가 먼저 일어나 아빠와 아침을 먹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개운했다. 기분이 좋았다.
평상시같으면 늦잠을 잤다고, 오늘 하루가 2시간이나 짧아졌다고 자책하면서 동동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휴니까. 나는 포스팅도 예약발행으로 해 두었고, 하루종일 아이와 뭘 할까만 생각하면 되는 그런 연휴니까.
하루 2시간을 잠으로 날려버린 건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늦은 하루를 시작하며, 답장을 보내야할 메일이 쌓여있지만 그냥 모른 체하고, 부스스한 채로 따뜻한 물을 끓여 레몬물을 마신다.
천천히, 한 모금씩 음미하면서 그 새콤한 맛을 온 몸으로 퍼뜨리며 나를 깨운다.
"자, 충분히 잤으니 이제 하루를 시작해볼까~"
이 여유롭고 느린 아침을 이제 10월에나 만날 수 있으리라.